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지난 <우주전쟁> 때 <브로크백 마운틴>에 있는 어느 <빌리지>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게 <그루지>(원한)를 품은 것을 보았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대강 이 정도 되겠다. 그러나 플롯은 없고 무차별 패러디만 있으니, 스토리를 읊어대는 것도 무의미한 것처럼 보인다. 독창성 없음, 내러티브와 논리 무시, 민망한 슬랩스틱코미디, 뻔한 화장실 유머…. 영화 상식을 잊어버린 <무서운 영화> 시리즈는 누군가에게는 ‘쓰레기’ 취급을 받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영화 수준의 경계를 무너뜨린 ‘최고의 팝콘무비’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리고 4편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겠다’는 제작진의 태도는 4편에서도 여전하다. 첫 장면, NBA 스타 샤킬 오닐의 <쏘우>팀이 등장한다. 갇힌 공간에서 한참이나 뻘소리를 늘어놓는 녀석들. 결국 탈출을 위해 처절하게 다리를 잘랐는데, 자르고 보니 엉뚱한 다리다. 이렇게 난데없는 시퀀스로 시작한 <무서운 영화4>는, 간병인이 된 신디(안나 패리스)와 트럭 운전사 톰(크레이그 비에코)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웃이 된 둘의 로맨스가 메인 스토리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수다스럽게 늘어놓는 패러디를 따라가기도 벅찬데 말이다. 영화는 <그루지>와 <우주전쟁>을 주축으로 <밀리언 달러 베이비>나 <빌리지>, 심지어는 덜떨어진 흑인 녀석 둘이 재현하는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뛰어넘는다. 패러디의 대상은 영화뿐만이 아니다. UN을 ‘언’으로 읽는 멍청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아동 성추행 혐의를 받은 마이클 잭슨, <오프라 윈프리쇼>에 나와 방방 뛰던 톰 크루즈 등 현존하는 유명인사들까지 바보로 만들어놓고 낄낄거린다.
데이비드 주커의 뻔뻔하고 노골적인 패러디 실력은 여전하지만, 꽉 짜여진 1편에 비하면 게으르고 느슨한 편. 재활용 유머가 반복되는 것도 그리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몸에 안 좋은 줄 알면서도 자꾸만 먹게 되는 불량식품처럼, <무서운 영화4>의 저속한 농담도 이따금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오리지널 영화 세트를 그대로 재현하는 등 패러디영화로서의 소임을 다했다. <쏘우>의 프로듀서가 “<쏘우3>의 욕실 세트를 가져다쓴 것이냐”고 물어봤을 정도. 목표는 낮게, 실천은 그 안에서 완벽에 가깝게. <무서운 영화4>의 가장 큰 장점은 주제파악을 잘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