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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광주영화제 추천작 13편 그리고 +α [1]

빛고을의 불타는 영화들 시네필을 매혹하다

2003 광주영화제 추천작 13편 그리고 +α

‘시네필’의 천국 2003 광주의 문이 열렸다. 예년보다 불어난 몸집, 풍성해진 작품, 다양해진 행사들로 제3회 광주국제영화제가 손님들을 기다린다. 15편이 장전된 서부영화의 수호신 존 포드의 회고전, 번뜩이는 총구를 마주할 60년대 일본 액션영화 특별전, ‘탐욕’과 ‘금욕’의 양단을 보여줄 호아오 세자르 몬테이로와 모리스 피알라의 추도전이 굵직하게 서 있고, 아프리카와 팔레스타인 등 변방의 신예를 끌어올린 영시네마 부문과 각국의 거장들이 자웅을 겨루는 월드시네마 부문, 그리고 다양한 미학으로 새롭게 마주할 논픽션 시네마 부문이 펼쳐져 있다.

부대행사로는 일본 비평계의 거성 하스미 시게히코와 을 저술한 미국의 영화학자 태그 갤러거가 참석하여 들려주는 ‘존 포드를 말한다’ 시네포럼이 단연 돋보인다. <레드 새틴>의 감독 라자 아마리가 내한할 예정이며, <시네마니아>의 안젤라 크리스티리브는 ‘사람들은 어떻게 시네필이 되는가?’의 시네포럼에도 참석한다. 자, 더 넓고, 더 친숙한 의미의 시네필을 위한 광주국제영화제에서 당신의 영화애를 확인하시기를.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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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추천작 6편-광주를 찾은 거장과 신예

연륜은 시대를 감싸고, 시선은 현실을 찌른다

That Day | 라울 루이스 | 프랑스&스위스 | 2003년 | 105분 | 컬러

생명을 거두시는 신에게 경배를 <그날>

스위스 근미래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기로 되어 있는 리비아는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다. 그녀는 무엇에라도 홀린 듯, “내일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 될 거라고 중얼거린다. 그리고 ‘그날’이 온다. 전날 우연히 마주쳤던 미치광이 에밀은 정신병원을 탈출하여 리비아의 집에 찾아들고, 그는 리비아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이유없이 하나둘씩 죽여나간다. 그러나 그 살인의 행각이 신의 뜻이라도 되는 듯, 리비아와 에밀은 찬송가를 부르고, 서로 알 수 없는 친화감에 휩싸여 기이한 문답을 나눈다. 결국 집안 한켠에는 살해당한 자들의 원탁이 마련된다. <도난당한 그림에 대한 가설> <범죄의 계보학> 등 초현실주의 경향과 다큐멘터리 양식을 동시에 지향해온 라울 루이스는 과연 루이스 브뉘엘의 적자라는 비유에 걸맞게 광기어린 침묵으로 뒤엉킨 촌극 한편을 만들어낸다. <그날>은 2003년 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다.

Tycoon: A New Russian | 파벨 룽긴 | 러시아 | 2002년 | 128분 | 컬러

신세기 러시아의 창세기

<뉴 러시아>

파벨 룽긴의 <택시 블루스>(1990)는 세기말 러시아에 휘몰아친 개혁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사는 사람들에 대한 기괴한 결핍의 풍자극이었다. <루나 파크>와 <결혼>을 만들며 파벨 룽긴은 그 시기를 실제로 십여년쯤 보냈고, 다시 이 영화 <뉴 러시아>를 통해 그때, 그곳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영화는 주인공 플라토의 죽음으로부터 시간을 거꾸로 센다. 1988년, 소비에트 연방의 경제적 파탄기를 이용하여 플라토와 네명의 친구들이 거대 불법 사업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사업가로 성장하는 궤적들을 현재 살아 있는 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뜯어나간다. 마치 신세기 러시아의 창세기를 다루듯, 또는 러시아의 ‘시민 케인’을 상상하듯,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에서 성공한 한 개인의 뒤안길을 보여준다. “메르세데스 안에서 인생을 보내고, 소비에트 따위는 잊어버리고.” 이 희망의 가사가 지금은 무엇을 반영하는지를 차분한 시선으로 뜯어본다.

Revenger’s Tragedy | 알렉스 콕스 | 영국 | 2002년 | 109분 | 컬러

복수의 칼을 갈아왔단다

<복수의 비극>

빈디치는 10년 전 자신의 결혼식날 독살로 아내를 잃는다.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해 어디론가 사라졌던 빈디치는 아내를 죽인 듀크를 파멸시키기 위해 2011년 리버풀로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이미 거물이 된 듀크를 파멸하려는 계획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던 중 듀크의 아들이 강간혐의로 구속되면서 빈디치는 복수의 기회를 잡게 된다. <복수의 비극>은 <리포맨> <시드와 낸시>를 통해 국내에도 이미 탄탄한 컬트팬을 형성하고 있는 알렉스 콕스의 새로운 상상력 신천지를 보여준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죽음의 나침반>을 소재로 신비한 형이상학의 이미지를 다루기도 했던 알렉스 콕스가 예의 그 기발한 코믹함과 넘치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어둡고, 폭력적인 토마스 미들톤의 1607년작 <복수의 비극>을 근미래의 시간대로 옮겨놓는다.

