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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한국영화] 희극지왕 Comedy
씨네21 취재팀 2007-08-09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감독 김상진 출연 나문희, 강성진, 유해진, 유건, 박상면 제작 감독의 집, 어나더썬데이 배급 시네마서비스 개봉예정 9월 중

누군가를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하는 것만큼 천하에 나쁜 일이 있을까마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경우에는 해석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인생 한길, 오로지 국밥집 하나만을 경영하면서 소문난 알부자로 꼽히게 된 권순분(나문희) 여사가 어느 날 납치된다. 범인은 부인을 포함해 남들에게 매 맞는 게 일상이 된 도범(강성진), 생김새와 달리 극도로 민감한 감수성의 소유자 근영(유해진), 천성이 백수건달인 종만(유건). 이 어설픈 삼인조가 강단있고 기 세기로 소문난 권순분 여사를 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권 여사는 자신에게 소홀했던 자식놈들을 상대로 500억원의 몸값을 요구하면서 인질극의 주범이 되기로 한다. 평소 ‘욕쟁이 할머니’들이 경영하는 식당을 즐겨 찾았던 사람들이라면 그분들의 배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것 아닌가. 고정관념에 박혀 있는 역할을 뒤집음으로써 통렬한 웃음을 선사하려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코미디영화라는 한 우물을 파온 김상진 감독의 절치부심 재기작이기도 하다. 그 특유의 ‘무정부주의적’ 코미디가 빛을 발하길 기대해보자.

+관전포인트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최절정 인기배우가 된 나문희와의 즐거운 재회.

<기다리다 미쳐>

감독 류승진 출연 손태영, 장근석, 유인영, 김산호, 장희진, 데니 안, 우승민, 한여름 제작 아이필름·블루버스 필름 배급 시네마서비스 개봉예정 연말

군복무 24개월 시대에도 ‘기다리다 미치’는 일이 있을까 싶지만 혈기방장한 청춘들에게 그 시간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거나 군화를 거꾸로 신기에 충분하다. <기다리다 미쳐>에 등장하는 여덟 남녀의 4색 사랑은 일정 순간의 기다림을 감내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는다. 나이 어린 꽃미남 연인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불안한 마음의 연상 여성, 군에 간 사이 친구와 ‘잘못된 만남’을 갖고 있는 여자친구를 바라봐야 하는 남자친구, 한 남성을 짝사랑하다 그의 입대를 맞아 고백하는 여성 등은 군복무라는 강제적인 이별과 그에 대처하는 요즘의 세태를 보여줄 전망이다.

+관전포인트 4쌍의 남녀가 펼쳐놓는 4개의 이야기. 골라 보는 재미도 있을 듯.

<펀치레이디>

감독 강효진 출연 도지원, 손현주, 박상욱 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배급 프라임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10월

이 싸움, 거의 승산없어 보인다. 이종격투기 챔피언인 남편 주창(박상욱)의 가정 폭력을 견디지 못한 하은(도지원)이 어느 날 남편에게 ‘한판 붙어!’라고 소리친 것까지는 그런 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하필 그 자리가 남편의 기자회견 자리일 건 뭐람. 이야깃거리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언론은 ‘사상 초유의 부부 격투기 대결’로 대서특필하고, 하은은 꼼짝없이 남편과 링에서 맞닥뜨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은은 운동과는 무관한 수현(손현주)의 체육관을 찾게 되니, 과연 하은은 악마 같은 남편을 향해 시원한 하이킥을 날릴 수 있을까.

+관전포인트 신물나는 남성 지배문화를 혈혈단신으로 돌파하는 여성의 전투.

<묘도야화>

감독 강론 출연 MC몽, 소이현, 김희라, 이한위 제작 화인웍스 배급 쇼박스 개봉예정 하반기

사모하는 여학생 지연(소이현)이 급사한 아버지(김희라)의 장례를 위해 묘도(墓島)를 찾자 무작정 따라와버린 동현(MC몽)은 텅 빈 관을 보면서 공포에 휩싸인다. 동현을 더욱 놀라게 한 건 아버지의 사체를 찾아내겠다며 한손에는 낫을, 다른 손에는 전기톱을 든 채 광분하는 지연의 모습이다. 여기에 탈옥범, 에로영화 제작진, 한물간 골퍼와 캐디까지 끼어들면서 상황은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든다. 록밴드 크라잉 넛을 내세워 <이소룡을 찾아랏!>을 만들었던 강론 감독은 묘지밖에 없는 섬에 갇힌 사람들을 얽어놓으면서 엽기발랄한 재미를 선사할 계획이다.

+관전포인트 <시실리 2km>쪽으로 간다면 성공. 아니면 허허실실이 될 수도.

