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박보영의 어떤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까. 앞으로 박보영의 어떤 모습을 보고 싶을까. 12명의 <씨네21> 기자, 객원기자가 각자의 기억과 기대감을 기반으로 10개의 질문에 답했다.
박보영과 가장 케미가 좋았던 배우는?
<과속스캔들>의 차태현은 “박보영과 청량함의 시너지를 내 작품의 공기를 만들”(남선우)었으며 “탁구를 치듯 감정과 유머가 오가는”(최현수) 상황의 재미를 보장한다. 박보영과 차태현은 그야말로 “코미디의 말맛과 타이밍을 정확히 아는 고수와의 찰떡 호흡!”(이유채)인 것이다. 한편 드라마에선 <오 나의 귀신님> 조정석과 <힘쎈여자 도봉순>의 박형식이 고른 지지를 받았다. “누군가의 귀여움은 그 자체의 절대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반응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해”(남지우)줄 만큼 조정석의 리액션은 남달랐고, 박형식은 “민민과 봉봉이 진짜로 제발 사귀길 염원”(이자연)할 만큼 과몰입하게 만든 점에서 둘의 케미를 증명한다.
박보영이 출연하길 바라는 클래식 리메이크 영화가 있다면?
이만큼 “첫사랑 역에 잘 어울리는”(이우빈) 배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바이올린을 켜는 박보영은 얼마나 좋을까. 불 꺼진 집 앞 전봇대의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 남자에게 달려가는 박보영은 얼마나 좋을까. 남자의 눈이 안 보인다는 사실을 안 순간 우는 박보영은 얼마나 좋을까.”(이자연) <클래식>은 박보영의 기존 이미지와 잘 어울리고 <아멜리에>는 “이제껏 보여준 것과 또 다른 종류의 러블리함”(김현승)과 “귀여움, 엉뚱함을 극대화”(송경원)할 것이란 긍정적 기대와 함께 다수의 표가 향했다.
박보영이 도전해주길 바라는 콘텐츠는?
압도적인 지지다. “팬들과 도란도란 소통하는 영상” (김현승)에서 확인했듯 “‘버블’에서 팬과의 소통력에 정점을 찍”은 박보영이 “좋은 목소리를 활용해 팟캐스트까지 한다면 금상첨화”(이유채)이지 않을까. “한 사람의 솔직한 생각, 가치관을 가장 캐주얼하게 전달할 수 있”(남지우)고 “담백하게 상대와 대화 나누는 포맷”(김소미)인 팟캐스트를 통해 게스트에게서 “편안한 분위기의 대화”(김현승)를 이끌어내는 진행자 박보영을 언젠가 만날 수 있길 고대해본다.
박보영이 새롭게 시도해주길 바라는 장르는?
기자들의 의견이 가장 명확하게 갈린 문항이었다. 와중에도 법조물이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던 데에는 박보영이 “법정물의 컨벤션을 어떻게 바꿔놓을까”(김소미)에 관한 기대가 컸던 덕이다. “각 대사를 곱씹듯 뱉어 말의 참맛을 알게 하”(최현수)는 박보영은 “<과속스캔들>에서 애드리브를 쏟아낼 때의 에너지”(김경수)를 기반으로 “부조리에 분노하고, 피해자의 아픔에 호응하는 연기를 누구보다 잘할” (김경수) 거라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감지됐다. 이자연 기자의 말대로 언젠가 법조물 속에서 부조리한 “세상을 마구 파헤”치고, “정의를 구현해주길!!”
박보영의 연기를 더 인상적으로 만드는 장치는?
한표 차이로 ‘목소리’와 ‘눈빛’의 순위가 갈렸다. “얇은 재봉실인 줄 알았으나, 겪으면 무엇도 끊을 수 있는 낚싯줄 같은”(정재현) 목소리는 특유의 단단함으로 “박보영이 울면 나도 같이 우는 이유”(이자연)로 작용한다. 눈빛은 또 어떤가. “애수와 미지가 동시에 담긴”(김소미) 그의 눈을 바라보노라면 <미지의 서울>의 두 쌍둥이, “미지와 미래도 말 한마디 없이 구분할 수 있게”(남선우) 만든다. “장난기가 넘치는 눈웃음”(김경수), “특유의 슬픔이 복받칠 때의 눈빛”(김경수)은 박보영이 커버 가능한 감정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그대로 드러낸다.
