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대표작 <하루> <킬러들의 수다>
① 브라질(감독 테리 길리엄/ 프로덕션디자인 노만 가우드)
내가 영화미술을 평가하는 기준은 얼마나 미술이 그 영화의 컨셉을 서포트하는가, 또는 앞서서 끌고 나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분명 이 영화보다 미래의 생활모습을 더 뛰어난 시각적 효과로 보여준 많은 작품들이 있음을 나 역시 인정한다. 그러나, 장면장면에서 테리 길리엄은 우리에게 위트와 재치, 그리고 진지한 사고가 듬뿍 칠해진 그만의 상상력으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촌스러운 느낌과 세트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고전적인 디자인 언어를 현재에 사용하여 지나친 개인주의 성향, 도시를 탈출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허구와 과장의 욕구를 모든 공간의 시각적 표현에 의해 느껴지도록 한다.
②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 프로덕션디자이너 로렌스 G. 폴)
더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할 불멸의 걸작. 스토리와 주제가 모든 장면의 미술과 일체감을 보여준다.
③ 위험한 관계(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프로덕션디자이너 스튜어트 크레그)
역사물의 장대한 스케일의 위대함을 택할 수 없었던 저예산의 사극. 그러나 클로즈업된 공간과 소품의 디테일의 화려함으로 원근감의 매력을 누른 수작이다.
④ 천국보다 아름다운(감독 빈센트 워드/ 프로덕션디자이너 유제니오 자네티)
현실과 회화의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어린 시절 꿈꾸었을 듯한 그림책의 한 장면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영상미학을 성인의 감성으로 경험할 수 있다.
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미술 레자 나미)
주인공이 처해 있는 심리적인 상황의 압박감을 세트가 아닌 훌륭한 로케이션 스카우트로 잘 표현하고 있다. 뛰어난 로케이션은 또 다른 개념의 영화미술임을 보여주는 리얼리즘적 시각이 잘 반영된 영화.
① 순응자(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프로덕션디자인 페르디난도 스카르피오티)
이 영화의 비주얼은 독창적이고, 용감하고, 우아하다. 이 섞이기 어려운 세 가지 퀄리티는 이후로 내가 가장 동경하고 도전하고 싶은 미술적 조합의 그 무엇이 되어버렸다. 연출, 촬영, 미술의 진정한 협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예. 촬영과 미술은 그 색과 톤, 콘트라스트, 상황에 따른 이상한 앵글과 프레임 등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동원하여 상징적으로, 때로 직관적으로 시나리오 상에서 드러나지 않는 요소들을 완벽히 가시화하였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주인공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과 역사를 대사가 아닌 어떠한 느낌과 정서로써 아주 가깝게 이해하게 된다. 심지어는 주인공이 깨닫지 못하는 어떠한 뉘앙스까지도 비주얼을 통해 느끼게 된다. 텍스트적 한계를 뛰어넘는, 영화만이 이를 수 있는 곳에 이르는 그러한 영화들 중 하나이다.
② 거울(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프로덕션디자인 니콜라이 드비굽스키)
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길을 잃거나 혼란스러울 때 이 영화들을 보게 된다.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③ 파이트 클럽(감독 데이비드 핀처/ 프로덕션디자인 알렉스 맥도웰)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느끼게 해주며, 그의 작품들을 보게 될 날을 기다리는 것이 인생의 낙 중 하나이다. 비주얼로 사고하며 유희하는 감독.
④ 밀러스 크로싱(감독 코언 형제/ 프로덕션디자인 데니스 가스너)
시대극이 가지는 모든 화려한 디테일과 전형성을 거부하고 미니멀하고 심플하다. 군더더기가 없고, 강력하며, 소박한 듯하지만 세련되기도 하다. 게다가 때때로 위트있기까지 하다.
⑤ 샤이닝(감독 스탠리 큐브릭/ 프로덕션디자인 로이 워커)
호러영화 중 단연코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영화.
