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규 <반칙왕> <복수는 나의 것> 영화음악
① <사보타주>(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음악 루이스 레비)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음악은 절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업에서도 그런 원칙을 가지고 좋아하는 영화들도 그런 편이다. 하지만 <사보타주>의 음악은 과잉이다. 음악이 넘치고, 음악이 끌고 나가고, 음악이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나간다. 그러나 전혀 부담감이 없다. 음악이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해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준 것 같다. 영화 전체를 그렇게 끌고 나간다는 건 영화음악가에게나 감독에게나 힘든 결정이고 힘든 선택인데, 새로운 음악형식의 창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② <언더그라운드>(감독 에미르 쿠스투리차/ 음악 고란 브레고비치)
말이 필요없다. 음악이 이토록 유머를 담고 있을 수 있나, 미친놈들 같고 자연스럽고, 배워보고 싶었던 음악.
③ <델리카트슨 사람들>(감독 장 피에르 주네/ 음악 카를로스 댈레시오)
기괴한 상황설정과 그에 맞는 음악. 톱으로 연주하는 음악을 쓰는 등 기괴함이 딱 내 스타일.
④ <어둠 속의 댄서>(감독 라스 폰 트리에/ 음악 비욕)
뮤지컬처럼 보이지만 뮤지컬이 아니다. 대사나 내레이션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느낌들이 곡으로 딱딱 나왔다. 어떻게 이런 형식들을 생각했을까.
⑤ <버팔로66>(감독 빈센트 갈로/ 음악 빈센트 갈로)
자기가 만든 영화에 자기가 음악을 만드는 갈로는 무언가 하나를 뛰어넘은 사람 같다. 별거 아닌 소리를 가지고 최대로 표현해내는 사람. 기타 두대로 못할 음악이 없다.
원일 <꽃잎> <아름다운 시절> 등 영화음악
<집시의 시간>(감독 에미르 쿠스투리차/ 음악 고란 브레고비치)
고란 브레고비치의 음악적 기운과 함께 조국인 유고의 잃어버린 음악적 흔적을 찾아가는 에미르 쿠스투리차의 깊은 음악적 조예가 만나서 가능했던 영화. 유고의 전통음악과 집시들의 음악이 혼재되어 있다. 특히 독특한 보이스 사용이나 아코디언이 흘러나오던 장면은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음악이 자연스럽게 영화음악이 되어버리는 독특한 감동을 선사한다.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이미지들로 가득 찬 영화이지만 음악을 빼놓고는 생각하기 힘든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감독 데이비드 린치/ 음악 안젤로 바달라맨티)
"노 오케스트라, 노 밴드." 레베카 델 리오가 노래하던 극장신은 음악적으로 강렬하게 어필한다. 보고나면 좌표를 잊어버린 듯한, 낯선 대륙을 경험하는 것 같은 영화와 영화음악.
<희생>(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음악 와타주미도 슈소)
마지막에 흘러나오던 <마태오 수난곡>에 영화의 모든 후경을 살려놓은 것 같은 느낌. 예술가로서 끊임없이 가야 하는 길과 믿음, 그리고 깨달음을 준 영화.
<필라델피아>(감독 조너선 드미/ 음악 하워드 쇼어)
죽음을 앞둔 한 사람의 생존에 대한 갈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아리아 <어머니는 돌아가시고>(La Mamma Morta)를 타고 전해진다. 이후 덴젤 워싱턴이 가족의 안녕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감동을 배가한다.
<화니와 알렉산더>(감독 잉마르 베리만/ 음악 다니엘 벨
한 어린아이의 주변 인물들 사이 은밀히 연결되어 있는 유혹의 관계들을 아름다운 화면에 잘 담아냈다는 기억.
조영욱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밀애>
<서스페리아>, <서스페리아2>(감독 다리오 아르젠토/ 음악 고블린)
초등학교 때 <서스페리아>를 처음 보고 <서스페이아2>는 고등학교 때 본 것 같은데 음악만으로도 가장 공포스러웠던 영화로 기억된다. 고블린이란 밴드가 음악을 했는데 악기편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리만으로 강렬한 공포를 자아내는 작곡의 힘이 느껴진다. 다리오 아르젠토는 고블린의 고딕풍 음악을 영화촬영 현장에서 틀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잡아가는 느낌이 있다. 호러영화이고 영상의 이미지가 무엇보다 컸지만, 음악을 빼놓고는 생각하기 힘든 영화.
