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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른 그녀의 용감무쌍 행진곡, 박미현
이영진 사진 이혜정 2007-02-06

“나의 연기를 인정해주는 배우여서 추천했다. (웃음) 그의 연기에 리액션을 하는 것만으로 내 인물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분출되는 놀라운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무엇보다 똑똑하다. 어떤 배우들에게 자의식은 독으로 작용하는데 그는 좀 다르다. 연기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있어서인 것 같다.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질책한다. 수련이라도 하는 듯이. 덧붙여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순간의 황홀함을 너무나 좋아하고 기뻐한다. 연출자 입장에서 그런 배우들과 작업하는 일은 매우 즐겁다. 올해 영화 한편 하고 내년에 연극을 한편 할 계획인데, 꼭 같이 일을 꾸미고 싶다.”(김태용 감독)

충무로 외곽에 미현엔터테인먼트라는 유령단체가 하나 있다. 신원을 밝힐 수 없지만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활동하는 감독들과 배우들이 소속되어 있다 한다. 단순한 친목모임은 아닌 듯하다. 법인등록만 안 했을 뿐이지 읏샤읏샤, 뚝딱뚝딱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 박미현은 미현엔터테인먼트의 실질적인 리더다. 오지랖 넓은 그가 지금까지 꼬드겨 만든 단체와 모임이 한둘일까. 국문학을 전공한 그가 연극과 급작스레 인연을 맺은 상황도 그랬다. 대학 4학년 때 우연히 신문광고에서 근로자 문화축제에 참여할 연극팀원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한 그는 막상 들어가서 팀이 와해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을 보고 직접 정비에 나섰다고. “취업도 안했는데 속이고 무대에 섰다. 수상을 하진 못했지만 몸을 쓰면서 뭔가를 만드는 일이 좋더라. 그때는 또 나보고 다들 예쁘다고 해서 배우를 해도 되겠다 싶었다. (웃음)” 연극 <마술가게>를 보러갔다 처음 대면한 안석환에게 대뜸 “연극배우 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고 물어 공연예술아카데미를 알게 됐고, 희곡도 쓰고 배우도 하며 “양다리 걸치겠다”는 마음으로 극작과에 입학했던 그는 졸업 뒤엔 <키스> <오월의 신부> <패밀리 바게트> <그림쓰기> 등에 출연하면서 무대 경력을 쌓았다.

영화쪽에 대한 호기심도 적지 않았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여공 모집 포스터를 보고 두려움없이 문을 두드렸다. “떨어졌다가 나중에 연출부 한명이 구제해줬다더라. 처음엔 너무 예뻐서 떨어졌나 그랬다니까. (웃음)” 자조적으로 ‘인간세트’라 불렀다지만, 당시 유영길 촬영감독의 퍼스트였던 조용규 촬영감독과 만나 이후 가정을 꾸리기도 했으니 실속은 차린 셈이다. “<오! 수정>에서는 정보석 선배랑 몰래 뽀뽀하는 역할이었는데. 찍을 때는 정말 겁이 없었다. 홍상수 감독님이 잘한다고 하기도 했고. 지금 와선 감독님이 배우를 잘 리드했다는 생각이지만.” 지금까지 <장화, 홍련> <동백꽃> <사과> <가족의 탄생> 등 출연해 온 그가 가장 주목받은 건 이송희일 감독의 <굿 로맨스>다. 이송 감독, <후회하지 않아>의 이영훈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대사를 직접 만들어 붙이면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그는 “실제로 찍을 때 이영훈이 쑥 다가올 정도로 너무 잘해서 적잖이 긴장했다”면서 “감정이 살아 있다면 감독과 상대배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커리어우먼 같은 건 잘 못한다. 경쟁 때문에 속쓰려 하는 여자는 생리적으로 안 맞는다. 연극 하면서 거의 연달아 4편에서 왕비를 맡아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웃음)” 간질간질한 실루엣의 연기, 관객이 배우의 얼굴 말고 가슴을 보게 되는 그런 연기를 언젠가 하고 싶다는 그는 첫 출산한 지 불과 4달밖에 안 됐으나 벌써부터 몸을 추스르고 있다. 먹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몸 쓰는 걸 좋아해서인지 체육을 잘했다. 족구도 6개월 방위보다 잘한다고 자부한다. 알다시피 충무로 프로젝트 중에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영화가 한편 있다. 감독님한테 직접 전화하기 뭣하니, 뵙게 되면 꼭 전해달라. 체육배우 한명 있다고.” 그의 용감무쌍 행진곡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 같다. 지금 이 태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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