박보영이라 좋았던 대사는?
“지금 20대 후반을 막 지나는 청춘의 불안과 불투명한 미래를 이만큼 잘 품은 대사가 있을까.”(김경수) <미지의 서울>의 미지는 “슬럼프로 가득한 까마득한 세상을 박보영의 얼굴과 목소리로 위로”(이자연)해줬다. 이는 “박보영의 목소리였기에 너무 날카롭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게 관객의 마음을 쑤시는 대사가 가능”(남선우)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명화의 대사도 개봉 당시 불호의 의견이 있었으나 “영화의 암울한 톤을 군더더기 없이 정리하는 좋은 대사”(이우빈)였고, 결과적으로 “박보영이라 납득”(송경원) 가능한 말이었다.
내가 꼽은 박보영의 인생작은?
“10년 이상 계속된 ‘러블리 보영’ 챕터에서 ‘다크 보영’, ‘현실적인 보영’의 챕터를 가장 확실하게 열어준 작품”(남지우)으로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그녀가 연기했던 캐릭터와 연기할 캐릭터가 한데 어우러지는 드라마”(김경수)라 말할 수 있다. “원래 갖고 있던 선한 이미지만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병동 간호사가 겪는 부침과 불안 그리고 우울까지 한몸에 소화한 변곡점 같은 작품”(최현수)을 통해 마침내 현재의 우리에게 익숙한 “지치고 예민한 박보영이 탄생”(이유채)했다.
박보영의 의외성을 발견한 작품과 그 이유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다은은 모두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남겼다. 다은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의 표정 연기는 이 배우의 진짜 끝은 어디일까를 생각하게 만들었”(김경수)으며 “<82년생 김지영>의 얼굴을 한 박보영이 정말 새롭”(이유채)게 느껴졌다. <콘트리트 유토피아>의 명화 역시 “퍼석하고 악에 받친 박보영을 처음 본 것 같은”(남지우) 느낌을 드는 주는 동시에 “디스토피아 장르물에서도 이 배우가 지닌 이미지가 퇴색되지 않는다는 점”(최현수)을 보여주며 배우 박보영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기회가 되어주었다.
박보영에게 어울리는 계절은?
봄은 “사계절 중 모두가 좋아하는 계절인데 대한민국 배우 풀에서 그런 배우가 박보영이 아닐까”(남지우). 겨울은 지나온 지 오래다. “긴 뽀블리의 터널을 이제 벗어났다는 생각”(이유채)이 들게 하는 근래 박보영이 보여준 “생명력”(김소미)은 “이제 대중도 박보영을 귀여운 얼굴로만 기억하지 않을”(이유채) 만큼 만개했다. 특유의 해사함 덕에 “무더위를 살짝 해소하는 그늘 밑에 부는 바람 같은 배우란 인상”(최현수)을 남긴다는 점에서 여름 역시 박보영과 잘 어울리는 계절로 수차례 언급됐다.
박보영이 함께 작업했으면 하는 감독과 그 이유는?
도저히 한명만 꼽을 수 없다. 강형철 감독이 “박보영의 남은 미지의 영역을 발견”(이유채)하고 이경미 감독이 “전에 없던 배우-캐릭터 조합으로 박보영의 의외성”(남선우)을 이끌어낸다면?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 같은 영화에 박보영이 불균질한 에너지를 더해도”(김경수) 좋겠고, 정가영 월드에선 “<오 나의 귀신님>에서 보여준 능글 러블리의 진수” (김현승)를 드러내며 “말맛을 잘 살려주면서도 경쾌하게 극을 이끌 수 있을”(최현수) 듯하다. “박보영식 사려가 정주리의 어른 여자를 만난”(정재현)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이옥섭 감독이 그랬다. 버스에서 매니큐어 바르는 여자를 봤을 때 속으로 미워하다 내 영화에 나오는 인물이면 어떨까 생각했더니 사랑하게 됐다고. 이옥섭이 사랑하는 박보영은 또 얼마나 대단할까.”(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