Since Otar Left | 줄리 베르투첼리 | 프랑스 | 2003년 | 102분 | 컬러

착한 거짓말

<오타르가 떠난 후>

돈을 벌기 위해 그루지야를 떠나 멀리 프랑스로 간 아들 오타르. 아들을 천리 타국에 보낸 백발의 노모는 오로지 그의 편지와 전화를 삶의 낙으로 삼고 살아간다. 그러나 오타르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가 오고, 누이와 조카는 노모의 상심을 걱정하여 거짓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무려 일곱달 동안 아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노모는 이상한 기운을 느끼며 직접 프랑스로 건너갈 결심을 세운다. 삶의 끝에 이른 노모와 지루한 삶을 연명하는 딸과 그런 부모세대를 떠나고 싶은 손녀. 이들이 함께 프랑스로 향한다. <오타르가 떠난 후>는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작품에서 AD로 함께했던 줄리 베르투첼리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한 가족 구성원의 죽음을 두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펼치는 슬프고 아름다운 거짓의 드라마가 영화의 마지막을 감싼다.

Our Father | 마하마트 살레 하룬 | 차드 | 2002년 | 84분 | 컬러

당신의 아버지는 안녕하십니까

<아부나>

영화가 시작하면 융단 같은 사막을 건너 한 사내가 사라진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는다. 아버지는 그렇게 떠나간다. 축구시합의 주심이 되어주기로 했던 아버지가 홀연히 그들 곁을 떠나버렸다는 소식을 들은 두 아들은 상심한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무책임하다고 하고, 동생은 형에게 무책임함의 뜻을 묻는다. 급기야 아버지의 일터로 찾아가보지만 그들이 알게 되는 사실은 그가 이미 2년3개월 전부터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뿐이다. 어머니는 두 아들의 버거운 양육을 타개하기 위해 기숙학교에 그들을 맡긴다. 여전히 동생은 끈질기게 아버지를 찾고 싶어하지만, 형은 새로운 이성의 사랑에 눈뜨게 된다. <아부나>는 끝내 슬픈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차드를 모국으로 둔 마하마트 살레 하룬은 그 슬픈 이야기를 짜내지 않고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바이 바이 아프리카>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아부나>는 슬픔을 내어주고 또 다른 안식을 얻어가는 동화 한편이다.

Rana’s Wedding | 하니 아부-아사드 | 팔레스타인 | 2002년 | 90분 | 컬러

그녀의 팔레스타인식 웨딩<라나의 결혼식>

팔레스타인 감독 하니 아부-아사드의 <라나의 결혼식>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인물들과는 다른 이유로 길을 달리고, 차를 몰고, 무언가를 절실히 찾으면서 예루살렘의 접경지역들을 헤매고 다닌다. 미혼여성 라나는 아버지에게서 갑작스러운 엄포를 듣는다. 10시간 이내에 아버지가 지정한 명단에서 남편감을 골라내지 못하면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외국으로 떠나야만 한다. 그래서, 라나는 연인 칼릴을 찾아 집을 나선다. 그런데, 왜 10시간 안에 삶의 가장 중요한 선택을 내려야만 하는 걸까? 이유는 그녀가 방을 나선 순간부터 드러난다. 도처에 널린 군인들, 죽어 실려가는 사람들, 곳곳에 쳐진 바리케이드들. 돌과 총의 전투가 오고가는 그 현실이 이유이다. 하니 아부-아사드는 팔레스타인의 어떤 사적인 삶이 거시적인 환부에 어떻게 영향받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차 안에서 식을 올리고, 거리에서 피로연을 여는 <라나의 결혼식>은 바로 팔레스타인의 현재에 관한 위태로운 위안이자, 결코 그 땅을 버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논픽션 시네마<돈키호테>가 엎어진 사연 들어보실라우?

예년과 달리 올해의 광주는 특별프로그램으로 ‘논픽션 시네마’ 부문을 마련했다. 극영화에서 만날 수 없는 기록의 숨결들이 보고 싶다면 이런 목록을 참조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은 마이클 스노의 <코퍼스 칼로섬>(2002)과 케이스 풀튼의 <로스트 인 라만차>(2002)이다. 아방가르드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 <파장>으로 내러티브의 제한을 벗어나 실험적 미학의 한 선례를 남긴 마이클 스노는 이 작품에서 역시 텅 빈 모니터를 응시하는 사람들을 좌우 반복적인 패닝숏으로 보여주는 등 독특한 다큐멘터리 양식을 보여준다. <로스트 인 라만차>는 테리 길리엄의 <돈키호테>에 관한 메이킹필름이다. 그러나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무산되었는가에 관한 기록이다. 2000년 9월 촬영을 시작한 <돈키호테>는 10년의 준비기간을 거치고, 3200만달러의 제작비 조달에 성공했음에도 갖가지 재앙들을 거치며 결국 무산되었다. <쓰리 킹즈> <시티 오브 엔젤>, 그리고 의 DVD에 수록된 <THE HAMSTER FACTOR AND OTHER TALES OF TWELVE MONKEYS, THE>를 연출한 케이스 풀튼은 사막이 홍수로 뒤덮이고, 주연배우가 병에 걸리고, 필름들이 모두 망가지면서 촬영이 무산된 <돈키호테> 제작과정의 생생한 비극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히틀러의 개인 비서 트라우들 융게의 진술을 오롯이 들을 수 있는 <히틀러의 여비서>(2002), 영화보기에 인생을 걸고 살아가는 5명의 뉴욕 시네필들에게 초점을 맞춘 <시네마니아>(2002), 1966년 런던월드컵 당시 8강까지 진출해 화제를 모았던 당시 북한 축구대표팀을 소재로 한 <일생일대의 승부>(2002), 미국 몬태나주에서 벌어진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대립구도를 비판적 시각으로 담아낸 <어느 운동가의 죽음>(2002)이 있다.

▶ 2003 광주영화제 추천작 13편 그리고 +α [1]

▶ 2003 광주영화제 추천작 13편 그리고 +α [2]

▶ 2003 광주영화제 추천작 13편 그리고 +α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