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브러더스 회고전 등 스페셜 프로그램 눈에 띄어
오는 7월10일 개막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6월11일 금호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의 상영작을 공개했다. 지난해 영화제에 비해 18편이 늘어난 장단편 190편의 행렬에서 선두를 차지한 개막작은 서기 2142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폐허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 폐막작으로는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과 부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큐브>의 감독 빈센조 나탈리가 발표한 신작 SF스릴러 <싸이퍼>가 나란히 선정됐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소름> <폰>에 이어 영화제의 막을 내리는 한국 호러영화 <여우계단>에 대해 “미완성 상태에서도 감독의 재능을 엿볼 수 있고 각기 색채가 달랐던 <여고괴담> 1, 2편과도 또 다른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신인 여성 스탭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선정 근거를 설명했다.
총 10편이 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심사위원특별상, 관객상을 놓고 경쟁하는 부천 초이스 장편 섹션에는 피터 매너스의 <999-9999>, 장준환의 <지구를 지켜라!>, 그렉 박의 SF옴니버스 <로봇 이야기> 등 여섯편의 장편 데뷔작이 포함됐다. 핑크무비 작가 제제 다카히사의 <문차일드>, 판타스포르투영화제 비평가상 수상작 <그들이 보고 있다>도 눈길을 끄는 경쟁작.
근년 들어 영화제의 정체성 테두리 안에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를 계속해온 부천영화제의 지향이 두드러진 부문은 총 37편을 모은 장르영화의 전시장인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부문. 여름이 개봉예정인 대니 보일의 , 브라이언 유즈나의 <돌아온 좀비오>, 헤비메탈 뮤지션 출신 로브 좀비 감독의 <살인마 가족>, 선댄스의 화제작 <부드러운 흙> 등으로 구성된 ‘선물세트’가 신선한 호러에 목마른 관객을 유혹한다. 올해 칸에서 화제를 모은 미이케 다카시의 <극도공포대극장 우두(牛頭)>, 사부의 판타지 <드라이브>, 야마구치 유다이의 코미디 <지옥 갑자원>은 일본에서 오는 기대작이며 ‘제한구역’ 딱지를 붙인 <에덴>과 <E.T.>의 플롯을 빌린 <화성 소년 메르카노>는 프로그래머들이 추천하는 애니메이션이다.
개막작은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사진 아래쪽).
폐막작은 빈센조 나탈리의 <싸이퍼>와 함께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사진 위쪽)이 선정되었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여우계단>은 "미완성 상태에서도 감독의 재능을 엿볼 수 있었다"고 선정 근거를 밝혔다.
올해 부천영화제의 또 다른 특징은, 예년에 비해 대폭 강화된 패밀리 섹션. 9편의 단편이 10편의 장편과 짝을 이뤄 상영되고 주말에는 단편 모음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짐 셰리던의 <천사의 아이들>(In America), 에리히 케스트너의 원작을 각색한 <하늘을 나는 교실>, 성별이 바뀌는 마술적 체험을 그린 성장영화 <남자가 됐어요> 등이 한국영화 <보리울의 여름> <동승>과 함께 묶였다. 앞서 발표된 대로 2003년 부천영화제는 가이 매딘 감독과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 특별전, 발리우드영화와 홍콩 쇼 브러더스 회고전을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제공한다. 후카사쿠 긴지 회고전 상영작 4편 중 <우주로부터의 메시지>는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작품이고, 쇼 브러더스 회고전의 프린트 상태는 양호하다는 것이 프로그래머들의 전언이다. 예고된 특별전 외에도 생명과 문명의 불화를 그린 고드프리 레지오 감독의 영상시 <카시 3부작>, 영화 박물학자 데니스 나이백의 소장 필름이 특별상영된다.
예년과 달리 한국영화 출품작이 작품 특성에 맞는 각각의 섹션으로 흩어진 올해 부천영화제는 해외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국내 신작 12편을 영어자막과 함께 상영하는 인더스트리 스크리닝을 따로 진행할 예정. 한국영화 걸작회고전은 1980년대 왕성히 활동한 박윤교 감독의 공포영화를 테마로 정했다. 기존 상영관 외에 송내역 인근 멀티플렉스 씨네올 3개 스크린을 영화제 상영관에 추가한 올해 부천영화제는 16mm나 베타로 제작돼 특별한 시설을 요하는 작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화를 2회 상영할 계획이다. 제7회 부천영화제 개·폐막식 입장권 예매는 6월19, 20일 양일간 진행되며, 영화제 상영작은 6월26일 영화제 홈페이지(www.pifan.com), 티켓파크, 전화예매(1544-1555)를 통해 6월26일 예매 창구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