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영화는 다시 깨어난 거인이다.” 토론토국제영화제 노아 코완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수많은 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과 자국 작품들의 성공적인 해외 판매가 줄을 이었고, 전년 대비 관객 수는 7.4%, 입장표 판매수익은 9.3%나 늘어났으니 코완 위원장의 발언이 과장된 수사학의 발로만은 아닐 것이다. 한결 더 반가운 소식은 독일인들이 다시 자국영화를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2006년 한 해 동안 1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독일영화는 8편에 이르고, 수준 높은 저예산영화와 다큐멘터리영화들까지 관객의 주목을 받아 자국영화 점유율은 무려 25.8%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아이스 에이지2>와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다빈치 코드>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이어 독일영화가 3편이나 2006년 최고 흥행작 10편에 포함되어 있다. <향수> <일곱 난장이: 숲은 너무 좁아>와 축구다큐멘터리 <독일. 한여름의 동화>가 그들이다.
2000년 이후 독일영화가 자국영화 점유율에서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힘은, 장르를 아우르며 다양한 연령층을 커버하는 작품들의 선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독일영화진흥청 페터 딩게스 청장의 평이다. 다국적 프로젝트인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독일의 국민 코미디언인 오토 발케스가 주연을 맡은 <일곱 난장이: 숲은 너무 좁아>와 함께, 안드레아스 드레젠, 한스-크리스티안 슈미트, 오스카 뢰흘러와 같은 작가주의 감독들의 수작들이 골고루 선을 보였고, 플로리안 헹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데뷔작 <타인의 삶>과 마르쿠스 로젠뮐러 감독의 <그레이브 디시즌스>(Grave Decisions) 같은 영화들은 물론이거니와, <독일. 한여름의 동화>(Deutschland. Ein Sommermarchen)와 국제적으로 각광을 받았던 <위대한 침묵>(Die Große Stille)은 다큐멘터리영화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새롭게 모으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요약해 말한다면, 독일 영화산업은 장르를 아우르고 다양한 연령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들을 충분히 만들어냈고, 그 결과 2006년 판매된 입장권 4장 중 한장이 자국영화 관람을 위한 것이었다는 행복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과연 저먼 시네마의 리바이벌인가? 4년 전 <굿바이 레닌>으로 시작된 독일영화의 승승장구는 이어지고 있다. <미치고 싶을 때>와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은 <타인의 삶>이 골든글로브와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갈망>(Sehnsucht), <엠마의 행복>과 <레퀴엠>, <4분>(Vier Minuten)처럼 내용과 형식에서 상이한 작품들이 국제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함으로써 독일영화의 폭넓은 스펙트럼이 국제적 위상까지 보장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들로 미루어볼 때 2007년의 전망 역시 매우 긍정적이다. 독일 코미디 황제 불리 헤르비히의 신작인 <리시와 폭군 황제>(Lissi und der wilde Kaiser), 로젠뮐러 감독의 <다루기 힘든 녀석들>(Schwere Jungs), 한스 바인가르트너 감독의 <Free Rainer>, 마르크 로데문트 감독의 <포르노라마>(Pornorama)와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베를린영화제 참가작 <옐라>(Yella) 등은 올해 자국영화 점유율을 25% 이상으로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게다가 배후에는 독일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영화진흥정책까지 든든한 지원병으로 버티고 있다. 독일연방정부는 1억8천만유로에 달하는 필름진흥기금을 책정, 향후 3년 동안 자국영화 제작을 지원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