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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의 퀴어가 영화를 만나는 방식

‘CQN 썸머 컬렉션:렛츠 퀴어!’, 7월16일부터 7일간 CQN명동에서 열려

성정체성 혹은 개인의 성적 취향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사회적 기준에서 평가될 때 더이상 개인적이거나 내밀한 것이 아닌 정치적인 의미를 띠게 된다. 성적소수자들이 스스로를 ‘퀴어’로 지칭하며 그들은 정상적인 것, 일반적인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며 어두운 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던 시기에 그것은 정말 ‘퀴어’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끊임없는 정치적, 문화적 운동을 통해 중심과 주변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지금, ‘퀴어’에는 수많은 의미들이 덧붙여졌다. 그리하여 ‘퀴어’라는 단어는 다원성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태도와 관련된 트렌디하고 패셔너블한 분위기를 내포하게 되었다. 7월16일부터 일주일 동안 씨네콰논코리아에서 주최하는 렛츠퀴어영화제는 지금-이곳의 ‘퀴어’가 영화라는 장르와 어떻게 결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 퀴어영화의 짧은 역사를 소개한다.

<썸머 스톰>

<푸치니 초급과정>

렛츠퀴어영화제는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섹션은 ‘신작 퀴어 컬렉션’으로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최근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영원한 여름> <썸머 스톰> <달콤한 열여섯> <푸치니 초급과정> <한국퀴어단편특선> 등 총 5편이 상영된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인기를 모았던 대만의 레스티 첸 감독의 <영원한 여름>은 모범생과 문제학생으로 만난 동급생간의 미묘한 감정변화를 다룬 작품이다. 미국의 리처드 글레이저, 워시 웨스트모어랜드의 <달콤한 열여섯>은 2006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심사위원상 수상작으로 고지식한 부모님 때문에 증조할아버지 집으로 쫓겨간 십대 임신부가 게이 삼촌을 만나 다른 세대, 성격, 사연을 가진 이들이 동거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리아 매겐티 감독의 <푸치니 초급과정>은 레즈비언인 주인공이 한 커플과 동시에 사랑에 빠지면서 복잡하게 얽힌 애정의 삼각관계를 그린다. 독일 작품인 마르코 크레즈페인트너의 <썸머 스톰>은 청소년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우정과 사랑 사이에 걸친 친구에 대한 강한 애정 때문에 혼란을 겪는 십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국 단편영화 세편, <구보씨일보> <Un/going Home> <친구니까 말할게>가 새롭게 소개된다.

‘한국 퀴어 히스토리’라는 제목으로 묶인 두 번째 섹션에서는 동성애 코드를 담아냈던 작품들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호러영화의 틀 속에서 여고생들간의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을 세련된 방식으로 다뤘던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와 두 남자와 한 여자 사이를 흐르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긴장감있게 따라가는 여정을 보여주었던 <로드무비>(2002), 남편의 동성애인을 질투하면서 욕망하는 여성을 그린 <욕망>(2004)을 통해 과거의 한국 퀴어영화의 압축적인 지형도를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한 소년이 트랜스젠더로서의 성정체성을 발견하며 겪게 되는 방황과 성장담을 재기발랄 화법으로 선보인 <천하장사 마돈나>(2006)와 본격 퀴어멜로임을 표면에 드러내면서 두 남자의 계층을 뛰어넘은 사랑을 그렸던 <후회하지 않아>(2006) 등 한국 퀴어영화의 현재를 보여주었던 작품을 스크린을 통해 다시 만나 볼 수 있다. 세 번째 섹션인 ‘퀴어나잇 피버’를 통해 지금도 마니아들의 환성 속에서 끊임없이 재상영되고 있는 <록키 호러 픽쳐쇼>와 뮤지컬로도 인기를 끌었던 <헤드윅>의 신명나는 리듬 속에서 진정한 축제로서의 영화제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