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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Final Cut [2] - 세계의 영화지들이 뽑은 2004년 베스트 10 ②
정리 박은영 2005-02-15

“이스트우드는 지금 최고의 전성기”

<뉴욕타임스>의 베스트 10

<밀리언 달러 베이비>

“할리우드의 가장 고색창연한 레퍼토리인 싸움 영화를 만들면서, 클리셰를 가져오고 우려먹는 대신, 인간의 깊은 감정과 열망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보여준다.”(A. O. 스콧)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존 포드와 하워드 혹스의 영화처럼 쉽고 편안하면서, 존 콜트레인의 영화처럼 깊은 울림이 있다.” (마놀라 다지스) “이스트우드는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스티븐 홀든) <뉴욕타임스>는 2004년 선보인 영화 중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최고의 영화’로 꼽았다. A. O. 스콧과 마놀라 다지스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첫손에 꼽았고, 또 다른 평론가 스티븐 홀든도 6위에 올렸다.

스티븐 홀든이 1위로 꼽은 영화는, 뜻밖에도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나쁜 교육>이다. 미국 인디계의 중진과 노장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만큼, 미국 밖의 영화들이 베스트로 꼽히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2년 전 몰표를 얻다시피했던 전작 <그녀에게>에 비하면, 다소 미지근한 반응이긴 하지만, <나쁜 교육> 역시 평단이 사랑한 영화다. 그중에서도 알모도바르의 열렬한 지지자를 자처하는 스티븐 홀든은 “신부의 아동성애가 불러온 파장을 우회적으로 탐구해 들어간 클래식 필름 누아르 스타일 영화”라고 소개하면서, “진실과 허구의 관계에 대한 깊은 사색이 돋보인다”고 상찬하고 있다.

눈에 띄는 또 다른 작품은 스콧과 다지스가 사이 좋게 2위로 올린 <빅 레드 원>이다. 1997년 타계한 작가 겸 감독 새뮤얼 풀러의 말기 걸작으로 꼽히는 <빅 레드 원>(1980)은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로, 올해 영화평론가 리처드 시클과 워너브러더스의 지원으로 복원되었고, 칸영화제에서 상영돼 재평가되었다. 스콧과 다지스는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이 영화가 다시 선보인 시점이 시의적절했다면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리 마빈의 연기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풀러는 전쟁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난공불락의 진실을 다시 확인시켜주었고, 리 마빈은 마치 이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태어난 듯 열연을 펼쳐 보인다.”

스티븐 홀든

1 나쁜 교육(페드로 알모도바르) 2 사이드웨이(알렉산더 페인) 3 기품있는 마리아(조슈아 마스턴) 4 베라 드레이크(마이크 리) 5 킨제이(빌 콘돈) 6 밀리언 달러 베이비(클린트 이스트우드) 7 브라이트 리브스(로스 맥엘비) 8 도어 인 더 플로어(토드 윌리엄스) 9 이터널 선샤인(미셸 공드리) 10 마더(로저 미첼)

A. O. 스콧

1 밀리언 달러 베이비(클린트 이스트우드) 2 빅 레드 원(새뮤얼 풀러) 3 무라드(우스만 셈벤) 4 이터널 선샤인(미셸 공드리) 5 타네이션(조너선 코예트) 6 안녕, 용문객잔(차이밍량) 7 킨제이(빌 콘돈) 8 도쿄 대부(곤 사토시) 9 인크레더블(브래드 버드) 10 화씨 9/11(마이클 무어)

마놀라 다지스

1 밀리언 달러 베이비(클린트 이스트우드) 2 빅 레드 원(새뮤얼 풀러) 3 사이드웨이(알렉산더 페인) 4 비포 선셋(리처드 링클레이터) 5 콜래트럴(마이클 만) 6 이터널 선샤인(미셸 공드리) 7 킬 빌2(쿠엔틴 타란티노) 8 이노센스(오시이 마모루) 9 늑대의 시간(미카엘 하네케) 10 맹정(리양)

10월의 베스트 무비는 <올드보이>

<가디언>의 베스트 10

<나쁜 교육>

피터 브래드쇼와 필립 프렌치 등이 다양한 포맷의 연말 결산을 내놓았던 예년과 달리, 2004년 <가디언>은 비교적 단출하게 마무리지었다. 또 다른 필자 산 브룩스가 “2004년 당신이 보아야 했던 영화”라는 제목으로 월별 베스트를 선정한 것이다.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와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로 시작되는 2004년의 영화들은 대개는 영화제를 통해 선보였거나, 한국에도 개봉된 영화들이지만, 몇몇 낯선 제목의 추천작들이 보인다.

