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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누가 워너브러더스를 먹여살리나
정재현 2025-11-07

패멀라 앱디 & 마이클 드 루카, 제임스 건 & 피터 새프런, 올해 ‘7편 연속 북미 오프닝 4천만달러 흥행’이라는 기록 만든 플레이어 콤비

<마인크래프트 무비>부터 <컨저링: 마지막 의식>까지. 워너브러더스는 올해 ‘7편 연속 북미 오프닝 4천만달러 흥행’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 2025년 9월 이미 전세계 박스오피스에서 4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했다. 하나의 스튜디오가 이만큼의 기록을 창출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영화의 면면이 워너브러더스의 오래된 IP, 오리지널 시나리오, 호러 컬렉션 등으로 저마다 다양한 데다 이들의 총람은 동시대 미국 사회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로 자리하며 비평적으로도 유효한 시료를 제공했다. 지금 워너브러더스를 움직이는 이들은 누구일까. 워너브러더스의 두 핵심 콤비를 소개한다.

워너브러더스모션픽처그룹(WBMPG)의 공동 의장 겸 CEO - 직관파: 패멀라 앱디 & 마이클 드 루카

패멀라 앱디, 마이클 드 루카(왼쪽부터). SHUTTERSTOCK

경질 위기에서 벗어나다

올해 초만 해도 <버라이어티>등 할리우드 산업지는 물론 <블룸버그><퍽>등 금융지는 일제히 워너브러더스의 공동 의장 겸 CEO 패멀라 앱디와 마이클 드 루카가 해고 직전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조커: 폴리 아 되><미키 17>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했고, 이들이 대규모 예산을 들여 밀어붙인 차기작들이 흥행을 거두리란 보장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앱디와 드 루카는 ‘잘리지 않았’다. <버라이어티>의 보도 이후 정확히 일주일 만이자 북미 개봉 후 사흘 만에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약 1억57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게임으로, 블랙 무비로, 호러로, 시네마로!

<할리우드 리포터>에 의하면 ‘워너 비관론’이 쏟아졌던 흥행 실패 작품은 앱디와 드 루카가 워너브러더스에 합류하기 이전 제작이 확정됐다고 한다. 이들의 전권 아래 탄생한 첫 작품이 <마인크래프트 무비>다. 그리고 올해 워너브러더스가 내놓은 연이은 흥행작은 모두 두 CEO에 의해 기획된 영화들이다. 앱디와 드 루카가 MGM을 떠나 워너브러더스에 취임한 2022년은 팬데믹 중 감독의 의사와 무관하게 극장 동시 스트리밍을 택했던 각종 스튜디오의 전략이 종식되기 시작한 해다. 이들은 “감독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보금자리를 만들겠다”라는 경영 철학으로 비전 있는 ‘극장 영화’를 만들려는 감독들을 품 안에 들인다. 그렇게 앱디와 드 루카 체제의 워너브러더스는 소니픽처스와 유니버설 픽처스와의 경쟁에서 <씨너스: 죄인들>의 배급권을, 마찬가지로 소니픽처스와의 경쟁에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배급권을 따낸다.

이들은 직관에 따라 모험을 감행했다. 가령 개봉 당시 화제가 된 <씨너스: 죄인들>과 워너브러더스의 계약 조건, 영화가 개봉한 시점부터 흥행 수익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는 조항과 개봉 25년 후 영화의 소유권을 라이언 쿠글러에게 반환한다는 조건은 업계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드 루카가 밀어붙여 성사했다. “라이언 쿠글러와 영화 모두를 잃는 길과 25년만 <씨너스: 죄인들>을 갖는 길 사이에서 결정을 내린 것뿐이다. 이전에 <블랙팬서>가 흥행한 건 원작 코믹스와 무관한, 라이언 쿠글러라는 존재가 IP였기 때문이다.”(마이클 드 루카) 또 이들은 <웨폰>의 초고를 읽은 지 90분 만에 이 영화를 사야 한다며 전 직원에게 전화를 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의 외신은 1억3천만달러에서 1억7500만달러까지 들었을 것이라 예측되는 폴 토머스 앤더슨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다고 해도 올해 워너브러더스가 적자는 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길게 보아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내년 오스카에서 성과를 거두면 영예는 물론 장기 흥행까지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DC 스튜디오 공동 회장 - 재기파: 피터 새프런 & 제임스 건

피터 새프런, 제임스 건(왼쪽부터). SHUTTERSTOCK

일찍이 예고된 협업

제임스 건은 <슬리더><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주목도가 높은 감독이었다. 피터 새프런은 새프런 컴퍼니의 대표로서 2019년까지 <컨저링>시리즈와 <아쿠아맨><샤잠!>등을 제작한 바 있다. 두 사람은 2000년부터 <스페셜스>의 작가와 제작자로 만난 이후 꾸준히 <더 벨코 익스페리먼트>등으로 협업해왔다. 그리고 2021년, 이들이 다시 뭉쳐 만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이 작품의 스핀오프인 시리즈 <피스메이커>로 DC 스튜디오 부활의 조짐을 비추었다. 이어 2022년, 건과 새프런은 워너브러더스 산하 DC 스튜디오의 공동 회장으로 취임했다.

파트너십의 절정

DC 스튜디오는 자사의 오랜 효자 IP인 <슈퍼맨>의 재기를 꿈꿨다. 또 오랫동안 디즈니에 일관된 수익원을 제공한 마블과 달리 DC는 워너브러더스에 들쑥날쑥한 이익과 손실을 입혔다. 더군다나 워너브러더스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부침이 심해지자 모두들 검증된 IP인 <슈퍼맨>리부트의 성패가 DC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마침 건과 새프런은 취임 이후 10년에 걸쳐 기존의 DC 확장 유니버스(DCEU)를 종료하고 영화, TV, 게임을 아우르는 새로운 통합 세계관인 DC 유니버스(DCU)를 만들겠다는 10개년 미디어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 시작점인 <슈퍼맨>이 여러모로 DC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시험대였던 셈이다.

그 결과는? 워너브러더스 내부에서 “이 영화가 최소 5억달러는 벌어야 한다”라는 말이 수차례 흘러나왔던 우려를 불식하며 약 6억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초흥행은 아니지만 올해 나온 슈퍼히어로영화 중 흥행 1위이고, 무엇보다 종말 직전의 DC 스튜디오를 향한 관심을 회생해냈다. <슈퍼맨>이 릴리스되는 2025년 2분기에만 340만명의 구독자가 증가했고, 워너브러더스가 내놓은 역대 최대 규모의 <슈퍼맨>테마 상품 컬렉션은 판매량이 급증해 스튜디오에 부가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적어도 건, 새프런 쌍두마차가 세운 DC의 10개년 계획의 초석만큼은 단단히 다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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