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니(케빈 베이컨)와 빈스(콜린 퍼스)는 최고 인기를 누리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듀오. 화려한 외면만큼 타락한 삶의 이면을 가진 두 사람은 호텔 스위트룸에서 미모의 여대생과 하룻밤을 즐긴다. 그날 여대생이 죽는다. 사건은 대충 마무리되고 15년 뒤 미모의 여기자 카렌(앨리슨 로먼)이 진실을 파헤치고자 나선다. 이 영화는 원제가 <진실이 있는 곳>이라는 동명소설이 원작. <엑조티카> <달콤한 내세> <아라라트> 등 현실의 재구성으로 진실의 균열을 들여다보아온 캐나다 감독 아톰 에고이얀의 지난해 칸 출품작이다.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스위트룸>의 영화적 배경은 1950년대 미국이다. 1950년대는 미국 TV방송의 황금기였다. 가정보급용 TV가 대량생산되면서 미국인들은 극장이 아닌 집안에서 영상물을 즐기기 시작했다. 시트콤을 비롯해 토크쇼, 퀴즈프로그램, 각종 쇼오락프로그램, 스포츠 중계 등 현재 미 TV방송 문화의 원형을 만든 프로그램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컬러TV 방송이 본격화된 것도 이 시기다.
TV방송의 황금기 덕을 제대로 본 부류 중 하나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클럽 소공연 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은 TV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도 존재했지만, 말주변과 개인기만으로 저렴하게 꾸며지는 무대 위의 1인쇼 형태는 화면크기가 작은 매체의 성격과 제작비 면에서 TV에 매우 적합했다. 스탠드업코미디언 쇼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스위트룸>의 스탠드업코미디언 듀오 래니와 빈스가 뒤꽁무니 졸졸 쫓아다니는 여성팬들에 둘러싸여 엘비스 프레슬리 못지않은 화려한 인기를 누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스탠드업코미디언들의 삶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영화를 추천한다. 1970년대 활동한 앤디 카우프먼의 전기영화 <맨 온 더 문>(1999)은 넋을 잃게 만드는 짐 캐리의 호연과 앤디 카우프먼에 대한 존경이 묻어나는 밀로스 포먼의 연출력이 뛰어난 조화를 이룬 영화다. <레니>(1974)는 과격하고 천박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1960년대에 많은 논란을 불렀던 레니 브루스의 전기영화. 더스틴 호프먼의 세심한 연기와 미국 뮤지컬계의 대부 밥 포스의 연출이 가슴을 울린다. 우디 앨런의 <애니 홀>(1977)은 스탠드업코미디언에 관한 영화는 아니지만 주인공 우디 앨런의 직업이 스탠드업코미디언이라는 점에서 추천. 이 시대 최고의 재담가 우디 앨런이 전성기 시절 만든 로맨틱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