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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 좋아, 노장은 더 좋아
2001-02-15

비디오카페

최근엔 이름만 들어도 숙연해지는 거장감독들의 신작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감독의 명성 외에도 마틴 스코시즈의 색다른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쿤둔>을 비롯해 기타노 다케시의 모든 작품들을 한국에서도 다 볼 수 있을지 모를 예감이 드는 <키즈 리턴>, 로만 폴란스키보다도 <블레어윗치>로 급부상한 미국의 젊은 제작사의 프로젝트 <나인스 게이트>, 공포영화의 거장이지만 특이하게도 <뮤직 오브 하트>란 음악영화를 만든 웨스 크레이븐 등등…. 근래에 출시된 스티븐 프리어즈의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폴커 슐뢴도르프 감독의 <팔메토>, 피터 그리너웨이의 <필로우북> 등 반가운 작품들이 많다.

이전에 뽀얗게 먼지쌓인 채 무차별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비디오들을 감독별로 분류해 진열한 적이 있다. 고다르, 트뤼포, 코폴라, 알트먼 등 이들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한칸씩 채워가는 기쁨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르바이트와 고객들이 찾기 쉽게 제작사와 장르별로 구분을 해놓는다. 고객들이 더이상 감독을 우선으로 영화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요즘 ‘잘 나가는 감독들’, 딱 꼬집어 <식스센스> <언브레이커블>의 M. 나이트 샤말란, <메리에게 뭔가…>와 <미, 마이 셀프 앤 아이린>의 패럴리 형제…. 왠지 모르게 난 이들의 영화보다도 한때 거장이었지만, 지금은 노장이 되어버린 이들의 신작이 더 반갑다. 나에게 동조하는 분들은 언급한 작품 외에도 젊은 휴즈 형제 감독의 <아메리칸 핌프>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이주현/ 영화마을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