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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당찬 목소리, <신데렐라>의 신세경
김수경 사진 이혜정 2006-08-21

슬픈 음악이 흐르는 스튜디오.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울고 있다. 영문을 모른 채 눈물을 흘리던 소녀의 사진은 서태지가 부른 <Take Five>의 포스터가 됐다. 8년이 흐른 지금 신세경은 “그때는 친구 생일파티에 빠지는 바람에 햄버거를 못 먹은 일만 아쉬워하던 아이였다”며 쑥스러워했다. 서태지 앨범의 표지모델이 된 뒤 신세경에게는 드라마 출연, 화장품 광고 모델, 심지어 음반 취입 제안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얼마 전 모 패션지에서 영화배우 10명을 소재로 한 화보를 촬영했을 때, 그를 최연소 배우로 추천한 김지운 감독이 “<장화, 홍련> 때는 연락이 닿지 않아 같이 작업할 수 없었다”고 말했듯이 신세경은 서두르지 않았다. “소년소녀 문학전집을 방바닥에 차곡차곡 쌓아올리며 읽는 것을 좋아하던” 신세경이 다시 얼굴을 드러낸 영화는 <어린 신부>였다. 문근영의 친구 혜원으로 출연해 김래원에게 “아저씨 원조교제지?”라고 쏘아붙이던 신세경은 깜찍했다. 이후 500 대 1의 오디션을 뚫고 당당히 주연을 따낸 대하드라마 <토지>에서는 서슬퍼런 어린 서희 역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신데렐라>의 주인공 현수 역으로 장편영화 첫 주연을 맡은 신세경은 꼼꼼하고 차분하다. 전교 10등 내외였던 성적이 많이 떨어진 일에 대해 묻자 “<어린 신부> 때는 비중이 작아서 수업에 빠진 적이 거의 없었다. <신데렐라>는 몇달 동안 촬영에 전념하다보니 생긴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리고는 “영화 촬영은 사회의 축소판이고, 단순히 혼자만 연기를 잘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배웠다. 사람들과 잘 지내는 부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데 내성적인 편이라 그런 면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번 촬영을 통해 많이 변했고, 반대로 영화나 사람들에게 신중하게 접근하는 면은 장점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자신의 논리를 조리있게 펼쳐 보인다. 현장에서 선배들 연기를 보고 배우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걸어오는 장면에서 발만 잡히는 장면이 있는데 도지원 선배는 발레를 해서인지 무심히 걸어오는 장면과 뭔가 소리를 듣고 걸어오는 장면에서 발놀림이나 느낌을 미묘하게 다르게 표현하더라”며 부러워했다. 섬세하게 다른 느낌을 보여주는 선배도 대단하지만 말해주지 않아도 그걸 한눈에 알아보는 후배도 범상치는 않다.

주의깊은 관찰력은 일상에서도 그대로 발휘된다. 신세경이 좋아하는 배우는 에단 호크. 연기보다는 그의 소설 때문이다. 에단 호크의 <이토록 뜨거운 순간>과 <웬즈데이>에 대해 칭찬하는 그의 눈에는 생기가 돈다. “연애소설인데 다른 작가처럼 글만 썼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직설적이고 거친 느낌이 있다.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문체가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적합해서 더 근사하다. 그런 이야기는 규격화된 형식의 사각형으로 가둔 채로 보여주기보다는 에단 호크처럼 풀어헤치는 편이 좋지 않을까”라고 되묻는다. 언젠가는 비슷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클로저>의 내털리 포트먼에 대해서도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매우 영리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연기를 한다.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꾸미지 않는 캐릭터도 매력적”이라고 평한다. 관찰력만큼 자신이 접한 것을 표현하는 능력도 보통이 넘는다.

1990년생 신세경은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나이를 먹는 것이다. 연기는 직접적 경험에서 기초하는 바가 크다. 간접경험도 작용하지만 직접 살아오며 경험한 것들이 묻어나야 한다”라고 애늙은이처럼 말한다. <어린 신부> 이후의 공백에 대해 “초등학교 때 너무 많이 커버렸다. 당시 중학생인데 외모는 대학생 같으니까 캐스팅을 고려했던 분들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은 그나마 고등학생이라 다행”이라며 웃는다. 혼자서 영화보기를 즐기는 신세경은 내성적인 성격과는 반대로 고집은 세다.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안 하려면 시작도 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가진 어린 여배우는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처럼 “보편적인 기준으로는 이상하고 비정상인 인물이나 사건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유리벽으로 덮듯이 냉정하게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표현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연기의 세계로 조금씩 다가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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