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반 형사 5인조가 중간책을 쫓는 <극한직업>의 오프닝 시퀀스. 떨어지고, 달리고, 구르다 다중 추돌사고로 이어지는 7분간의 소동은 코미디영화로서의 정체성을 단번에 드러낸다. 만약 여기서 호흡이 조금만 더 느리거나 빨랐다면, 혹은 다른 컷이 들어갔다면 지금처럼 관객을 단숨에 끌어들일 수 있었을까. 편집은 그렇게 장르의 성격과 연출자의 의도를 선명히 한다. 남나영 편집감독은 천만 영화 <극한직업>뿐 아니라 한국영화의 역사와 함께해온 인물이다. 1996년 박곡지 편집기사의 편집실에서 <넘버 3> <접속> <쉬리> 등의 네거편집을 하며 일을 시작했고, 2002년 <몽정기>로 데뷔한 뒤 강형철, 김지운, 류승완, 이병헌, 조성희, 허진호, 황동혁 감독 등 굵직한 이름들의 작품을 편집해왔다. <오징어 게임>으로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 편집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청룡영화상 등에서 편집상을 수차례 수상했다.
31주년 창간 개편호를 맞은 <씨네21>이 데뷔 30주년을 맞은 남나영 편집감독을 만나기 위해 고양시에 위치한 콘텐츠 제작 그룹 웨스트월드를 찾았다. 현재 웨스트월드 소속인 그는 이곳에서 박지은 팀장, 윤우진 팀원, 영업실장 반려묘 베리와 함께 ‘모리 편집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대화는 편집이라는 일을 다시 보게 했다. 편집자는 혼자 화면 앞에 앉아 작업하는 사람이 아닌 수많은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며 영화를 완성해가는 존재에 가까웠다. 이어지는 인터뷰가 독자에게도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남나영 편집감독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