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동호 | CJ엔터테인먼트·CJ CGV 대표
2004 4위 | 2003 9위 | 2002 15위
CJ 독주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인가. 박동호 CJ엔터테인먼트·CJ CGV 대표가 8년 아성의 강우석 감독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재 충무로에서 CJ의 파워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외형적으로 투자에서 배급, 제작, 상영에 이르기까지 수직적 통합을 이뤄냈을 뿐 아니라 싸이더스, 영화사 봄 등 탄탄한 제작사와의 제휴, 프리머스 인수 등 내실면에서도 충무로의 절대자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기 때문. 극장체인 CGV 또한 현재 확보하고 있는 29개 극장의 233개 스크린 외에 올해도 6개 극장 46개 스크린을 늘릴 계획이다. 특히 최근 시네마서비스에 150억원을 투자키로 한 결정은 CJ의 절대파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CJ의 발걸음은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일본의 초대형 미디어기업 가도카와와 제휴를 맺었고, 중국시장을 노크하고 있으며, 미국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설문조사에서 1위와 2위의 차이는 근소했다. 이는 “수직계열화가 독점에 의한 한국 영화산업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임과 동시에 CJ의 ‘실세’로 알려진 이미경 CJ 부회장의 존재 때문인 듯 보인다. <씨네21>은 2004년 중반부터 올해 초반까지의 활동을 근거로 순위를 매기는 올해 파워50의 성격상 지난 3월 현업에 복귀한 이 부회장을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일부 설문 참여자들은 “CJ의 리더는 명백히 이미경 부회장”이라며 1위 자리를 비워놓기도 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해외 진출과 시네마서비스 투자건 등을 직접 처리한 바 있어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로 꼽히고 있다.
2. 강우석 | 감독·시네마서비스
2004 1위 | 2003 1위 | 2002 1위 | 2001 1위
“올해는 1위를 못하더라도 정말 하나도 섭섭하지 않다.” 파워 랭킹 1위 ‘9연패’에 실패한 강우석 감독은 담담한 표정이다. “차라리 홀가분하다. 또 1위를 하면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계속 무리수를 둘 테니까.” <실미도>의 대성공으로 1위 굳히기엔 성공했지만, 강우석 감독의 순위하락은 지난해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특히 올해 들어 <공공의 적2>가 400만 관객동원 정도에 머물렀고, 프리머스 지분 70%를 CJ엔터테인먼트에 넘겼으며, CJ로부터 150억원을 투자받는 등 약화된 시네마서비스의 파워는 강우석 감독의 순위에 영향을 끼쳤다. 강 감독의 2위 하락은 한국 영화산업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한다. 충무로 토착자본의 약화, 그리고 대기업 자본의 지배력 강화가 그것이다. 13명의 설문 참가자가 강우석 감독을 1위로 꼽은 데는 이런 상황에 대한 반발도 있었을 것. 강우석 감독은 올 여름 크랭크인할 코미디영화 <택스>를 비롯해 <투캅스>와 <공공의 적> 시리즈를 잇따라 만들어나가며 당분간 연출에 전념할 계획이다.
3. 차승재 | 싸이더스 대표
2004 3위 | 2003 4위 | 2002 3위 | 2001 3위
만약 <역도산>이 흥행에 성공했다면 차승재 대표의 순위가 올라갔을까? 지난해 <말죽거리 잔혹사> <범죄의 재구성> <늑대의 유혹>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으로 승승장구했던 싸이더스 앞에 노란불을 켠 영화는 <역도산>이었다. 모든 공력을 쏟아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영화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차승재 대표의 순위가 여전한 것은 바로 그런 실패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뚝심과 안정적인 제작시스템에 대한 신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흥행에 관계없이 언제나 신뢰받는 제작자”, “성공과 실패작의 개념을 넘어 항상 영화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라는 평가는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기업이었던 씨큐리콥의 최대 지분을 확보해 싸이더스로 이름을 바꿨으며, CJ와 안정적인 제휴를 맺는 등 기업형 제작사의 전범을 보여준다는 점 또한 평가받은 지점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대작 <남극일기>와 <천군>의 흥행 여부와 노종윤 전 이사(현 노비스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이탈 효과 등은 싸이더스의 미래에 있어 변수가 될 것이다.
