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무명화가이자 이혼녀인 엘렌(장만옥)은 10년 전, 아들과 함께 홍콩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왔다. 생계유지를 위한 그녀의 직업은 택시운전. 하지만 정작 그녀의 시선과 마음은 샌프란시스코 옆에 자리한 예술가 마을, 소살리토에 닿아 있다. 그러던 어느날, 엘렌은 술집에서 마이크(여명)라는 천재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알게 되고,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져든다.
■ Review
뉴욕의 뒷골목에서 안타까운 엇갈림 때문에 이별을 겪어야 했던 <첨밀밀>의 두 연인은, 그 무대를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소살리토>에서도 역시, 몇번의 어긋남을 통해서야 비로소 만나게 되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첨밀밀>에 이어 다시 한번 장만옥과 여명이 애틋한 연인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미국으로 이주해간 홍콩인들의 국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멜로 드라마이다. 화가이지만 택시운전을 통해 생활을 영위해가야만 하는 엘렌은 자신이 정작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선 삶의 안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녀는 저 멀리 그림처럼 비치는 소살리토를 지향하고 언젠간 그곳에 정착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프로그래머인 마이크 역시 현실공간에 안주하지 못하고 부유하듯 떠밀려 다닌다. 때문에 이 영화는 전환기의 홍콩을 배경으로 그네들의 불안한 정체성과 강박증을 드러냈던 <첨밀밀>의 후일담처럼, 해외로 이주한 홍콩인들의 유목적인 정서와 노스탤지어를 드러낸다. 그것이 엘렌에겐 ‘소살리토’라는 홍콩을 닮은 듯한 예술가들의 마을을 지향하게 만들고, 마이크에겐 ‘너바나’라는 인터넷 가상도시를 구성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의 유목적 삶은 이들의 낭만적 사랑을 통해서 정착할 수 있게 된다.그렇다고 이 영화가 <첨밀밀>만큼 사랑이야기 그 배후에 깃들어 있는 시대적 정서에 무게를 싣는 영화라는 건 결코 아니다. 애초 이 영화에서 샌프란시스코와 소살리토라는 공간은 단지 아름다운 연인의 낭만적 사랑을 이국의 향취 속에서 향유해보겠디는 의도 이상을 넘어서지 않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언뜻언뜻 <첨밀밀>의 그림자기 드리워져 있긴 하지만, 시종 감각적으로 이루어진 촬영과 편집은 영화의 이야기보다 음악을 중점적으로 배치함으로써 2시간 분량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듯한 인상마저 지운다. 이 영화의 감독은 유위강. <풍운> <중화영웅> 같은 컴퓨터그래픽이 결합된 고감도 무협액션을 찍어왔던 이다. 멜로영화 특유의 감성을 사로잡는 대사나 상황은 연출되지 않지만 대신 기교적인 카메라워크와 편집으로 그것을 만회하려고 한 듯 보인다. <첨밀밀>에서 보았던 장만옥과 여명의 페이소스 있는 사랑이야기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원숙함이 느껴지는 두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어 볼 만한 영화이다.정지연|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