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잔혹이야기>에서 <감각의 제국> 무삭제판까지, 일본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대표작 12편을 모두 필름으로 본다. 문화학교 서울이 오는 18~25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여는 그의 회고전에서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내가 시골농부라면 오시마는 사무라이”라 말했듯이, 1960년대 오시마 감독은 이데올로기적으로나 영화형식적으로나 모든 낡은 것을 부정하며 가장 전투적으로 싸운 ‘전사’였다. 정치적 좌절 속에서 섹스와 폭력에 탐닉하는 젊은이들의 초상화 <청춘잔혹이야기>(1960)는 당시 유행하던 청춘영화인 태양족 영화를 따르고 있지만, 극단적인 비관적 톤이나 안보투쟁소식, 한국 4.19혁명의 뉴스 등 극과 관계없이 끼어드는 컷에서 오시마 특유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신좌파와 구좌파의 결혼식날을 그리며 아예 노선투쟁을 영화로 드러냈던 <일본의 밤과 안개>(1960)는 그 급진성 때문에 개봉 나흘만에 제작사인 쇼치쿠가 간판을 강제로 내렸던 작품.
그의 걸작 <백주의 살인마>(1966)와 <교사형>(1967)도 이번 회고전에 포함됐다. 전체 2천숏이 넘는 격렬한 몽타주 형식의 <백주…>는, 일본 이상주의의 실패가 낳은 흉악범 이야기를 통해 폭력과 섹스라는 감독 특유의 주제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본 여고생을 강간·살해해 사형당한 재일교포 청년의 실화를 소재로 한 <교사형>에선 현실과 환상, 우화와 블랙코미디를 넘나들며 국가에 대한 전면적 비판을 해내고 있다. 이밖에 <감각의 제국><열정의 제국>의 무삭제판과 <전장의 메리크리스마스><사육><소년><도쿄전쟁전후비화><의식>이 상영된다. 입장료 5천원. 영화제 티켓 소지자들에겐 20·24일 이장호 감독·김성욱 프로그래머의 강연회와 <윤복이의 일기> 상영회가 무료다. cinephile.co.kr, (02)533-3316.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