4. 김우택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대표
2004 5위 | 2003 8위 | 2002 20위 | 2001 18위
한때 쇼박스는 ‘투자에서 결정이 느리고 소극적이다’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요즘 쇼박스의 모습은 확실히 다르다. 최소한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로는 좀더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를 펼치며 라인업을 펼쳐왔다. 지난해엔 <범죄의 재구성> <효자동 이발사> <늑대의 유혹> <주홍글씨> 등 만만치 않은 영화들에 투자했으며, 올해는 <잠복근무> <여자, 정혜>와 함께 첫 500만 클럽 회원인 <말아톤>도 배출했다. <남극일기> <간큰가족> <분홍신> <웰컴 투 동막골> <천군> 등의 라인업도 공격적이다. 이에 따라 김우택 대표에 대한 평가도 “추진력, 새로움을 추구하는 열린 시각, 리더십 등이 장점”, “중국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점과 감각적인 경영이 큰 장점”이라고 바뀌고 있다. 하지만 시네마서비스와의 연대에 실패했고 메가박스의 확장세가 다른 체인에 비해 더디다는 점은 불안한 요소. 올해 말까지 메가박스 체인은 18개 극장 150개 스크린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후발주자인 롯데시네마의 공세를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5. 박찬욱 | 감독
2004 8위 | 2003 36위 | 2002 32위 | 2001 43위
“감독을 넘어선 감독”이라는 한 설문 응답자의 해설처럼, 박찬욱 감독에 대한 평가는 단지 한명의 연출자에 대한 그것을 초월한다. “한국영화의 표현영역을 확장했으며 칸영화제 수상으로 세계적 감독 반열에 올랐다”, “가장 세계적인 한국감독” 등의 표현은 박찬욱 감독의 위상을 알게 해준다. 지난해 파워50 설문조사 이후 그는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세계 각지의 개봉에서 화제를 몰았으며, CF에도 출연해 사인요청을 가장 많이 받는 스타감독이 됐다. 그의 사인을 받겠다는 이는 팬들만이 아니다. 여러 투자사와 배우들이 그의 사인을 받고 싶어하는 탓에 “그의 작품이나 회사에 무조건 쏘겠다는 유혹이 많다는 소문은 투명성을 밝히는 금융계에서도 인정받았다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또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자로서도 명확한 위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을 보면 박찬욱 감독의 프로듀서로서의 능력도 기대를 모으는 듯하다. 현재 그는 국제적 관심 속에서 <친절한 금자씨>를 제작하고 있다.
6. 강제규 | 감독·MK픽처스
2004 2위 | 2003 6위 | 2002 9위 | 2001 5위
거의 아무런 활동이 없었다 할 수 있는데도 원조 스타감독답게 강제규 감독이 6위를 차지했다. 1999년 파워50 순위에 진입한 이후 계속 10위권을 지키고 있는 배경에는 그가 한국 영화산업의 외연을 확장시켜왔다는 점이 자리한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영화의 표준을 만들었고, 흥행탑을 높이 쌓아올린 그의 잠재역량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 “한국 영화산업의 구원투수”, “그가 만든 영화를 기준으로 한국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분류할 수 있다”는 극찬은 충무로 안에서 그의 지위를 드러낸다. 할리우드에 진출할 첫 한국 감독이라는 점도 강제규 감독의 행보에 관심을 쏟게 한다. 명필름과의 합병을 통해 MKB와 MK픽처스를 출범시킨 점 또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화에 전념하겠다는 포부와 감독으로서의 모습만 보이겠다는 점에 더욱 기대가 된다”는 한 응답자의 이야기처럼, 강제규필름이라는 틀을 벗고 안정적인 명필름과 손잡았다는 사실은 한국에서 가장 산업친화적인 감독의 적절한 행보로 보인다는 것이다.
7. 정훈탁 | IHQ·싸이더스HQ 대표
2004 10위 | 2003 17위 | 2002 36위
정훈탁 싸이더스HQ 대표는 2002년 순위에 들어온 이래 계속해서 급격한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알짜 연기자를 가장 많이 거느리고 있으며, 매니지먼트사의 영화제작을 이뤄냈고, 배급과 투자, 극장까지 손을 대고 있는 그는 목하 태풍의 눈이라 할 만하다. 특히 지난 2월 SK텔레콤이 싸이더스HQ의 모기업 IHQ에 144억원의 지분투자를 통해 2대 주주로 들어오면서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잘 나가는 투자배급사나 탄탄한 제작사가 이루지 못했던 대기업으로부터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점보다도 이후의 행보가 더욱 궁금하기 때문이다. 특히 SK텔레콤과 거대한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는 투자 파트에서도 큰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홍콩의 거물 프로듀서 빌 콩과의 지속적인 협력관계, 유위강 감독을 기용한 <데이지> 제작, 싸이더스HQ 배우들의 해외진출 등을 통해 그의 무대가 세계로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잠재력은 1위”라는 평가가 과장만은 아닐 수도 있다. 제작자들과 일부 투자자들의 거센 견제를 극복하는 것은 그의 당면 과제다.
