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5 __ <텐 미니츠 트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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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술영화들이 위기상황이라는 점은 대부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이 전국 10만명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운 적도 있지만 지난 2∼3년간 예술영화 관객은 급격히 줄었다. 영화사 백두대간의 대표 이광모 감독은 “안전장치 기능을 했던 비디오 시장이 완전히 붕괴됐고 장기 상영을 하더라도 2,3주차 관객이 줄어드는 폭이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고 말한다. 백두대간은 지난해 <빵과 장미> <비밀 투표> 등 9편을 개봉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배급사인 디지털 네가가 택한 방식은 최대한 비용을 줄여 프린트 1벌로 순회상영을 하는 것이다. <텐 미니츠 트럼펫>은 코아아트홀, 하이퍼텍 나다, 시네마테크 부산 등에서 순회상영을 해서 1천만원 미만의 수익을 기록했다. 디지털 네가 대표 조성규씨는 이렇게 말한다. “몇년간 경험해본 결과로는 상상했던 것과 달리 예술영화 시장은 정확한 수치가 있는 시장이다. 다른 상업적 가능성이 없는 예술영화인 경우 전국 1만명이 한계다. 전국 1만명을 목표로 비용을 최대한 줄이면 1천만원 미만의 수익을 건질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관객 1만명을 목표로 삼자면 수입가가 2만달러 미만이어야 한다는 점. 수입가가 10만달러를 넘는 경우 와이드 릴리스로 벌어보자는 욕심을 내게 되고, 그래서 와이드 릴리스를 하면 비용이 증가하면서 손해액이 커질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순제작비 1억원이 넘는 한국영화가 프린트 1벌로 순회상영을 해서 돈을 벌기란 요원하다.
순제작비
마케팅비
프린트 벌수
전국관객
입장료 수입(영화사 몫)
최종 수입 예상액
1만7500달러(약 2100만원)
3천만원
1벌
8천명
2천만원
6천만원
★ ★ 이런 상황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지난해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을 내놓았다. 영진위 구상의 핵심은 전국에 20개 정도의 예술영화전용관을 확보, 와이드 릴리스 일변도인 시장에 대안적 배급시스템을 가동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현재 씨네큐브, 하이퍼텍 나다, 엠파크, 뤼미에르 등 서울 4개 극장과 목포의 중앙시네마, 광주의 광주극장, 포항의 아카데미 극장 등 7개 극장이 영진위 지원으로 극장운영에 대한 보조금을 받고 있으며 아트선재센터 내 서울아트시네마와 부산의 시네마테크 부산은 각각 영진위와 시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다. 영진위는 이외에 대구에서 자발적으로 생긴 예술영화전용관 씨네아시아를 지원할 극장후보로 검토하고 있어 목표치인 20곳의 절반인 10곳의 네트워크가 마련된 상태. 전용관은 각자 고유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전체 상영일수의 3/5을 예술영화에 할당해야 하는 만큼 예술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전보다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영진위 사무국장 김혜준씨는 “<지구를 지켜라!>나 <질투는 나의 힘> 같은 작품은 일단 와이드 릴리스로 배급된 뒤 다른 극장에서 종영되더라도 전용관에서 상영될 수 있을 것이고, 대구, 광주, 목포, 포항 등 이전에 관객을 확보할 수 없던 지역에서도 예술영화 관객을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광모 감독은 영진위의 이런 계획에 대해 “만병통치약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예술영화에 좀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는 있지만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디지털 네가 대표 조성규씨는 “극장만 있다고 관객이 생기지는 않는다”며 쓸모없는 사업이 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어떻게 수요를 만들 것인가,는 여전한 숙제로 남는 것이다. 특히 한국영화의 경우엔 전용관 사업이 당장 어떤 변화를 몰고올 것 같지 않다. 얼핏 생각해봐도 순제작비 10억원이 훌쩍 넘는 한국영화인 경우, 와이드 릴리스 배급방식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종영한 뒤 전용관에서 장기상영을 한다고 해도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시네마서비스 유석동 이사는 “일반적 상업영화와 성격이 다른 영화는 기획, 제작, 배급이 모두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상업적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고 제작비 예산부터 마케팅 방식과 배급 방식까지 처음부터 고민해야 하는데 10억원 이상 돈을 들여 만들어놓고 그때가서 배급에 관해 고민을 하다보니 와이드 릴리스밖에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영진위가 저예산 예술영화 지원과 전용관 지원을 연계된 사업으로 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혜준 사무국장은 “기획단계부터 저예산, 소규모 개봉을 염두에 두는 작품을 양산시킨다면 장기적으로는 메이저 배급망과 마이너 배급망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쨌든 앞서 예에서 알 수 있듯, 주류 영화계에서도 다른 배급방식을 모색하는 노력이 없지는 않다. 