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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이모저모 & 칸에서 온 기억할만한 말들
2002-06-07

칸/모듬 박스

칸 이모저모

기자회견장에 날아다닌 휴대폰 봤어?

S#1. 카우리스마키의 쇼맨십 ┃ 카우리스마키는 자기 영화랑 똑같은 사람이었다. 기자회견과 포토콜에서 그는 예의 무뚝뚝한 얼굴로 시침 뚝 떼고 기자들을 웃겨댔다. 기자회견장에 위스키와 담배를 들고 나타난 그는 독특한 유머감각으로 기자들을 휘어잡았다. 회견 중에 자기 휴대폰이 울리자 미안해서인지 휴대폰을 멀리 던져버리는 과격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앞서 열린 포토콜에서는 사진기자들에게 조용히 할 것을 당부한 뒤에, 일일이 방향을 틀고 포즈와 표정을 바꿔가며 현장을 리드했다.

S#2. 소쿠로프가 눈물 흘린 사연 ┃ 알렉산더 소쿠로프는 칸영화제에 온 것이 전혀 기쁜 것 같지 않았다. 이유인즉 그가 수년간 준비하고 공을 들인 디지털 프로젝트 <러시아 방주>를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영해야 했기 때문. 그는 프로듀서를 돕기 위해 칸 출품을 결정한 것임을 수차례 강조했고, 완벽한 결과물을 선보이지 못한 아쉬움으로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다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S#3. 키아로스타미 포토콜 취소 사건 ┃ 제 아무리 황금종려상 수상자라도, 할리우드 스타랑 맞붙는 건 무리였던 모양이다. <체리향기>로 97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올해 으로 칸을 다시 찾았다. 그런데 키아로스타미의 포토콜이 20분짜리 프로모필름을 들고 온 <갱스 오브 뉴욕> 팀의 포토콜과 비슷한 시간대에 잡혀 있었던 것. 사진기자들이 디카프리오와 카메론 디아즈쪽으로 몰려가자, 키아로스타미의 포토콜은 취소됐다.

S#4. 이혼한 부부, 장만옥과 아사야스의 재회 ┃ 96년 <이마베프>를 통해 배우와 감독으로 만나 함께 살아온 장만옥과 올리비에 아사야스 부부는 칸영화제가 열리기 며칠 전에 이혼을 발표했다. 그리고 칸영화제에 ‘따로’ 모습을 보였다. 장만옥은 양조위와 더불어 ‘홍콩영화의 밤’에 참석했고, 아사야스는 신작 <데몬러버>를 경쟁부문에 출품했다. 장만옥은 <데몬러버>의 시사회장에 모습을 드러내, 그들의 이혼이 ‘우호적인 이별’임을 시사했다.

S#5. 김동호 위원장, 졸지에 배우 되다 ┃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위원장이 때아닌 사인 공세에 시달렸다. 바로 <죽어도 좋아>의 시사회장에서였다. 영화상영이 끝난 뒤 박진표 감독과 사이좋게 정담을 나누고 있는 김동호 위원장을 본 프랑스 현지 관객이 김 위원장을 <죽어도 좋아>의 주인공인 박치규 할아버지로 오해한 것이다. 비록 오해긴 했으나, 한국영화의 인기를 실감한 김동호 위원장은 한동안 싱글벙글했다고.

S#6. 뱅상 카셀, 성질 죽이다 ┃ 올 칸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작 <되돌이킬 수 없는> 팀은 기자회견장에서 야유를 보내는 기자단과 마주 앉았다. 대체 왜 그런 영화를 만들었냐는 단도직입적인 질문부터, 아예 스너프영화를 만들지 그러냐는 비아냥까지. 주연배우 뱅상 카셀은 끝없이 야유하던 한 기자를 노려보다가 음료수 캔을 던지는 시늉을 했다. 그는 정말 그렇게 하고 싶었던 듯 보였다.

칸에서 온 기억할만한 말들

우리들의 화두, “영화는 현실과 어떻게 겨루는가”

아톰 에고이얀(<아라라트>를 비경쟁으로 출품한 이유에 대해)

나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의 속성과 심사방식을 잘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모종의 압력이 뒤따른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다. 그런 부담과 제약들을 뛰어넘고 싶었다. (중략) 나는 그저 예술이 얼마나 심리적 외상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예술이 인간사의 그런 크고 작은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스파이더> 기자회견 중에 캐나다 동료 감독 에고이얀의 비경쟁 출품에 대한 견해를 묻자)

예술에서 절대적인 진리나 가치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를 심사한다는 것은 그래서, 일종의 난센스고 유희일 뿐이다. 경쟁부문에 내 영화를 출품하는 건, 그런 의미에서 재미난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과 같다. 나는 영화제의 심사제도가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디지털영화 의 작업방식에 대해)

대사가 관객의 마음에 와닿으려면, 배우의 가슴에서부터 나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는 속박과 자유, 그 결합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완전한 자유 속에서 모든 것을 통제해야만 다큐멘터리보다 더 리얼한 영화가 나온다. 이번 작업에서 나는 단 한번도 ‘컷’을 외친 적이 없었다. 현장에서 감독의 권위라는 것을 완전히 비워내고 싶었다.

