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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구>의 이윤택 감독
2003-11-14

"독립운동하는 기분으로 영화 만들었습니다"

270만 관객이 보고 간 연극 <오구>가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긴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동명 영화 <오구>(제작 마오필름)가 그것이다. 죽음을 앞둔 황씨 할매(강부자)가 자신을 위해 벌이는 오구굿을 통해 이승에서의 갈등을 해소한다는 것이 대략의 줄거리. 마을사람들은 오구굿과 장례식을 통해 갈등을 드러내고 또 화해한다.

연극에 이어 영화 연출을 맡은 이윤택(51) 감독을 영화의 첫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서울 종로의 서울극장에서 만났다. 이 감독은 <시민K >, <바보각시>,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 <문제적 인간-연산> 등으로 연극계에서는 '대박 연출가'로 인정받고 있다. <오구>는 감독이 연출한 연극 중 가장 많은 관객을 객석에 불러들인 작품이며 그가 연출한 첫번째 영화다.

이 감독은 "기적처럼 찍었고 기적처럼 개봉을 앞두고 있다"며 "꾸준히 찍어 힘들게 완성한 영화가 하늘의 뜻으로 개봉되고 관객들의 성원으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구>의 제작비는 18억원. 부산에 기반을 둔 제작사 마오필름은 충무로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지역 업체들로부터 힘들게 자금을 끌어모았다. 감독이 "독립운동하듯 영화를 만들었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3월에 종로여관방에서 콘티를 짜고 있는데 프로듀서가 들어와 '이윤택 영화에 아무도 투자 안한다더라'고 말을 전하더군요. 몇번씩이나 이미 수정한 시나리오를 들고 투자자들을 만나도 한다는 말은 '이제 어디 시나리오를 써 봅시다'라는 식이고요. 이 영화가 엎어지면 다시는 내 이름 석자가 들어가는 어떤 영화 작업도 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윤택이라는 이름은 연극연출가로 익숙하지만 그는 기자, 시인, 소설가, 문학 비평가에다 희곡과 TV드라마 작가까지 다양한 경력으로 '문화 게릴라'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영화에 관해서도 아버지 등에 업혀 있던 4살 때 처음 인연을 맺은 오래된 영화광. 그는 <장군의 아들2>와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 만으로>,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오세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등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이 감독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영화가 이데올로기나 문학적 예술을 담는 다는 생각은 마니아의 것이고 한편으로 장면, 장면 시간 때우기로 일관하는 것은 너무 통속적"이라며 "영화는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삶은 이런 것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내리는 자신의 첫 영화에 대한 평가는 "'초짜'치고는 잘 찍었다"라는 것. 그는 "'조금 더 (영화에)능숙하면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겠다'는 생각은 든다"며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최선을 다했고 이만하면 충분히 잘 만들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힘들게 완성시킨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그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는 듯하다. "몇 개의 얄팍한 장르로만 움직이는 돈넣고 돈먹기 식의 영화판"이라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오구>가 잘 되면 2탄, 3탄, 4탄… 쭉 영화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도 감추지 않았다.

"제작비 10억원(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는 36억2천만원)이 넘어가니 가슴이 떨릴 정도더군요. 최근 400만원짜리 디지털 카메라를 사서 직접 촬영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디지털 카메라로 제작비 1억원 미만의 영화를 만들 생각입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