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마지막 밤. 강원도 숲속 카페의 주인인 재성(정웅인)과 그의 친구 명수(장현성)는, 3년 전 자살한 재성의 여자친구 자은(이승비)을 떠올리며 술잔을 기울인다. 한때 지은을 포함하여 ‘마법사’ 밴드로 활동했던 이들은 밴드의 마지막 구성원인 하영(강경헌)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리고 마법은 시작된다. 카페 2층에 올라간 재성은 과거의 자은과 싸우고, 카페 밖 숲속에선 사랑을 속삭인다. 하영을 찾으러 나간 명수는 과거와 현재의 자은을 번갈아가며 만나고, 하영은 자은이 자살하기 전 마지막 통화를 떠올린다.
<마법사들>의 형제들
원신 원컷 혹은 실시간으로 촬영된 영화들
<마법사들>은 94분의 러닝타임이 하나의 컷으로 이루어진 영화다. 카페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숲속 이곳저곳을 움직이는 인물을 따라, 카메라는 이들의 주위를 유령처럼 맴돈다. 연극과 영화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형식적 실험은 많은 감독들을 매료시켜왔다.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러시아 방주>를 촬영한 스테디캠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궁 안을 유영하며 철학적 방담을 늘어놓는다. 앨프리드 히치콕 역시 범죄스릴러물 <로프>를 하나의 컷으로 영화 전체가 이루어진 듯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최대로 장전할 수 있는 필름이 10분인 탓에 10개에 달하는 컷을 교묘하게 이어붙인 결과였다.친구의 자살이 트라우마로 남은 이들의 성장기 재성, 명수, 하영은 자은의 자살 이후 음악을 멀리해왔다.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 자은의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이들에겐 성장을 의미한다. 이처럼 단짝 친구의 죽음을 겪은 이들을 다룬 영화로는, <바이준>이 있다. 성인의 문턱에서 세상을 등진 준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이들이 주인공이다. 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 속 삼각관계와도 흡사하다.
송일곤의 다른 영화들 카인과 아벨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단편 <간과 감자>, 동반자살을 시도한 가족의 비극적 결말 속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단편 <소풍>, 상처를 안고 꽃섬을 찾아가는 세 여인의 로드무비 <꽃섬>,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남자가 섬을 찾아 치유되는 이야기 <깃> 등 송일곤 감독의 영화는 간단한 줄거리 속에 치유와 구원을 담고, 구체적인 인물을 통해 신화적 원형을 재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