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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감독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
2002-09-19

빛과 어둠의 이중주

김우형 <해피엔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촬영

① <라이언 일병 구하기>(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촬영 야누스 카민스키)

<지옥의 묵시록>이 정공법의 교과서라면 이 영화는 현재의 교과서가 된 것 같다. 최근 거의 모든 액션영화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스타일을 모방하고 있다. 과거 전쟁영화가 관객을 전쟁이 일어났던 당시 상황으로 데리고 가는 식이었다면 이 영화는 당시 찍은 필름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의도적으로 40년대 뉴스릴에 찍힌 이미지처럼 만들었다. 더러 고장난 카메라나 상태가 나쁜 렌즈로 찍은 것 같은 이미지도 들어 있고 컷마다 일부러 색감을 달리하는 등 정상적인 촬영을 일부러 피해간다. 개각도 촬영의 경우 <친구>나 <무사>에서도 쓰였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질감 역시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② <지옥의 묵시록>(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촬영 비토리오 스토라로)

촬영의 교과서. 감히 범접 못할 경배의 대상.

③ <클로스 인카운터>(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촬영 빌모스 지그몬드)

컴퓨터그래픽이 없던 시절, 아날로그 특수효과 촬영의 정상.

④ <파리 텍사스>(감독 빔 벤더스/ 촬영 로비 뮬러)

캐릭터와 사람 사이 관계를 드러내는 촬영, 완벽한 화면 사이즈와 움직임.

⑤ <분노의 주먹>(감독 마틴 스코시즈/ 촬영 마이클 채프먼)

카메라의 속도 조절면에서 최고.

황철현 <링> <두사부일체> 촬영

①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모던 타임즈> <독재자> <시티라이트> 등)

1987∼88년 무렵, 정진우 감독이 채플린의 영화들을 수입했는데 촬영부였던 나는 자막작업에 참가하게 됐다. 채플린의 영화를 프린트로 본 것은 그것이 처음이다. 보자마자 푹 빠져들었고 너무 놀라웠다. 수동으로 카메라를 돌려 찍은 영상이 저렇게 풍부할 수가 있다니,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오히려 저렇게 우습게 보일 수 있다니, 평소 성향이 코미디를 좋아하긴 하지만 채플린의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끌고가는 것이 영상의 화려함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영상은 드라마를 운반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한달여 채플린 영화에 빠져 있던 것이 촬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② <글루미 선데이>(감독 롤프 슈벨/ 촬영 에드워드 클로진스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차가운 블루 색감.

③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감독 브루스 베레스포드/ 촬영 피터 제임스 2세)

편안하고 따스한 붉은 톤. 노년의 마음을 읽는 카메라.

④ <뮤직박스>(감독 코스타 가브라스/ 촬영 패트릭 블로시어)

법정드라마 안에 흐르는 따스한 진실, 착한 마음.

⑤ (감독 허진호/ 촬영 유영길)

연기자와 드라마와 촬영의 완전한 호흡.

김윤수 <흑수선> <재밌는 영화> 촬영

① <쎄븐>(감독 데이비드 핀처/ 촬영 다리우스 콘지)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쎄븐>의 촬영에 강한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치밀한 시나리오도 좋고 블리치 바이 패스(현상할 때 필름의 은입자가 남도록 현상하는 기법)로 만든 암울한 화면도 훌륭하다. 일반적으로 광량이 많을 때보다 적을 때 촬영하는 것이 어려운데 이 영화는 최소의 광량으로 디테일까지 선명하게 담고 있다. 사진을 찍어도 마찬가지지만 빛이 부족하면 필름엔 아무 이미지도 찍히지 않는 법인데 말이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에게 조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영화의 조명은 흑인과 백인, 두 사람을 적절히 비추고 있다. 개인적으로 다리우스 콘지의 팬이다. <델리카트슨> 시절부터 다리우스 콘지의 카메라는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

② <흑수선>(감독 배창호/ 촬영 김윤수)

한국영화의 화면을 업그레이드한 작품.

③ <벤허>(감독 윌리엄 와일러/ 촬영 로버트 수티스)

할리우드 서사극의 스펙터클.

④ <노 웨이 아웃>(감독 로저 도널드슨/ 촬영 존 알콧)

치밀한 시나리오, 숨돌릴 틈 없는 긴장감.

⑤ <애니 기븐 선데이>(감독 올리버 스톤/ 촬영 살바토레 토티노)

3천컷 넘는 영화가 만드는 에너지.

조용규 <미술관 옆 동물원>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촬영

① <씬 레드 라인>(감독 테렌스 맬릭/ 촬영 존 톨)

영화 속의 수많은 독백들은 전쟁의 와중에 놓여 있는 수많은 개인들의 안타까움들을 담아낸 총알과도 같다. 화면은 마치 그 총알과 포탄들의 궤적을 따라가듯 공기처럼 유영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면서, 전쟁의 불가해함을 역설하려는 것인지…. 촬영감독은 오로지 개인들의, 병사들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찾아들어가듯이 요란한 기교를 배제하면서 스스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 곁에서 그들을 감싸안으려는 포용력이 느껴진달까? 나는 그가 부럽다.

② <죽음의 키스>(감독 캐슬린 비글로/ 촬영 애덤 그린버그)

서정적으로 감미로운 화면들과 극단적인 명암 사이.

③ <증오>(감독 마티외 카소비츠/ 촬영 피에르 아임)

칼라네거에서 흑백네거로의 놀라운 전환, 그리고 점점이 흩뿌려진 입자들이 나를 도발하는 듯.

④ <파고>(감독 코언 형제/ 촬영 로저 디킨스)

흑(인간들)과 백(snow).

⑤ <에이리언3>(감독 데이비드 핀처/ 촬영 알렉스 톰슨)

시리즈 중에서 최고… 압도적이다.

김영호 <결혼은, 미친 짓이다> 촬영

① <다크 시티>(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촬영 다리우스 볼스키)

개인적으로 독일 표현주의를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가상공간에 대한 묘사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화려한 색깔로 밤장면을 표현하면서 암울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밤을 만들어내는 데에 완벽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시작하면서 빛에 대해 알기 시작할 때 만난 영화이고 빛의 매력을 느끼게 했다. 사진을 전공하다 영화촬영을 하게 됐는데 촬영에서 나만의 세계,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가장 크게 영향을 줬던 영화다. 색이 화려하면서도 어두운 부분은 어둡게, 밝은 부분은 밝게 처리한 아주 솔직한 영화이기도 하다.

② <쎄븐>(감독 데이비드 핀처/ 촬영 다리우스 콘지)

비에 젖은 텍스처가 정확히 살아 있다. 어둠 속에 담긴 선명한 디테일.

③ (감독 허진호/ 촬영 유영길)

촬영이 앞설 때와 물러설 때를 정확히 아는 완급 조절면에서 완벽한 영화.

④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감독 코언 형제/ 촬영 로저 디킨스)

아날로그식 표현을 가장 잘한 디지털 프로세스. 연기자를 안아주는 느낌.

⑤ <브레이킹 더 웨이브>(감독 라스 폰 트리에/ 촬영 로비 뮬러)

인디영화든 메이저영화든 언제나 실험정신에 입각해서 최선을 다하는 로비 뮬러.남동철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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