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신태라 감독은 8년 전 서울역에서 전단 한장을 받았다. “저는 실험을 당했습니다. 그때부터 내 몸이 이상해졌고, 환청도 들립니다. 저는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전단 돌리는 남자는 금새 사라져버렸고, 신태라 감독은 그가 미친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테면, <브레인웨이브>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9시 뉴스>에 뛰어들어 “제 귀에 도청장치가 있습니다!”라고 외쳤던 그 남자의 진실에 다가가려는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초저예산 독립 SF영화
<브레인웨이브>에 등장하는 Hy-brain이란 뇌파 조절능력을 갖은 신인류를 의미한다. 그들은 격리 수용되어 실험 대상으로 살아가던 중 실험실을 탈출해 연구원들에게 대항해 싸운다. 사실 이 같은 설정은 SF소설과 영화의 역사에서는 그리 독창적인 것이 아니다. 많은 SF영화 팬들은 <브레인웨이브>의 이야기에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초기작인 <스캐너스>를 떠올릴 것이다. 오히려 <브레인웨이브>의 미덕은 저예산으로 실현된 감독의 상상력을 지켜보는 재미에 있다. 연구소의 배경은 하얗게 칠한 넓은 판자로 만들어졌고, 장풍장면은 카메라를 자동차 위에 올려놓고 직접 밀어내는 방식으로 연출됐다. 신태라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도중에도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녹음 조수, <내 남자의 로맨스>의 현장편집, <철수♡영희> 편집 등 다른 영화의 스탭으로 일하며 제작비를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레인웨이브>의 총제작비는 1천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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