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뚜렷한 극장가, <혈의 누> 독주 눈에 띄네
극장가가 비수기를 통과하는가 싶더니만, 그것도 몇몇 영화에 국한된 얘기다. 박스오피스 10위까지의 집계도 힘들었던 지난 주말 극장가는 1위~3위 영화가 독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별다른 기대작의 개봉이 없었기에 <혈의 누>, <킹덤 오브 헤븐>, <댄서의 순정> 등 전주 1위~3위가 동일하게 순위를 지켰는데, 이들 영화는 낙폭이 거의 없고 개봉주와 비교해서 오히려 관객수가 늘었다는 점이 체크 포인트다.
관객이 눈길을 줄만한 신작이 개봉하면 전주 흥행작도 보통 2주차에 30% 정도의 드랍율을 보이는 것이 정상인데, 2주연속 1위를 차지한 <혈의 누>와 3위를 기록한 <댄서의 순정>은 오히려 서울 주말 관객수가 더 늘었다. <킹덤 오브 헤븐>도 고작 9% 정도의 드랍율을 기록했다.
이 세편중에서 가장 재미를 본 영화는 물론 <혈의 누>다. 2주차에 전국누계는 벌써 170만을 돌파했는데 이런 가속도라면 제작사는 300만 돌파 기념 파티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혈의 누>의 독주에는 전국 369개의 스크린수도 한몫 단단히 했지만 어쩌랴 경쟁작이 많지 않은 것을. 배급탓만 할수도 없는 상황이다. 뭣보다 <혈의 누>는 코미디 전문 흥행배우인 차승원의 입지를 더욱 넓혀 주었고 조연으로만 인식됐던 박용우의 부피감을 각인시켜줬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배우의 변신에도 박수칠수 있는, 흔치 않은 흐뭇한 경우다.
2주차에 접어든 <킹덤 오브 헤븐>도 전국 관객 110만명을 돌파했다. 한주 앞서 개봉한 <댄서의 순정>과 비슷한 흥행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댄서의 순정>은 3주차에도 변함없는 ‘문근영 파워’를 과시해 전국 175만명의 관객을 훌쩍 넘겼다. 이 정도 추이면 300만 돌파는 힘들어도 250만 정도는 도달 가능해 보인다. 중위권을 형성한 <코치 카터>와 <밀리언즈>, <트리플X2>는 고만고만한 성적을 거뒀다. 개봉과 함께 7위로 데뷔한 <킨제이 보고서>는 서울 주말 관객이 만명에도 못미치는데 마케팅과 배급력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순위에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김기덕 감독의 <활>도 지난주에 첫선을 보였다. 단관으로 시작해 서서히 상영관을 늘려나가는 새로운 배급방식을 택한 <활>은, 애초 서울 씨너스G에서만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부산극장에도 공개되어서 전국 2개관으로 개봉관이 늘었다. 하지만 부산극장의 경우 주말에 오전 2회만 <활>을 상영해서 반쪽상영에 그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활>의 개봉 4일동안의 전국누계 관객수는 996명. 평일과 주말 관객수 차이가 거의 없어서 ‘김기덕 감독 골수팬’들이 주로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활>과 함께 서울주말 이틀 관객수가 집계되지 않아서 순위에는 누락된 <아라가미>와 <2LDK>는 서울의 한곳에서만 단관 교차 상영을 해서 총742명의 관객을 모았다.
온라인팀 고일권 kika@cine21.com
1. 이 흥행순위는 각 배급사가 밝힌 관객 수로 작성된 것이며 실제 관객수와 오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2. 누계는 5월 15일까지의 수치입니다. 3. <어바웃 러브>의 스크린 수는 사정상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4. <활>은 씨네21 집계 기준인 서울주말 이틀 관객수가 파악되지 않아서 전체 관객수만 공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