<6년째 연애중>

감독 박현진 출연 김하늘, 윤계상 제작 피카소필름 배급 스튜디오2.0 개봉예정 11월

연애만 6년째라니. 누구라도 이 커플이 위험천만하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잘나가는 출판기획자 다진(김하늘)과 센스 만점 홈쇼핑 PD 재영(윤계상)의 지금 관계는 그놈의 정 때문에 유지되고 있을 뿐이지, 실상 조그마한 충격에도 쉽게 깨져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6년이라는 세월은 두 사람으로 하여금 연애라는 이름 아래서 행해질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겪게 했으며, 상대방에게서 더이상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게다가 둘의 나이는 이제 30대라는 장벽 너머를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 스물아홉. 과연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 수 있을까, 아니면 연애의 7번째 시즌을 열 수 있을까.

+관전포인트 로맨틱코미디 전문배우 김하늘과 여전히 맑아 보이는 윤계상의 앙상블.

<상사부일체>

감독 심승보 출연 이성재, 김성민, 박상면, 손창민 제작 두손시네마, 제니스엔터테인먼트 배급 이십세기 폭스 개봉예정 9월19일

<조폭마누라> <가문의 영광>과 함께 코미디 시리즈물이 된 <두사부일체>의 3편. 조직의 ‘나와바리’를 ‘글로벌화’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간 계두식(이성재)은 대기업의 사업 및 조직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하기로 하고, 조직 내에서 유일한 대졸자로서 자신이 직접 대기업에 입사한다. 제작진이 내세우는 3편의 테마는 직장생활. 상사와의 갈등, 대기업의 비리와 횡포 등. <여고괴담4: 목소리>로 스크린에 데뷔한 서지혜가 하버드대 출신이자 아버지를 경찰로 둔 여인 한수정으로 등장해 입사 동기 계두식과 멜로 라인을 짠다.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등 1, 2편의 주요 출연진이 모두 교체됐다. 전작에서 심각하게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홀리데이>의 이성재가 계두식을 맡았고, 드라마 <인어아가씨> <환상의 커플>의 김성민과 최근 <바람피기 좋은 날>에 참여한 박상면이 각각 김상두와 대가리로 출연한다. 조직의 큰형님은 손창민.

+관전포인트 코미디에서 주제의식보다 중요한 건, 말이 되게 웃기는 것.

<일편단심 양다리>

감독 한승림 출연 재희, 신이, 박시연 제작 파랑새엔터테인먼트, 드림메이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하반기

한성현(재희)은 박세영(신이)과 연애 중이고, 주라영(박시연)은 김경수(명승훈)와 사귀고 있다. 어느 순간 성현과 라영은 서로 감정을 느끼게 되어 ‘일편단심 양다리’를 결심한다. 점점 발전되는 그들의 사랑은 결국 밝혀지고, 주인공들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톡톡 튀는 신세대식 로맨틱코미디를 표방하는 <일편단심 양다리>는 젊은 배우들이 주축이 된 연애소동극. <빈 집> <싸움의 기술>의 재희와 <구미호 가족>으로 데뷔한 박시연이 주연을 맡았다.

+관전포인트 모순 어법의 제목처럼 엉뚱한 소동을 보여주길.

<뜨거운 것이 좋아>

감독 권칠인 출연 이미숙, 김민희, 안소희 제작·배급 시네마서비스 개봉예정 11월

<뜨거운 것이 좋아>는 네명의 싱글 남녀의 일과 사랑을 위트와 섬세함으로 그려냈던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 신작. 10대, 20대, 40대의 세 여성이 주인공이다. 27살의 시나리오작가 아미(김민희)는 일이고 연애고 모두 우울한 인생인 반면 그의 언니인 41살 싱글맘 영미(이미숙)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잘나가는 바쁜 엄마와 인생 꿀꿀한 이모 사이에서 16살 강애(안소희)는 또래보다 빨리 성숙해버렸다. 영화는 이렇게 서로 다른 세 여자의 ‘뜨거운 인생’을 엮어낼 예정. <서프라이즈>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민희, 그룹 원더걸스의 멤버 안소희, 강애의 남자친구로 출연하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범 등 캐스팅 면면이 흥미롭다.

+관전포인트 쿨함이 최고 미덕인 세상. 이 영화의 여자들이 말하는 뜨거움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르게 살자>

감독 라희찬 출연 정재영, 손병호, 주진모 제작 필름있수다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10월18일

은행강도 모의훈련 중에 어리버리한 순경(정재영)이 진짜 강도로 오해받으면서 벌어지는 소동극. 강원도 삼포시에서 연쇄 은행강도사건이 벌어지자 신임 경찰서장(손병호)은 강도잡기 대비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교통과 순경 정도만은 강도 역을 맡게 된다. 어수룩하고 고지식한 정도만이 지나치게 ‘열연’한 나머지 모의훈련장은 실제 사건현장처럼 일이 커지고 특수기동대와 방송사 카메라가 몰려오는 등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이 된다. 장진 감독이 각본을 썼다. <박수칠 때 떠나라>의 조감독 출신인 라희찬 감독의 데뷔작.

+관전포인트 아이러니한 소동극을 만들어내는 장진의 재능에 기대.