짐 자무시(비경쟁 부문에서 상영한 옴니버스영화 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묻자)

나는 모순을 좋아한다. 제약도 좋아한다. 시간은 내게 그런 의미다. 정확한 동시에 부정확하고, 주어진 공간에 따라 천차만별의 공간감을 창출하기도 하니까. 시간의 속성이라는 테마를, 그것도 정해진 시간 안에 풀어내야 한다는, 이 모순된 작업도 그래서 매력적이었다.

지아장커(<임소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

나는 대륙의 시골 출신이다. 소외된 지역의 인간들이 느끼는 고독을 잘 알고 있고, 영화 속에서 그걸 제대로 표현해내려고 노력한다. 이번 영화에 자주 나오는 노래는 중국의 낙후된 지역에서 대히트를 기록한 곡이다. 그 노래를 통해 영웅에게는 출신성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마이크 리(<전부 아니면 전무>가 전작과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평범한 이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내 보여주는 것이 감독인 내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전철을 타고 인파에 부대끼며 출퇴근하는 이들의 삶에 매력과 애착을 느낀다. 주인공이 택시 안에서 부유한 프랑스 노부인과 대화하는 장면이 우스꽝스럽지 않던가. 서로 다른 계층 사이, 그 충돌의 순간을 잡아내고 싶었다. 난 세상 모든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 이 자리에 있는, 당신 기자들에게도.

엘리아 술레이만(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코믹하게 그린 <신의 간섭>의 연출 의도를 묻자)

영화인의 의무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이 만든 영화라면, 많은 이들이 파시즘을 연상할 것이다. 그것은 포르노 하면, 블론드 미녀를 연상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웃거나 울거나 좋아하거나 나쁘게 보거나 하는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나로서는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각자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파시스트적 측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일보할 수 있길 바란다.

가스파르 노에(<되돌이킬 수 없는>의 기자회견 중에 ‘스너프필름에 관심있냐’는 질문을 받자)

매일 밤 뉴스를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폭력으로 가득한 세상이 있는 그대로 펼쳐진다. 거기엔 살인도 있고 강간도 있다. 그게 엄연한 현실이다. 사람들이 드러내놓고 말하고 싶어하지 않을 뿐이지. 난 스너프필름에 관심없다. (뱅상 카셀이 이어받는다.) 이 영화가 스캔들이라면, 칸이, 여기 크로와제트(영화제가 열리는 거리)가 스캔들감을 목마르게 찾아 헤매다 억지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알렉산더 소쿠로프(칸의 경쟁부문에서 신작 <러시아 방주>를 상영하는 것이 감독에게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내가 기억하는 칸영화제는 갈 곳 없는 좋은 영화들을 데려다 소개하고 응원해주는 곳이었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가 그랬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내 프로듀서를 돕기 위해 여기 왔을 뿐이다. 이즈음의 칸영화제는 마치 거대한 스포츠 경기장 같아 보인다. 내겐 아무것도 흥미롭지 않고 즐겁지 않다.

마이클 무어(<볼링 포 컬럼바인>의 연출 의도를 이야기하던 중에)

내가 보기에 이 세상의 기자들은 모두 게으르다. 제대로 공부하거나 취재하지 않고 같은 얘기를 되풀이해 써댄다. 진정 밝혀내야 할 가치가 있는 문제들을 캐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9·11 이전에 그런 테러사건이 일어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기자들은 그 진상을 캐려들지 않고, 희생자들을 이용해 장사나 하려 든다. 극우세력들은 이처럼 끊임없이 정보를 조작해 대중이 타인에 대한 공포와 반감을 키우도록 조장하고 있다.

▶ 칸영화제 5월26일 폐막, 황금종려상에 <피아니스트>

▶ 칸 이모저모 & 칸에서 온 기억할만한 말들

▶ 제 55회 칸 영화제 수상작(자)들(1)

▶ 제 55회 칸 영화제 수상작(자)들(2) - 로만 폴란스키(황금종려상)

▶ 제 55회 칸 영화제 수상작(자)들(3) - 아키 카우리스마키(심사위원 대상)

▶ 제 55회 칸 영화제 수상작(자)들(4) - 폴 토머스 앤더슨(감독상)

▶ 사진으로 보는 칸의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