① 욕망(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아트디렉터 아셰톤 고튼)
<욕망>은 눈으로 본 것과 카메라로 찍힌 것 사이에서 진실을 추적해가는 구조의 영화로, 카메라에 찍힌 것이 과연 사실이냐 허구냐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난해한 화두에 걸맞게 전체적인 미술의 컨셉은 포스트모던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데, 난삽하거나 산만하거나 얽매어 있지 않으면서도, 묘한 느낌을 준다. 주인공이 작업하는 암실장면이나 추적의 과정들, 사진이 놓여지는 이미지들, 마지막 마임장면들이 특히 강렬하게 남아 있다. 전체적으로 미술이 연출과 잘 어우러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②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 프로덕션디자이너 로렌스 G. 폴)
보이지 않고 알지 못하는 어떤 세계의 표현에서, 언제나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영화.
③ 중앙역(감독 월터 살레스/ 프로덕션디자이너 카시오 아마란테)
도드라지진 않지만, 정확한 미적 배치가 이뤄진 작품. 이조백자처럼.
④ 화양연화(감독 왕가위/ 프로덕션디자인 장숙평)
미술과 음악이 하나된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색감과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져 있는, 흔치 않은 영화.
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감독 스탠리 큐브릭/ 프로덕션디자인 켄 애덤)
수평, 수직의 구도감이 독특한 작품. 모양새나 구조의 느낌이 감독이 감춰둔 또 다른 상징으로 보인다.
오상만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빅터 플레밍/ 프로덕션디자인 윌리엄 카메론 멘지에즈)
남북전쟁 즈음 미국 남부지역의 자연 풍광과 저택, 의상 등이 너무 아름답게 표현됐다. 영화의 방대한 스케일에 걸맞게 방대하면서도 역사적인 디테일과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이 영화의 세트는, 지금 봐도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영화미술의 교과서라고 부를 만한 작품이다.
② 타이타닉(감독 제임스 카메룬/ 프로덕션디자인 피터 라몬트)
완벽한 고증에 의한 충실한 재현의 예.
③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감독 피터 그리너웨이/ 프로덕션디자인 벤 반 오스)
색채에 의한 공간의 구별이 명확하게 와닿으며, 감독의 의도에 충실한 미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④ 흑수선(감독 배창호/ 프로덕션디자인 강승용)
메시지를 함축시킨 세트만으로 암울한 시대상과 역사가 느껴지는 듯하다.
⑤ 섬(감독 김기덕/ 미술 김기덕)
고립, 외부와의 단절, 엽기적인 이미지의 미술적 표현이 우수하다.
① 아멜리에(감독 장 피에르 주네/ 프로덕션디자이너 알리네 보네토)
미술이 시나리오를 제대로 소화해낸 작품. 이렇게 시각적으로 강렬한 영화들은 미술이 먼저 눈에 띄어 드라마에 대한 집중도를 흐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오히려 드라마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감성과 감정, 느낌을 ‘눈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미술의 중요성을 실감케 하는 작품. 색감과 질감, 공간에 감정을 담아낸 솜씨, 또한 애니메이션과 콜라주 등 여러 기법들도 감각적이고 독창적이다. 참 부러웠다. 현실과 환상을 접목하는 등 시각적 표현이 힘든 영역까지 아울러, 영화의 퀄리티를 끌어올렸다는 측면에서 <아멜리에>의 미술은 최고다.
②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 프로덕션디자이너 로렌스 G. 폴)
철학적이고 획기적인 드라마의 환경 속에 빠지게 만드는 ‘근거’가 미술이라는 면에서, 이 영화의 미술은 매우 교과서적이다.
③ 흑수선(감독 배창호/ 프로덕션디자인 강승용)
내가 한 작품이지만… 실재하지 않는 시대와 공간을 현실감 있게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④ 땡볕(감독 하명중/ 미술 김영훈)
토속적인 것이 아름다울 수 있고, 미술이 드라마의 희로애락을 담아낼 수 있다는 깨달음.
⑤ 쎄븐(감독 데이비드 핀처/ 프로덕션디자이너 아서 맥스)
조명과 촬영, 미술이 매우 혁신적이었던 작품. 인위적인 표현이 때로 효과적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정리 박은영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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