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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2004]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의 의미
2004-09-12

<빈 집>의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차지함으로써 한국 영화계는 올들어 열린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주요부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의 역사를 쌓아온 일본은 물론 황금종려상(칸), 황금사자상(베니스), 황금곰상(베를린) 등 최고 영예를 안았던 중국, 대만, 이란 등도 이러한 기록은 세우지 못했다. 한 감독이 한 해 두 차례나 감독상을 거머쥔 것도 다시 보기 힘든 사례. 세계 3대 영화제가 경쟁부문에 같은 영화를 초청하지 않고, 한 감독이 몇 달 만에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기덕만이 세울 수 있는 기록이다.(사진은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

한국 영화는 90년대 말부터 거의 해마다 3대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고 있으며 2002년 <취화선>(임권택)의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을 시작으로 영화제 때마다 주요 부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한두 명의 대표급 감독에 의존하는 다른 아시아권 나라와 달리 임권택, 이창동, 김기덕, 박찬욱, 홍상수, 임상수, 송일곤 등 다양한 작가주의 감독군을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해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3대 영화제 최고상이나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의 숙원을 풀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지난 2월 <사마리아>로 베를린 감독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베를린의 영광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작품의 주제나 표현 방식도 갈수록 원숙해져 '엽기 감독'이나 '기인 감독'의 '실험작' 수준에서 이제는 보편적인 감성과 가치를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하는 '개성있는 감독'으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만들기 방식도 오늘날 충무로 영화 제작 관행에 큰 교훈을 준다.

대규모 제작비, 코미디와 멜로 등 흥행 요소만을 내세운 판에 박은 장르, 어떤 소재가 유행한다고 하면 우르르 따라가는 대중영합주의, 지나친 스타 의존도 등은 김기덕과 거리가 먼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마리아>와 <빈 집>으로 가장 우뚝한 해외 영화제 수상 기록을 남겼는가 하면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으로 미국 영화시장에서 흥행수입 200만 달러 돌파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와이드 릴리스라는 대규모 상영 방식과 작은 영화를 외면하는 관람 풍토만 개선한다면 제2, 제3의 김기덕 감독을 훨씬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위안부 누드' 파문으로 물의를 빚고 활동을 중단했던 이승연은 <빈 집>으로 자연스럽게 연예계 복귀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승연의 스크린 경력은 96년 <피아노맨>과 2002년판 <미워도 다시한번>에 주연으로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충무로 베테랑 배우들도 평생 한번 서보기 힘든 레드 카펫에 서는 영광을 안았다. <빈 집>의 감독상 수상이 이승연에게 면죄부를 안겨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브라운관 복귀 시기를 앞당겨줄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96년 MBC 드라마 <산>에서 감우성의 아역으로 등장했던 남자 주인공 재희(본명 이현균)도 영화 <자귀모>와 <해변으로 가다> 등에 얼굴을 내민 정도였으나 이번에 스타덤에 오르게 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