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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며, 제4회 서울기독교영화제
김나형 2006-09-13

9월18일 개막, 인간과 사랑에 관한 대중영화 포진

서울기독교영화제(SCFF)가 9월18일(월)부터 22일(금)까지 하이퍼텍 나다와 동숭교회에서 열린다. 기독교가 주체가 되는 영화제인 만큼 일반인은 거리를 느끼겠지만,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영화제의 목적을 기독교의 저변 확대나 선교 같은 편협한 선에 두지 않겠다는 것은 이 영화제가 처음 열릴 때부터 이어져온 각오이기 때문이다. 2003년 처음 문을 연 SCFF는 ‘기독교도는 영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나그네 기독교, 떠돌이 영화’, ‘생명, 소통, 평화’ 등 좀더 보편적인 주제로 전진해왔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영화제는 ‘사랑이 이끌어낸 상상력이 사람과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묻는다. 예수가 전파한 복음인 동시에 세상의 중요한 가치인 사랑, 그리고 그 사랑에서 비롯된 상상력. 주제의 보편성이 영화제로 하여금 기독교 내부의 고민을 넘어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종교에 관한 사건과 인물을 담고 있는 영화는 개막작 <작은 것도 아름답다>와 장편 섹션의 <리브 앤 비컴>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정도다. 종교적인 소재를 취했지만 그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사다. 그외 나머지 자리는 사랑에 관한 대중적인 영화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동숭교회와 CBS 공개홀에서 무료로 상영되는 ‘열린 섹션’은 프랑스 애니메이션 감독 미셸 오슬로의 대표작 두편(<프린스 앤 프린세스> <키리쿠 키리쿠>)과 민규동 감독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 가족 단위로 보기 좋은 영화로 손을 내민다. 동숭교회에서는 영화제 기간 동안 ‘세 가지 상상’, ‘세 가지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콘서트도 열린다. 19일과 21일에는 영화배우 추상미, 감독 류승완과 각각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지난해 서울기독교영화제에서 사전지원작으로 선정·제작되어 올해 개막작으로 상영되는 <작은 것도 아름답다>(박성호)는 월세도 제대로 못 내는 가난한 교회의 목사를 비춘다. 그는 몇 안 되는 신도들을 성심으로 보살피지만, 그들이 먹고 치대기 위해 교회에 오는 건 아닌지 관객은 궁금해질 정도다. 딸은 또래와 선생님이 있는 큰 교회에 가고 싶어하고, 파출부며 우유배달이며 편하게 살아본 적 없는 아내는 벌이없는 남편 뒷바라지에 나날이 지쳐간다. 영화는 그 모습을 통해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이 땅에서 작은 것이 가지는 의미를 묻는다. 또 한편의 개막작인 <아이 엠 어 도그>(김철웅)는 늘 혼자 주인집을 지키다 문득 집을 나서는 ‘독이’의 여정을 보여준다. 마지막의 반전이, 독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되짚어보게 만들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장편 섹션은 6편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2005 베를린영화제, 2006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는 <리브 앤 비컴>(라두 미하일레아누)은 유대인으로 가장하고 이스라엘 백인 가정으로 입양된 흑인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종교와 인종, 정치 문제를 드러낸다. 평소 보기 어려운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대표작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맹인견 강아지의 이야기로 최양일 감독이 만든 거의 유일하게 따뜻한 영화 <>, 정지우 감독의 멜로 <사랑니>, 괴팍한 노인과 소녀의 소통을 그린 <버터플라이>(필립 뮬) 같은 다정한 작품도 기다린다. 홋카이도 고등학교에 다니는 재일조선인 아이들에 대한 다큐 <우리 학교>도 눈길을 끈다. 제1회 서울기독교영화제 사전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조은령 감독이 구상했던 영화로, 그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뒤 남편 김명준 감독이 완성한 것이다.

1회 영화제에서부터 프레데릭 벡 회고전, 코 회드만의 ‘루도빅 시리즈’ 등을 상영해온 애니메이션 섹션도 걸음을 이어간다. 올해 소개되는 것은 캐나다 애니메이션들. 동화 <신데렐라>의 펭귄 버전인 <신데렐라 펭귄>(재닛 펄만), 빛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이슈 파텔의 추상애니메이션 <구슬 게임>, 페르시아 우화를 소재로 만든 <수피족 이야기>(게일 토머스) 등 6편의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다.

<작은 것도 아름답다>

<아이 엠 어 도그>

유일한 경쟁 섹션이자 영화제의 근간이기도 한 단편 경선에는 15편의 작품이 올랐다. <낙원>(김종관), <머리 위에 숯불>(조형찬), <아버지, 어금니 꽉 깨무세요>(최원석), <착한 아이>(강혜연)같이 서울독립영화제나 미쟝센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낯익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미스 마플과의 하룻밤>의 김세랑, <이춘희씨 이름표>의 김선아, <여기는 옥천 우체국>의 임동석 같은 생소한 이름도 눈에 띈다. 신인감독의 재기발랄함이 엿보이고 기독교적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 선정됐다고 양미숙 프로그래머는 귀띔한다. 영화감독 송일곤, 신학자 김용규, 배우 추상미 세명의 심사위원이 이들 작품을 심사하여 세편의 수상작이 폐막식에서 상영된다. 사전제작지원 부문에 응모한 영화기획안 중 제작지원을 받을 대상도 함께 발표된다. 사전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내년 개막작으로 선보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