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곤
김해곤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이면서 <라이방> <남자의 향기> <달콤한 인생> 등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달콤한 인생>에서 수현(이병헌)에게 총기 조립법을 가르치던 무기밀매상이 바로 김해곤이다. 이 영화의 주연이자 17년지기인 김승우와는 두 사람 모두 무명이던 <장군의 아들> 시절 만나 인연을 맺었다. 그의 연기와 시나리오에서는 모두 남성적이고 질펀하며 육체성이 묻어난다. 연애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도 어느 정도 그렇다. 1998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된 <보고 싶은 얼굴>이 이 영화의 모태. 김해곤 감독은 판권이 팔렸던 이 시나리오의 저작권을 영진공 유권해석을 통해 다시 가져오는 우여곡절을 거치며 데뷔작으로 만들었다.
영운의 친구들
영운과 연아가 만나는 자리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있다. 날마다 밤새도록 술 마시고 노는 것이 꿈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사는 이들은, 준용의 비디오가게를 중심으로 자그마하고 나태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얄미운 말을 곧잘 하지만 마음 씀씀이는 착한 준용은 <누구나 비밀은 있다> <맨발의 기봉이> 등 부쩍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탁재훈이 연기했다. 얻어맞으며 살던 아내가 집을 나간 다음 밤새워 술 마시는 자리에 어린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학이는 <음란서생>의 오달수. 마이크를 헤드폰처럼 귀에 대고 랩을 하는 노래방장면이 압권이다. 이 밖에 여자한테 붙어사는 백수 남성진(<전원일기>)과 패거리 중에선 비교적 점잖은 임승대(<박수칠 때 떠나라> <공공의 적2>) 등이 관객의 눈에 낯익을 영운의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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