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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올해의 해외영화 6-10위 – 정치와 예술
정재현 2026-01-02

<퀴어>

“모든 영화는 정치적이다.”(Tout film est politique) 장뤼크 고다르의 전언은 2025년에도 전 세계 영화 시장을 격발한다. 스크린이 극장 바깥의 세계를 비추는 창이라면 영화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 현상, 정치를 자연히 화면 안으로 끌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 올해의 해외영화 1위 폴 토머스 앤더슨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3위 라이언 쿠글러의 <씨너스: 죄인들>, 5위 자파르 파나히의 <그저 사고였을 뿐>은 모두 정치적 신념이 생존의 의제가 된 시대의 저항 방식을 장르영화의 외피 아래에서 모색한다. 1930년대 미국(<씨너스: 죄인들>)과 2020년대 미국(<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엔 여전히 구조적 인종차별이 만연하고, 동시대 미국과 동시대 이란(<그저 사고였을 뿐>)에선 파시즘적 망령이 헤게모니를 쟁취한 후 약자 시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른다. 이에 시민들은 술집(<씨너스: 죄인들>), 혁명 결사(<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혹은 일시적 수소문(<그저 사고였을 뿐>) 등 독자적 공동체를 조직해 (신)극우주의에 맞선다. 서부극, 코미디 등 영화사의 오랜 장르를 자기 방식으로 전환해온 켈리 라이카트, 알랭 기로디는 또 어떠한가. 두 감독의 영화 또한 정치적이다. 4위 <쇼잉 업>은 리지의 일과를 통해 예술이 육체노동의 일부인 동시에 제도권의 예술교육이 예술가의 생계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분명히 한다. 2위 <미세리코르디아>또한 기존의 사회질서에 반(反)하는 욕망을 공동체 내부의 보편 규범으로 제시하며 독창적인 사회구성체를 제시한다.

<페라리>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는 각각 인도, 이탈리아, 포르투갈, 미국, 일본에서 왔다. 6위는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이다. 인도 뭄바이와 라트나기리를 오가는 세 여성의 이야기는 <쇼잉 업>못지않게 “도시를 그리는 예술가에게 영화가 얼마나 훌륭한 도구인지를 보여주는 작품”(듀나)이고 “다양성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사회상”(황진미)을 “빛의 몽상이자 어둠의 시”(정재현)로 그려낸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퀴어>가 7위다. 윌리엄 S. 버로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멸칭으로서의 ‘퀴어’를 복기해 그 낙인의 언어와 실재하는 퀴어 개인들이 맺는 복잡한 관계를, 초현실을 덧붙여 삼차원으로 그린”(김연우) 작품이다. <본즈 앤 올> <챌린저스> <퀴어> <애프터 더 헌트>까지. 매해 한편씩 근면하게 영화를 개봉시키는 작가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가 일관적으로 설파 중인 “욕망과 정체성의 출처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이유채) 영화로도 해석 가능하다. 8위는 “길 잃은 여행자의 감각과 도주와 이탈로 이루어진 아득히 아름다운 영화 투어”(홍은미), <그랜드 투어>다. 이 작품으로 미겔 고메스는 F. W. 무르나우 등 거장 감독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면서도 감독 고유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는 평을 들으며 2024년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안았다. 범죄-누아르-스릴러의 외길 인생을 걸어온 마이클 만 감독 또한 놓쳐서는 안될 이름이다. 9위에 안착한 <페라리>는 “선이 굵은데도 다양한 갈래로 묶을 수 있는 감독의 힘”(김영진), “마이클 만의 손아귀 힘”(이우빈) 등 마이클 만의 연출력을 높이 사는 평이 줄을 이었다. 10위는 소마이 신지의 1993년작, <이사>가 차지했다. 2024년의 <태풍 클럽>과 2025년의 <여름정원>그리고 <이사>까지. 소마이 신지의 여름영화는 세기를 건너 이제야 한국 극장가에 당도했다. <씨네21>은 2025년 개봉한 두편의 소마이 신지 작품 중 “폭발하는, 뒤덮어버리는, 쏟아붓는 여름 기세가 성장이 될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이 영화일 것”(정지혜)이라며 <이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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