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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 다룬 영화 제작 붐
2003-09-01

안중근, 김선명, 최영의, 박경원 등 줄이어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탄을 날린 안중근 의사, 전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수감됐던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 씨, 맨손으로 소를 잡았다는 극진가라대의 고수 최영의, 프로야구 원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패전처리 전문 투수 감사용, 한국 최초의 여성 파일럿 박경원 씨….

시대도 성별도 나이도 그리고 하는 일도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하나같이 어떤 소설이나 드라마 못지 않게 극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과 가깝게는 올해 안에 아니면 몇 년 안에 스크린에서 영화화하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의 기획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준비중인 '선택'에서 기획단계의 '김추자'까지 열 편은 넘을 듯.

실제 인물을 영화에서 되살리는 작업이 충무로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들의 삶이 영화화하기 충분할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데다 지나간 역사를 되돌아보는 의미도 있기 때문. 여기에 관객들에게 충분한 인지도가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장진영(사진)이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청연>(靑燕)(제작 씨네라인2)은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생애를 다룬 영화. 한국 최초 남성 파일럿인 안창남에 비해 여류비행사 박경원은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

1901년 태어난 박경원은 신학문을 깨친 후 간호사가 되려고 공부를 했으나 안창남의 비행을 보고 일본으로 건너가 비행학교를 수료하고 비행사의 길을 걷게 된다. 영화는 박경원의 극적인 삶과 사랑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남자주인공으로 <싱글즈>, <YMCA 야구단>의 김주혁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캐스팅을 확정한 후 9월말~10월초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소름>의 윤종찬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유오성의 출연이 확정된 <도마 안중근>(제작 소스원 프로덕션)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일 전후 11일 간을 집중조명한다. '도마'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안의사의 세례명으로 영화는 인간 안중근의 고뇌, 항일 투쟁, 종교관과 가족 사랑을 그릴 예정이다.

한국의 갑 엔터테인먼트와 홍콩의 드래곤 필름, 중국의 오리엔트 이글 매니지먼트가 공동으로 투자하며 '용적심'의 멍하이(孟海) 감독과 한국의 서재영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을 맡는다. 중국의 뤼순(旅順), 하얼빈,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촬영돼 내년 2월말 개봉될 예정.

<공동경비구역 JSA >와 <바람난 가족>의 제작사 명필름은 지난 2년 간 준비해온 야심작 <아리랑>의 본격적인 제작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일찌감치 송강호의 캐스팅이 확정된 <아리랑>은 님 웨일즈의 논픽션 동명 소설의 주인공인 김산(본명 張志樂 1905-38)의 짧은 생애를 그린다.

사회주의 혁명가 김산은 북한에서는 연안파로 몰리고 남한에서는 냉전식 반공이데올로기에 묻혀 철저히 외면 당한 인물. 1984년 미국의 저널리스트 님 웨일즈가 인터뷰를 중심으로 쓴 소설이 출간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는 2001년에 시작된 시나리오 작업을 가다듬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초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남부군>, <하얀전쟁>의 정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아 중국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된다.

싸이더스가 제작해 내년 초 촬영에 들어갈 예정인 <슈퍼스타 감사용>은 80년대 초반 프로야구 초기 삼미슈퍼스타즈의 패전처리 전문 투수 감사용(甘四用)의 이야기를 그린다.

삼미 계열사의 사무직 직원이었던 감사용은 82년 프로야구 출범시 입단테스트를 거쳐 마운드에 서게 되지만 이후 은퇴까지 5년 동안 15승 65패의 기록을 남기며 패전처리 투수로 '명성'을 날렸다. 김종현 감독의 데뷔작.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이 신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역도산>(제작 싸이더스)은 일본에서 활동한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역도산'(본명 김신락)을 스크린 속으로 부활시킨다. 스모선수 출신으로 일본에 서구식 프로 레슬링을 인기 종목으로 부상시킨 바 있는 불세출의 영웅이다.

<실미도>에 출연중인 설경구가 역도산으로 변신할 예정. 내년 2월 촬영을 시작하며 60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한편, 극진가라대의 고수 최배달(본명 최영의)의 삶을 그릴 <바람의 파이터>도 이르면 올 가을에 촬영이 시작될 수 있을 전망이며 전향서 쓰기를 거부하다 지난 95년 45년만에 자유의 몸이 된 세계 최장기수 김선명씨의 일생을 다룬 영화 <선택>(감독 홍기선ㆍ제작 영필름/신씨네)은 후반작업을 마무리하며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시월애>의 이현승 감독은 <늦기 전에>, <커피 한잔>, <꽃잎> 등으로 7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가수 김추자의 일생을 그릴 영화를 구상하고 있으며 고주원, 김규리 등이 출연하는 <형>(제작 백상시네마)은 70년대 뛰어난 무술실력과 함께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하며 광주 빈민들의 우상으로 불린 실존인물 박흥숙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