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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힘 뺀 홍콩영화, <무간도>
2003-01-13

네온사인이 어둠속에 반짝이는 대도시, ‘개처럼 살기보다는 영웅처럼 죽겠다’며 의리로 똘똘뭉친 주인공들, 좌절과 패배가 예정된 결말 앞에 총을 장전하는 비장함.

80년대 후반 <영웅본색>의 한국 개봉이후 90년대 초반까지 ‘홍콩 느와르’라 불리며 한시대를 ‘풍미’했던 홍콩 갱영화들은 영화속 불안의 배경이 됐던 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이 현실이 되자 ‘홍콩영화광’들의 가슴속에만 남은 채 사라져갔다.

2월14일 개봉하는 영화 <무간도>(無間道)는 <해리포터>등의 외화를 제치고 지난해 홍콩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로 한국 관객들은 오래간만에 보는 홍콩 느와르영화.

현재의 홍콩 젊은이들도 중국반환 전인 90년대 초반의 청춘들 못지 않게 암울해 보인다. <무간도>는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등에 비하면 어깨에 힘을 뺀 반면 현실에는 한걸음 가까워진 느낌이다.

경찰학교 훈련중 명령을 받고 범죄조직 삼합회 조직원으로 잡입한 진영인(양조위)은 스파이 생활 10년에 완벽한 ‘양아치’로 생활하고 있다. 조직원이라는 이유로 사랑에도 실패하고 이젠 쉬운 한자 쓰기도 헛갈려 하지만 전과 8범에 ‘형제’들과 진한 의리를 나누는 조직원으로 살아간다.

한편, 조직에서 경찰에 ‘심어 놓은’ 스파이 유건명(유덕화)은 깔끔한 일처리로 상부의 신임을 받는 엘리트 경관. 예쁜 여자친구에 골프도 즐기며 가끔 TV 출연도 하는 등 조직원의 때는 벗은지 오래다.

어느날 조직의 마약거래를 경찰이 추적하는 과정에서 양측은 각자의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진영인과 유건명은 각각 내부 첩자를 찾아내라는 새로운 명령을 상부로부터 전달받는다.

둘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그러던 중 진영인이 경찰임을 아는 경찰조직의 유일한 인사인 황반장(황추생)이 진영인과 접촉하다 삼합회 조직원들로부터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조직 내에 혼자 남겨진 진영인은 이제 유건명의 정체를 밝혀 경찰 신분을 되찾으려 하지만 유건명은 조직의 보스를 제거하고 진영인의 비밀기록을 없애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진짜 경찰로 살아가려 한다.

10년간 경찰행세를 하고있는 조폭과 같은기간 조직에 잠입해 있던 경찰. 두 사람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은 100년 동안 자본주의의 중심에서 살다 사회주의 국가로 편입된 홍콩 사람들의 현재를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영화는 절묘한 상황 설정에 비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업영화의 재미를 보여주는 데 충실한 편.

과거의 홍콩느와르 영화들처럼 ‘결정적 대사’도 계속 이어지며 낮은 조명이나 극단적인 앵글 등이 보여주는 화면도 감각적이다. 감독은 <소살리토>의 유위강과 신예감독 맥조휘가 맡았으며 <디 아이>의 대니 팡과 왕가위 영화의 촬영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도일이 각각 편집 감독과 촬영감독으로 참여했다.

‘무간’은 불교의 8대 지옥가운데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인 무간지옥(無間地獄)을 뜻하는 불교용어.

<아비정전>이나 <화양연화>속 양조위의 젖어있는 눈빛이나 <열혈남아>, <천장지구>에서 유덕화가 보여줬던 카리스마를 다시 보고싶은 홍콩영화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상영시간 100분.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