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영화나 소설을 읽고 나면, 조금 아쉽다. 뒷이야기가 더 있거나, 아니면 그 주인공의 다른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나는 속편을 원한다. 계속 보고 실망할지라도 제이슨과 프레디를 다시 만나고 싶다. 배트맨과 스파이더 맨의 활약은 언제라도 좋다. ‘끝’이 찍혔는데도, 여전히 풀어주지 않은 수수께끼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존 맥티어넌의 <프레데터>는 외계인에 대한 정보를 전혀 주지 않는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영화가 끝나도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프레데터2>는 전편처럼 묵중하지는 않지만, 고어취미와 수수께끼 해결의 만족감은 안겨준다. ‘프레데터’는 우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강한 사냥감을 찾는 우주사냥꾼인 것이다. 우주선에는 우주 곳곳에서 노획한 에일리언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속편이 전편을 능가하는 경우란 거의 없다. <스크림2>에서 논쟁하듯, <대부2> 정도다. 전편의 감동과 재미만큼은 아니어도, 그래도 속편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심지어 <스크림>도 3부까지 보고 나면, 가계도가 그려지는 한편 비로소 막이 내렸다는 느낌이 든다.
<오페라의 유령2>를 집어든 이유도 그것이다.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은 좀 뒤죽박죽이라는 느낌이다. 그것만으로 이야기가 완결된다는 것은, 참기 힘들었다. 유령이 누구인지, 그토록 허무하게 그냥 사라져버린 것인지 아쉽기만 했다. 그런 생각은 나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쟈칼> <오데사 파일> <전쟁의 개들> 등을 쓴 스릴러 소설의 대가 프레데릭 포사이드는 <오페라의 유령>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골격은 훌륭하지만, 전개방식이나 이야기 구성에서 많은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디테일의 사실성, 유령이라는 캐릭터의 일관성 등등. 포사이드는 1911년 <오페라의 유령>이 출간되어 잠시 인기를 끌었다가 잊혀지고, 20년대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론 채니가 출연한 공포영화로 알려졌다가 다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만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로 부활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따져본다. <오페라의 유령>의 핵심은 ‘공포’가 아니라 ‘사랑’이며, <오페라의 유령>을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웨버의 뮤지컬로 각색된 버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오페라의 유령>의 역사에 기초하여, 포사이드는 후일담을 만들어냈다. 포사이드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함께 논의를 거듭하여 소설의 골격을 짜고, 원작의 문체와 형식까지 빌려와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빠르게 질주하는 소설로 재창조했다. <오페라의 유령2>는 유령의 탄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밝히고, 크리스틴을 남겨두고 사라진 유령의 행방을 쫓는다. 이야기의 무게에 걸맞은 대단원의 결말까지도. 냉정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예리하게 다루던 작가의 펜에서, 이렇듯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만으로도 <오페라의 유령2>는 흥미롭게 읽힌다.(동방미디어 펴냄)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