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이 얼어붙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전통적인 성수기 12월에도 극장가의 불황은 전환될 기미가 없다. <해바라기>는 지난주 2주 연속 흥행 1위를 차지하고도 전국 100만명을 넘기지 못한 상황. 12월 첫주 박스오피스 1위 <해바라기>, 2위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가 동원한 주말 관객은 통틀어 31만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동기간 1위 <해리 포터와 불의 잔>, 2위 <광식이 동생 광태>가 불러모은 123만명의 25%에 불과한 수치다. 전통적인 비수기 11월의 고전은 그렇다쳐도 12월 초까지 극장 흥행이 회복되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영화계는 많이 우려하는 분위기다.
먼저 흥행을 선도할 흥행작의 부재가 크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정우성·김태희 주연의 <중천>, 김아중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 서기가 출연한 <조폭 마누라3> 정도의 12월 라인업으로는 지난해 <태풍>과 <왕의 남자>의 기세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외화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킹콩>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으로 이어진 지난해의 막강한 흥행라인에 비해 올해는 <007 카지노 로얄> <해피피트>를 제외하면 뚜렷한 기대작이 보이질 않는다. 올해 10월 흥행이 이상할 정도로 잘된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004년과 2005년은 10월, 11월이 모두 전월보다 하락세였으나, 올해 10월 흥행은 1076만6353명, 11월 흥행은 1410만8306명으로 30%가 넘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 <타짜>의 활약에 따른 결과다. “따라서 11월의 고전은 예견된 결과”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지난해 1707만9941명으로 월별 최고 관객을 동원했던 12월의 영광은 올해도 유지될까. 일단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Mr. 로빈 꼬시기>가 박스오피스의 하락세를 멈추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쇼박스 정태성 상무는 “전년에 비해 공급이 많았던 점도 작용했고 무엇보다 볼 만한 작품이 없었다. 12월에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한국영화들이 있어서 크리스마스와 신정 전후에는 긍정적인 반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