<내 생애 최악의 남자>

감독 손현희 출연 염정아, 탁재훈 제작 CK픽쳐스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9월6월

술고래 커리어우먼 주연(염정아)과 유흥 따위 모르고 날마다 자취방으로 ‘칼’귀가하는 성태(탁재훈)는 서른두살 동갑의 10년지기. 이들은 술김에 두번 잠자리를 같이하고 나서 ‘이것이 운명인가보다’ 하며 결혼한다. 그리고 신혼여행 다음날, 주연과 성태 앞에 각자의 이상형이 나타난다.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결혼하자마자 다른 이성에게 한눈이 팔린 노총각 노처녀 부부가 ‘다시 싱글되기’ 위해 바동거리는 소동을 담는 코믹멜로. <여선생 vs 여제자>에서 아쉽지 않은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었던 염정아에게 관심이 쏠린다.

+관전포인트 두번의 잠자리로 10년 우정이 깨지고, 백년해로 부부의 연이 하룻밤 만에 박살난다는, 다소 성질 급한 이야기.

<두 얼굴의 여친>

감독 이석훈 출연 봉태규, 정려원 제작 (주)화인웍스 배급 쇼박스 개봉예정 9월13일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정려원은 스크린에서도 화려하게 빛날 수 있을까. 정려원의 첫 주연 데뷔작으로 알려진 영화 <두 얼굴의 여친>은 다중인격을 지닌 여자와 소심한 성격의 남자가 만나며 빚어지는 좌충우돌 연애담이다. 애교만점에, 스트레스는 뽁뽁이를 터뜨리며 푸는 아니(정려원)는 누가 봐도 탐나는 여자친구. 하지만 특정한 상황에서는 폭력적인 캐릭터 ‘하니’가 튀어나온다. 대학교 7학년이 되기까지 연애 한번 못해본 남자 구창(봉태규)은 아니의 외모를 보고 한눈에 반하지만, 갑자기 돌출하는 그녀의 폭력과 욕설엔 당황한다. 하지만 어쩌나, 이미 얽혀버린 몸인걸. 구창은 너무나 다른 두 여자 사이에서 묘한 사랑을 느끼고, 평생 아니를 지켜준다고 맹세한다. <방과후 옥상>의 이석훈 감독과 봉태규가 다시 뭉쳤으며, 역시 <방과후 옥상>의 김태현이 아니의 옛 남자친구로 출연한다. 인간 마음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부분을 코믹과 감동의 로맨스로 풀어가겠다는 게 이석훈 감독의 의도. 전작에서처럼 판타지적인 요소도 등장해 이야기를 재치있게 꾸며간다. 무엇보다 봉태규와 정려원의 코믹 궁합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추석 연휴 한주 전에 관객을 찾아간다.

+관전포인트 ‘애교려원’과 ‘엽기려원’의 화학작용, 그리고 봉태규의 코믹연기.

<마이달링, FBI>

감독 이인수 출연 김규리, 리키 김, 박용식, 전원주, 배도환 제작 트라이엄프픽쳐스 배급 미정 개봉예정 11월 중

미국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어 교사 인턴으로 근무하는 미미(김규리)는 보수적이기 그지없는 산골마을 출신.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신분을 감춘 FBI요원 알버트(리키 김)와 사랑에 빠진 그녀는 그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비자마저 만기되자 체념한 채 고향으로 돌아온다. <마이달링, FBI>는 혼인담을 다루는 여느 영화처럼 주인공 남녀, 그리고 그들 가족의 문화적 차이를 부각시킨다. 미미의 고향인 낙지성 마을은 혼혈인 알버트를 쉽게 받아들일 리 없고, 그녀의 아버지인 진국(박용식)은 마을의 전통을 중시하는 고집스런 사람이며, 여기에 알버트의 직업과 관련된 오해들이 뒤엉킨다. <HANN 한길수> <창공으로>를 연출한 이인수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관전포인트 너무 다른 그들, 갈등을 뚫고 어떻게 결혼에 골인하나.

<도레미파솔라시도>

감독 강건향 출연 차예련, 장근석, 정의철, 임주환 제작 에스에이 홀딩스 배급 미정 개봉예정 11월 중

<늑대의 유혹> <그놈은 멋있었다>에 이어 귀여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세 번째 영화. 음악밴드의 보컬인 은규(장근석), 그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베이시스트인 희원(정의철), 그들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정원(차예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비밀리에 놀이동산에서 일하던 정원은 자신을 놀리는 은규에게 콜라를 쏟아부으며 복수한다. 우연찮게 정원의 옆집으로 이사온 은규는 아르바이트를 빌미로 그녀에게 자신의 기타를 연습실까지 운반하는 ‘짐꾼’ 노릇을 강요한다. 투닥거리는 사이 둘은 서서히 정이 들지만 희원이 실은 정원과 좋아했던 사이이며 좋지 않은 일로 그녀와 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갈등이 불거진다. 장근석, 정의철이 직접 악기를 연주할 콘서트 장면이 영화의 하이트라이트.

+관전포인트 풋풋한 배우들이 연주하는 하이틴 음악영화의 화음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