<블루벨벳>(감독 데이비드 린치/ 음악 안젤로 바달라맨티)
영화의 분위기와 선곡이 멋지게 어울렸던 영화. <인드림즈>처럼 부분적으로 영화의 성격과 상반된 선곡이 인상깊었다.
<화양연화>(음악 왕가위/ 음악 마이클 갈라소)
솔직히, 그간 왕가위의 음악선곡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며 이 사람, 음악에 대해서도 잘 아는구나라고 재발견했다. 화면의 리듬과 음악의 리듬이 한 호흡으로 흘러가는 조화로운 작품.
<미드나잇 카우보이>(감독 존 슐레진저/ 음악 존 배리)
테마음악에 하모니카라는 악기를 선택했던 존 배리의 안목과 전주에서 부터 전해지는 뉴욕의 공허하고 쓸쓸한 분위기.
<쎄븐>(감독 데이비드 핀쳐/ 음악 하워드 쇼어)
누아르 공포의 교본. 하워드 쇼어는 영화 속에서 음악이 어떻게 융화되는지에 대한 감각이 굉장히 뛰어나다. 그 영화를 보면서 좌절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①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 음악 반젤리스)
일렉트로닉한 소리로 채워진 반젤리스의 음악은 80년대 초반 작품이지만 지금 들어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세련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보통 실제 악기들을 쓰고, 오케스트라를 대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블레이드 러너>처럼 전자음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가는 것은 정말 색다른 시도였다. 물론 음색이나 악기의 사용 등 음악적인 면도 훌륭하지만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마인드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대부>(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음악 니노 로타)
어렸을 때 보면서 다른 무엇보다, 영화음악이 참 멋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영화음반을 산 첫 번째 영화.
<아메리칸 뷰티>(감독 샘 멘데스/ 음악 토머스 뉴먼)
누워 있는 케빈 스페이시 위로 장미꽃이 떨어지는 신처럼 상상 속 장면에서 적절하게 사용되었던 재미있는 음악들.
<쉰들러 리스트>(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음악 존 윌리엄스)
존 윌리엄스는 상당히 교과서적인 음악가다. 이 사람을 쫓아서 하려는 사람들도 많고. 물론 식상할 수도 있지만, 영화 전반에 끊이지 않고 나오는 음악으로 쉴새없이 사람들의 감정을 뒤흔드는 기술은 놀랍다.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감독 조엘 코언/ 음악 카터 버웰)
포크음악, 컨트리음악 등이 사용되었는데 지금 요소들을 옛날로 가져가서 음악을 푼 것이 흥미로웠다. 현재의 요소를 그 배경으로 가져가서 실제로 그때 음악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한재권 <킬러들의 수다> <피도 눈물도 없이> 등 영화음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음악 엔니오 모리코네)
어쩌면 내가 음악 일을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며 영화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지침과도 같은 작품이다. 한편의 영화 속에 담겨져 있는 멜로와 액션과 휴먼드라마, 거기에 코미디까지…. 특히나 동양인들 사이에 이 작품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가장 큰 이유가 음악이라는 사실은 영화음악을 작업하는 데 있어 종교이며, 믿음일 수 있다. 9시간이 넘는 감독의 편집원본을 간직한 사람이 오직 엔니오 모리코네라는 사실도 더할 나위 없는 매력요소려니와(!!) 장면들보다 음악이 더 익숙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음악가에게 이보다 더 극적인 작품이 있을까 싶다.
<필라델피아>(감독 조너선 드미/ 음악 하워드 쇼어)
할리우드영화가 음악 때문에 예술적으로 포장될 수 있다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안개 속의 풍경>(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 음악 엘레니 카라인드로)
보기에 힘이 부치는 영화지만 음악으로나마 아름답고 섬세해 보이게끔 만들어준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감독 샤론 맥과이어/ 음악 패트릭 도일)
오리지널 스코어 없이 선곡만으로 영화를 꾸밀 거면 이렇게 하시길, 한수 배웠슴돠∼.
<키즈 리턴>(감독 기타노 다케시/ 음악 히사이시 조)
컴퓨터음악으로 영화를 장식하면 예술성이 없다고? 천만에!!정리 백은하 luc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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