우선 3월의 영화 <스테이션 에이전트>는 미국에서조차 별 호응을 얻지 못했던 미국 국적의 코믹드라마. 뉴저지의 삼림지대를 배경으로 한 청춘들의 방황을 그린 작품이다. 8월의 영화 <나의 건축가>는 건축가인 아버지를 따라붙은 다큐멘터리. 9월의 영화 <오픈 워터>는 표류하는 부부를 다룬 스릴러물로, 미국에서도 호평을 얻은 바 있다. 11월의 영화 <룩 앳 미>에 대해서는 “신랄하고, 위트가 넘치고, 완벽한 연기 앙상블을 보이는, 프랑스 사람들이 잘 만드는 유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눈에 띄는 것은 10월의 베스트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올라 있다는 사실. “어떻게 이 영화를 정리할 수 있을까? 박찬욱의 이 특출난 스릴러는 <입크레스 파일>과 아시아 폭력물의 영향을 받은, 카프카 스타일의 그리스 비극이다. 영화 속의 안티히어로는 감옥에서 나와 무고한 자신을 가둔 자를 찾아나선다. 이 과정에서 그는, 복수는 산낙지처럼 차가울 때 먹어야 맛있는 음식과도 같다는 걸 깨닫는다.”

이 밖에도 <가디언>은 2004년을 결산하며 “극영화의 침체와 더불어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을 계기로, 다큐멘터리의 르네상스가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필립 프렌치는 이 기사에서 “올해의 세계 영화계의 사건은 할리우드의 신동도 중국 무협의 거장도 아니고, 도발적인 다큐멘터리로 칸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라고 단언하면서,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다양한 정치다큐멘터리를 비롯해, 모건 스펄록의 <슈퍼 사이즈 미>, 앤드루 자레키의 <프리드만 따라잡기>, 너새니얼 칸의 <나의 건축가>, 톰 앤더슨의 <로스앤젤레스는 혼자 상연된다> 등 유례없이 다양해진 다큐멘터리의 스펙트럼을 짚어냈다.

산 브룩스의 월별 베스트

1월 엘리펀트(구스 반 산트) 2월 도그빌(라스 폰 트리에) 3월 스테이션 에이전트(톰 매카시) 4월 이터널 선샤인(미셸 공드리) 5월 나쁜 교육(페드로 알모도바르) 6월 리턴(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 7월 비포 선셋(리처드 링클레이터) 8월 나의 건축가(너새니얼 칸) 9월 오픈 워터(크리스 켄티스) 10월 올드보이(박찬욱) 11월 룩 앳 미(아녜스 자우이) 12월 연인(장이모)

아시아, 다큐멘터리, 그리고 프랑스영화

<카이에 뒤 시네마>의 베스트 10

<열대병>

<카이에 뒤 시네마>의 ‘2004년의 영화’ 리스트는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믿었던 1월호에 2004년 결산이 실리지 않아 알아보니, 2월호에 실릴 예정이었던 것. 마감 와중이었을 장 미셸 프로동 편집장은 친히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진의 ‘톱 10’ 리스트에, 간단한 코멘트를 덧붙여 보내주었다. 언제나처럼 <카이에 뒤 시네마>의 ‘톱 10’은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별로 없다. 1년 내내 이들이 표지를 비롯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온 영화들은, 언제나 연말 결산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마련이다. 2004년 최고의 영화는 11월호 커버스토리였고, 평자들의 과반수가 별 넷을 헌사했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열대병>으로 선정됐다. 자연스러운 결과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친애하는 당신> 시절부터 <카이에 뒤 시네마>가 총애하던 감독이다. 이 밖에 이들이 주목하던 아시아 감독 중에선 왕빙(중국), 리티 판(캄보디아), 허우샤오시엔, 가와세 나오미의 영화가 순위 안에 들었다. 눈에 띄는 것은 칸영화제 개봉 당시 논란을 빚었던 빈센트 갈로의 <브라운 바니>와 비평과 흥행에서 부진했던 나이트 샤말란의 <빌리지>가 높은 순위로 언급됐다는 사실.

