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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개성 강한 신인들의 약진, 올해의 한국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들
조현나 2023-12-22

2023년 한국영화는 신인감독들의 약진과 독립영화의 성취가 돋보이는 한해였다. 4위를 차지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역시 엄태화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임을 감안하면 세대 교체의 한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들의 영화가 아직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달성하는 데는 다소 미흡했다는 점을 간과할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개성들이 움트기 시작했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1위를 차지한 <괴인>에 대한 찬사도 대부분 독자적인 리듬과 연출 감각을 향했다. 2위 <비밀의 언덕>의 경우 성장담을 기반으로 하되 단지 성장 서사에 그치지 않고 창작 전반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시대의 사실성을 반영하는 섬세함을 기반으로 보편타당한 감성으로 확장하는 힘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3위 <너와 나> 역시 비슷한 지지가 이어졌다. 한국 사회의 트라우마를 독보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영화가 할 수 있는 애도와 위안의 강력한 형태를 증명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4위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영 블록버스터, 대형영화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더불어 장르적인 재미에도 충실했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10위권 내에 단 두편 있는 대중상업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공동 5위로 집계된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과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는 기성감독들의 꾸준함을 증명하는 결과다. 초기작이 연상되는 코미디로 돌아간 김지운 감독은 영화와 창작에 대한 애정과 고뇌를 통해 많은 평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홍상수 감독은 여전히 한해에 2편을 베스트10 목록에 나란히 올리며 세월이 무색한, 작가성을 발휘했다.

<다음 소희>

근소한 차이로 7위는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에 돌아갔다. “존재와 부재 사이에 선 논픽션의 현재”(김소희)를 그리는 이 영화는 “심플한데 예민하다. 겉은 말갛지만 속은 끔찍하다. 이 간극이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매체임을 인지하게 만든다”(이지현). 8위는 홍상수 감독의 <물안에서>다. “화면 안으로 흘러넘치는 불안을 붙잡아두는 유일한 시각적 형식”(김예솔비)이 빛나는 이 작품은 “시력을 박탈당한 영화이자 모든 것이 모호한 영화이며 그럼에도 자꾸 무언가를 찾게 만드는 영화다. 한마디로 홍상수식 메타시네마의 정점”(이지현)이라 부르기 손색이 없다.

9위는 김미영 감독의 <절해고도>다. 과소평가된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 이 영화는 소수의 평자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한 예술가의 자기성찰적 이야기를 통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라고 권하는 쉼표 같은 영화”(홍은애)다. 10위는 김덕중 감독의 <컨버세이션>이 꼽혔다. “그저 대화를 나열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화라는 행위가 촉발할 수 있는 우연의 형식화를 탐색하는”(김예솔비) 이 작품은 “감독의 뚝심과 형식적 실험이 돋보이는”(홍은애) 결과물이다. 그 밖에도 <서울의 봄> <지옥만세> <다섯 번째 흉추> <> <빅슬립> <스프린터> 등 다양한 작품들이 거론되어 한국영화 전반적인 침체가 우려되는 지금 상황에서도 내적으로는 부지런했던 올해 한국영화들의 발자취를 되새길 수 있었다.

<물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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