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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 길에서

One Day On the Road

2006 한국 전체 관람가

다큐멘터리 상영시간 : 97분

개봉일 : 2008-03-27 누적관객 : 3,555명

감독 : 황윤

  • 씨네218.00
  • 네티즌8.45

우리는 이 곳을 ‘길’이라 부르고, 그들은 이 곳은 ‘집’이라 부른다

도로 갓길에는 장갑, 신발, 음료수 병, 과일 껍질 등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 버린 물건들 옆에는, 바로 몇 분 전까지 인간처럼 붉고 뜨거운 피를 가졌던 하나의 생명이 걸레처럼 나뒹굴고 있다. 그것은 건너편 숲으로 가고 싶었던 토끼였고, 건너편 옹달샘으로 가서 물을 마시고 싶었던 고라니 가족이었다. 태영, 천권, 동기는 국내 최초로 본격적인 로드킬(대지의 거주자들이 네 바퀴 달린 동물에게 치어 죽는 사고) 조사를 한다. 영화를 만드는 나는 그들의 조사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들과 나는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을 안은 채, 차들이 질주하는 위험한 도로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다. “인간”이라는 포유동물과 그 동물이 소비하는 온갖 물건들의 빠른 이동을 위해 고안된 “도로”에서, 먼지처럼 사라지는 생명들의 종(種)과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 실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은폐되고 있다. 도로건설로 이득을 챙길 건설자본과 정치인, 부패한 관료들에 의해, 지금 이 순간에도 도로는 "대지의 거주자들"의 거주지를 침탈하며 계속 확장되고 있다. 질주하는 산업문명과 인간의 길. 어느 날 그 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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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3명참여)

  • 7
    황진미‘토건국가’ 대한민국과 ‘개발 이데올로기’를 성찰케 하다
  • 7
    박평식날마다 비명횡사합니다
  • 10
    유지나개발주의자 인간이 왜 생태계의 바이러스인지 깨닫게 해준다
제작 노트
환경영화라는 것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이라는 것은 자연과 인간을 포괄하는 의미로 우리의 삶의 문제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황윤 감독은 지속적으로 환경문제를 다룬 영화를 만들고 있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로드킬(roadkill)’, 즉 야생동물 교통사고에 대한 영화이다. 다소 생소한 문제인 길 위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거칠고 위협적으로 도로 위를 달리는 “네 바퀴 달린 동물”들은 이 땅의 주인이 예로부터 자신들이었던 양 기세등등하다. 빠르게 좀 더 빠르게 굉음을 내며 달리는 그 도로의 무법자들 곁에 피를 흘리며, 온 몸이 짖이겨져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이 되어버린 야생의 동물들이 있고 그 실태를 조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감독은 그 현장속으로 카메라를 들이댄다.

영화는 인간의 기호(교통체계 “비보호”) 속에서 걸어가는 남생이(거북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작고 느리고 힘없이 걸어가는 그 모습에서 앞으로 닥치게 될 그의 운명을 예측하며 끔찍하게 둘러싸인 인간만을 위한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감독은 부엉이, 두꺼비, 뱀, 고라니, 너구리, 삵 등 수 많은 야생동물들의 죽음의 흔적들을 차곡차곡 기록하면서 속도와 빠름의 가치만을 찾는 인간의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생명과 느림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인간들은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피를 빨아 먹으며 풍요함과 편리를 얻고 있는지 모른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절대로 지켜질 수 없는 “대지의 거주자들을 위한 생존지침 5계명”은 야생동물들의 절박한 삶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가슴 아픈 충고로 오래도록 공명한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추구하는 삶의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 곳곳은 도로 건설로 파헤쳐지고 그로인한 경제성장, 시간단축 등을 축하하고 선전하는 뉴스소리가 들려오고 로드킬은 현재도 진행중인 우리의 현실이다.(김환태, SIDOF2006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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