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세이돈>은 재난영화의 걸작 <포세이돈 어드벤쳐>(1972)를 모태로 삼은 작품이다. 20층 규모에 800개의 객실을 가진 거대한 여객선 포세이돈은 갑자기 밀려든 47m의 해일을 맞아 전복된다. 새해맞이의 행복감에 젖어 있던 승객들은 종이인형처럼 불타고 찢겨져 나가고,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방수 시스템이 되어 있는 홀에 모여 구조를 기다린다. 하지만 도박사 딜런(조시 루카스)과 전 뉴욕시장 로버트(커트 러셀)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사람들은 스스로 탈출로를 개척하기로 한다.
<포세이돈>은 거대하다. 22m 높이의 세트에 물을 가득 채워 만든 연회장과 CG로 창조된 해일은 보는 이의 호흡을 붙들어맨다. 특히 조깅하는 딜런을 따라 선내를 한 바퀴 도는 원신 원컷의 오프닝은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CG의 향연이다. <타이타닉> 이후 배가 가라앉는 장면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포세이돈>은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스펙터클로 관객의 눈을 선동하려는 것이다. 그 결과 <포세이돈>은 “규모가 문제”라는 카피를 내세우고 돌진했던 90년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연상시킨다. 물론 이 1억5천만달러짜리 값비싼 블록버스터가 좌초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72년작 <포세이돈 어드벤쳐>에는 재난에 맞닥뜨린 인간들의 드라마가 있었다. “물속에서는 나도 가벼운 여자”라던 셸리 윈터스와 “돕기 싫으면 방해나 하지 마십쇼”라고 신을 향해 부르짖던 진 해크먼의 캐릭터는 재난의 스펙터클이 사라진 이후에도 영화를 끌고 가는 매력적인 동력이었다. 물론 원전의 훌륭함을 나열하며 리메이크작을 재단하는 것은 향수에 사로잡힌 불평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 좋은 기술이 생겼으니 그걸 적극적으로 써먹는 것도 나쁜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세이돈>에는 해일과 침몰의 압도적 이미지가 끝나고 나서도 영화를 계속 지탱하고 떠 있을 만한 부력이 부족하다. 드라마는 게임 스테이지처럼 허술한 연속 액션이 대신하고, 주연배우들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대체해도 좋을 만큼 개성이 없다. <특전 U보트>와 <퍼펙트 스톰>으로 물과 인간의 이야기를 능숙하게 조합했던 볼프강 페터슨 감독도 <포세이돈>에서는 스펙터클의 힘만을 지나치게 과신한 듯한 인상이 짙다. 더이상 ‘규모가 문제’인 블록버스터 시대는 아님을 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