다양한 영화가 있어야 산업이 살고 그러자면 배급방식도 다양해야 한다는 대의에도 모두가 동의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고양이를 부탁해> <지구를 지켜라!> <질투는 나의 힘> 등의 영화가 한국영화를 살찌우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고 이런 영화들이 제작비에 버금가는 손해를 기록한 것도 사실이다. 비용을 줄이든 시장을 넓히든 대책이 필요하고 그 대안 가운데 하나는 손쉽게 관행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와 배급사가 머리를 맞대고 짜내야 할 일이다.남동철 namdong@hani.co.kr
한국영화 부율과 통합전산망해법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현행 배급시스템에서 대두되는 또다른 문제로 한국영화의 부율과 통합전산망을 들 수 있다.
현재 한국영화를 상영할 때 영화사와 극장은 수익을 5:5로 나눠 갖는다. 외화의 경우는 6:4로 영화사의 몫이 많다. 지방에선 외화나 한국영화가 모두 5:5다. 지난해 1월 제작사 관계자들이 한국영화도 부율을 6:4로 올려야한다며 부율개선추진위원회를 만든 적이 있다. 한국영화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율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부율은 개선되지 않았다. 극장측에서 부율과 스크린쿼터 문제를 연계하자고 주장하면서 제작자측이 물러선 것이다. 극장과 영화사, 양측의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끝났지만 현행 부율체계가 합리적이라고 믿는 제작자는 없기에 이 문제는 언제건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외화의 경쟁력이 압도적이었던 시절 만들어진 관행 때문에 지금 한국영화가 어느정도 피해를 보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극장측이 나서서 부율을 양보할 가능성은 전무하며 제작자들이 다시 모여 한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다. 관계자들은 결국 5:5에서 6:4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진전된 부율체계인 슬라이딩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사 대 극장의 수익배분을 개봉 첫 주엔 7:3, 둘째주엔 6:4, 셋째주엔 5:5, 넷째주엔 4:6 등으로 세분화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장기상영을 하더라도 극장이 손해를 볼 확률을 줄일 수 있고 영화사는 장기상영으로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예로 보면 슬라이딩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극장과 영화사가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은 많다. 배급사 청어람의 대표 최용배씨는 "외화와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도 관철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영화사에 유리한 쪽으로 슬라이딩 시스템을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배급사들은 멀티플렉스가 최대한 많이 생기길 바란다. 극장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배급사가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그간 여러차례 진통을 겪은 통합전산망은 영진위가 조달청에 사업자 선정을 맡겨놓은 상태다. 이르면 9월말 정상가동될 예정. 전산망이 제 역할을 하면 그동안 혼선을 빚었던 박스오피스 집계는 공신력을 갖추게 된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얼마나 많은 극장이 자발적으로 통합전산망에 가입하느냐에 있다. 영진위는 다양한 방식으로 가입을 유도할 생각이다. 입장권 영수증 복권사업도 그중 하나로 검토하는 방안. 입장권에 찍히는 날짜와 상영횟수, 자리번호 등을 통해 복권사업을 한다면 극장에서 관람객 숫자를 속이기위해 편법을 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전국적인 통합전산망이 제대로 작동하면 극장마다 입회원을 보내느라 쓰던 비용이 불필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 시기가 전국에 멀티플렉스 체인이 완성되는 것보다 빠를 지는 의문이다. 멀티플렉스 체인은 전산망 사업의 더딘 진행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국 주요 도시를 점령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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