<카이에 뒤 시네마>에 기고하는 15인의 평론가들이 중지를 모은 이번 결과에 대한 장 미셸 프로동 편집장의 분석에 따르면, 2004년은 아시아영화, 다큐멘터리, 그리고 프랑스영화가 돋보인 한해였다고 한다. “아시아영화의 선전이 두드러지는 한편, 다큐멘터리의 활약도 눈부시다. 응답자들이 언급한 한국영화에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생활의 발견> 그리고 <살인의 추억> 등이 있었다(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2004년에 프랑스에서 개봉되지 않았다). 프랑스영화도 유난히 많이 언급됐는데, 아르노 데플레생처럼 많은 지지를 얻은 감독이 있는가 하면 고다르, 로메르, 아사야스, 데스 팔리에르, 자코 등의 영화도 골고루 추천을 받았는데, 이는 우리 평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현재 집계 중인 독자들의 초이스도 우리 필자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편집자와 필자들이 뽑은 베스트

1 열대병(아핏차퐁 위라세타쿤) 2 철서구(왕빙)   S-21(리티 판)   빌리지(M. 나이트 샤말란) 5 사라(가와세 나오미) 6 왕과 왕비(아르노 데플레생)   브라운 바니(빈센트 갈로)   제리(구스 반 산트) 9 카페 뤼미에르(허우샤오시엔)   킬 빌2(쿠엔틴 타란티노)   사라반드(잉마르 베리만)

한류는 이곳에도 있다

<키네마준보>의 베스트 10

2월 초에나 선보일 <키네마준보>의 2004년 베스트영화 리스트는 “10편 중에 4편이 한국영화”라는 뉴스를 통해 공개된 지 오래다. 일본의 해외영화 리스트는 영미권과도 한국과도 많이 다른데, 한 일년쯤 뒤로 가는 타임머신을 탄 듯한 결과다. 아마도 할리우드영화가 뒤늦게 수입되고 공개되는 전통 때문인 것 같다. <키네마준보>의 평론가들이 첫손에 꼽은 영화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신작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아니라, 그 전작인 <미스틱 리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최고의 외국 감독으로도 뽑혀 2관왕이 됐다.

<키네마준보> 평자들의 베스트 10은 비교적 표본집단이 커서, 독자들의 초이스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특징이 있다. 올해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한국영화의 선전. <살인의 추억>이 2위에, <오아시스>가 4위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9위에 올랐고, 최고의 감독 순위에서도 김기덕 감독이 이스트우드와 1표 차이로, 2위에 올라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 내 한류가 일부 스타들에 집중된 ‘거품’이 아니었느냐는 우려에 대한, 조심스러운 다독임이 될 수도 있겠다. “한국영화의 일본 내 정착도뿐 아니라 높은 작품성이 이번 결과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세기구치 유코 편집장의 분석이다.

이 밖에도 이번 결과에서는 판타지(<반지의 제왕> <빅 피쉬>)와 스포츠 휴먼드라마(<씨비스킷>)에 대한 일본인들의 유난한 애정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 3위에 오른 <귀향>은 성경과 신화의 영향을 받은 러시아영화로, 여행길에 우발적으로 아버지를 죽인 두 형제의 귀환을 그린 작품이다. 2003년 베니스영화제 최고상 수상작이다.

편집자와 필자들이 뽑은 베스트 10

1 미스틱 리버(클린트 이스트우드) 2 살인의 추억(봉준호) 3 귀향(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 4 오아시스(이창동) 5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피터 잭슨) 6 올드보이(박찬욱) 7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월터 살레스) 8 씨비스킷(게리 로스) 9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김기덕) 10 빅 피쉬(팀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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