8. 김동주 | 쇼이스트 대표
2004 16위 | 2003 14위 | 2002 5위 | 2001 9위
“적게 먹고 적게 싼다.” 김동주 대표가 쇼이스트를 만들던 당시 선언했던 지론은 바뀐 듯하다. 이미 개봉한 <제니, 주노>와 <주먹이 운다>를 비롯해 <댄서의 순정> <엄마 얼굴 예쁘네요> <태풍태양>, 그리고 ‘욘사마’의 <외출>까지 쇼이스트가 벌여놓은 쟁쟁한 한국영화 라인업은 6∼7개에 이른다. 여기에 첸카이거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무극> 공동제작, <씬 시티> <그림형제> 등 굵은 외화가 존재해 올해는 쇼이스트의 승부처가 될 분위기다. 거대 자본의 틈에서 선전하며 해외 배급까지 추진하는 쇼이스트의 저력에는 단단한 느낌의 김동주 대표가 있다. 인간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그의 경영은 현재까지 실보다 득이 많다. 지속적인 압박으로 작용하는 자본난과 너무 많은 수입작은 위험요소로 꼽힌다.
9. 김동호 |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2004 14위 | 2003 11위 | 2002 6위 | 2001 12위
10년째 부산국제영화제라는 배를 이끌며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만들어낸 김동호 위원장의 강행군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부산영화제 10회 기념행사 준비하랴, 해외영화제와의 교류를 확대하랴, 부산영화제 발전방안을 고민하랴, 그는 여전히 가장 바쁜 영화인 중 하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산업의 의미있는 자양강장제”, “한국 영화인 중 가장 국제적인 인물”이라는 응답들에서 엿볼 수 있듯 김동호 위원장은 한국영화의 해외진출에 가장 공헌한 인물이다. 또 다른 국제영화제들이 여러 가지 파행을 겪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그의 안정적인 리더십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단지 10번째 행사라는 의미에 그치는 게 아니다. 그동안의 숙원이었던 영화제 전용관을 착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의 영향력도 더욱 단단한 기초를 다지게 될 것이다.
10. 심재명 | MK픽처스 이사
2004 9위 | 2003 5위 | 2002 4위 | 2001 4위
뜻하지 않게 격랑의 파고에 휩싸였던 심재명 이사는 절치부심하고있다. 기대작이었던 <그때 그 사람들>은 법원의 가위질로 망가져버렸고, <몽정기2>는 강제규필름의 유산으로 남아버렸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명필름과 강제규필름을 합쳐서 MKB를 출범시켰다. 상장기업의 배경과 펀드를 통해 자체적으로 투자와 배급을 펼치는 새로운 제작사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MK픽처스는 충무로의 실험실인 셈이다. “그의 기획력, 영화의 흐름을 보는 안목, 마케팅으로 화제를 만드는 능력”도 여전히 충무로의 기대를 모은다. 곧 개봉할 <안녕, 형아>와 제작 중인 <광식이 동생 광태>, 곧 제작될 <사생결단>(최호), <무림고수>(임순례), <아리랑>(정지영), <노근리 다리>(황규덕) 등 라인업은 여전히 ‘명’이라는 브랜드를 떠올리게 한다.
역대 파워맨 20위
1. 강우석 감독 2.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 3. 심재명 MK픽처스 이사 4.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5. 강제규 감독 6. 곽정환 서울극장 회장 7. 임권택 감독 8. 김승범 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 9. 이은 MK픽처스 대표 10. 신철 신씨네 대표
10년 통산 파워50 결산
8년 아성의 강우석이 단연 1위
지난 10년 동안의 파워맨은 누구였을까. 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1997년부터 올해까지 9년 동안의 순위를 놓고 가중치를 곱해 산출한 결과, 1위는 강우석 감독이었다. 8년 동안 1위를 줄곧 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2위는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 3위는 심재명 MK픽처스 이사, 4위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5위는 강제규 감독이었다. 곽정환 서울극장 회장은 2000년까지 톱 10에서 빠지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순위가 급락하며 6위를 기록했고, 임권택 감독 또한 최근 몇년 새 순위가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7위에 올랐다. 뭔가 이상하다고? 10위 안에 한국영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의 인사가 없는 것은 그동안 여러 번 대표가 교체됐기 때문. 인물은 바뀌었지만 이미경, 신용범(이하 당시 상무), 이강복, 박동호 등 역대 CJ를 대표한 인사의 그해 순위를 고려해 계산하면 전체 2위에 해당한다. 역대 파워맨 20위 안에 감독은 임권택, 이창동 2명이었고, 배우는 문성근, 한석규, 송강호 등 3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