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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향기, 동유럽에도
2001-04-26

카를로비 바리 한국영화회고전, 7월6일부터 8일간 열려

바젤=임안자/ 해외특별기고가

올 여름 체코의 보헤미안의 중심지역에서 한국영화회고전이 크게 열린다. 프라하공항에서 버스로 두 시간 남짓 북서쪽으로 가자면 온천장과 생수로

유명한 카를로비 바리가 몇 세기에 걸쳐 쌓아올린 건축미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아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바로 이 아름다운 낭만의 도시에서 한국영화회고전이

8일에 걸쳐 열릴 참이다.인구 10만도 못 되는 카를로비 바리에는 수도 프라하에도 없는 전통 깊은 재즈 음악주간과 영화제가 있다. 올해 36회를 맞는 세계 8대 A영화제의

하나인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가 그것이며 행사 시기는 7월5일부터 14일까지다. 그리고 7월6일부터 13일까지 한국영화회고전이 ‘최근 한국영화의

역동성과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8일간 열린다.

올해 서른여섯 번째로 치러진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의 시작은 1946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러나 2년 뒤 공산주의 정권이 등장하면서 정부나

당의 선전기구가 됐고 1953∼55년에는 영화제가 단절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1956년 국제제작자협회로부터 A영화제로 인정받을 정도로 영화제는 다시 살아났으나 이번에는 소련 정부의 간섭으로 1958년부터 1989년까지

모스코바영화제와 격년제로 바뀌게 됐고 소련 정부의 간섭은 갈수록 심해졌다. 그 결과 영화제의 수준은 형편없이 낮아졌고 점점 서구영화계로부터

오랫동안 따돌림을 당했다. 90년대에 들어와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면서 옛 구조는 허물어지고 1994년에 이룩한 개혁을 발판으로 현재의 체제가

태어났다. 영화제의 성격도 “동서의 만남”으로 바뀌어 1997년 동유럽 영화를 위한 마켓이 열렸고 유럽연합의 영화진흥기구 메디아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영화제가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되면서부터 해마다 참가자 수가 급수로 늘어나고 있으며 2000년에는 9천명에 달하는 전문인의

방문에다 140만장이 넘는 유료 입장권이 팔렸다.

A영화제 한국회고전은 처음

이번 회고전의 특성을 말하자면 세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첫째는 14편의 단편과 14편의 장편영화가 함께 소개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제영화제서 한국의 장ㆍ단편영화가 이같이 한꺼번에 상영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둘째는 A영화제서 처음으로 열리는 회고전이라는 점이다. 지난 몇년 동안 한국영화회고전은 사실 여러 국제영화제서 열렸다. 하지만 칸, 베니스,

베를린, 도쿄, 몬트리올, 산세바스찬, 모스코바의 A영화제서 한국영화가 회고전의 대접을 받은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그런 뜻에서 A영화제 카를로비

바리에서 갖게 될 회고전은 2000년에 한국영화가 드디어 칸영화제의 경쟁에 올랐던 것 이상의 영화사적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는 90년대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모스코바영화제와는 반대로 오늘날 동유럽에서 가장 주목되는 영화제로 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영화에

대한 이해가 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동유럽지역에서 열리는 회고전이기 때문에 한국영화의 저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와 가까워진 건 1993년 한국영화로서는 처음으로 박광수 감독의 <베를린 리포트>가 경쟁부문에 초대되면서부터다.

1993년은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는 때였다. 물론 영화제도 그 뒤부터 둘로 갈라졌지만 그런 와중에도 영화제를 이끄는 사람들은 조금도 민족적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히 일을 하고 있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정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헤어졌다. 나는 그때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래서 이 영화제에 자주 들른다.

<박하사탕>힘이 셌다.

셋째로 이번 회고전은 영화제쪽에서 제의한 게 아니라 내가 개인적으로 개발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진행됐다는 점이 지금까지의 여느 회고전과 다르다.

외국의 한국영화회고전은 보통 어느 한 영화제로부터 제의가 들어오면 거기에 맞춰 영진위에서 협조하고 결정적인 프로그램은 영화제쪽에서 짜게 마련이다.

그러나 카를로비 바리의 경우는 내가 3년 전 직접 영화제에 제의를 하면서 시작됐고 영화제와 영화진흥위는 파트너로서 협조하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영화제 집행위원장 에바 자오라로바는 회고전에 관심은 가지만 동유럽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낮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주저했다. 그러다 지난해 경쟁부문에 뽑혔던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과 독립영화 부문의 홍상수 감독의 오마주 프로그램 영화들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모으자 한국영화 회고전을 열 만한 시기가 왔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8월 로카르노영화제 기간에 나와 만남을 갖고 싶다는 제의를 보내왔다.

로카르노에서는 그러나 장편영화 프로그램만을 토의했고 단편영화에 대해선 11월 만하임영화제 기간에 있었던 2차 모임에서 결정됐다. 자오라로바

집행위원장은 단편까지 넣으면 프로그램이 너무 크다고 처음엔 꺼려했으나 내가 단편영화를 고려하지 않고 오늘 한국영화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고집을 피워 결국 14편의 장편과 상영시간 4시간에 합당한 단편을 두 묶음으로 짜서 프로그램에 올리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회고전의 주제와 프로그램의 짜임은 여러 차례의 모임을 필요로 했지만 진행자체는 순조로웠다. 자오라로바 집행위원장은 내게 장편의 1차 선정을 맡겼고 그에 따라 나는 20편 영화를 골랐는데 이 과정에서 김지석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조언이 큰 도움을

주었다. 1차 선정에서 뽑힌 20편 가운데 영화제쪽 선정위원들이 최종으로 뽑은 영화는 14편이었다. 최종 선정의 한 가지 유감은 1차 선정에서

여성감독의 작품이 하나 들어 있었는데 그게 최종 선정에서 빠진 점이다. 단편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프로그램에 오른 14편은 영화제의 부탁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내가 뽑았고 평론가 이효인씨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제 쪽의 설비부족으로 16mm와 베타로 만들어진 좋은 작품들이

선정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던 점은 개인적으로 정말 안타까웠다.

■ 카를로비 바리 한국영화회고전

상영작

장편

<그들도 우리처럼>(박광수)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 (배용균)

<섬> (김기덕)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박종원)

<아름다운 시절>(이광모)

<플란다스의 개>(봉준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류승완)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정지영)

<춘향뎐> (임권택)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전수일)

(허진호)

<거짓말> (장선우)

<반칙왕> (김지운)

단편

<햇빛 자르는 아이>(김진한)

<베이비> (임필성)

<은어비행> (봉금웅)

<우산> (유철원)

<영영> (김대현)

<지우개 따먹기>(민동현)

<광대버섯>(염정석)

<나는 왜 권투심판이 되려 하는가>(최익환)

<어디 갔다 왔니?>(김진성)

<히치콕의 어떤 하루>(안재훈·한재진)

<물안경> (이수연)

<소풍> (송일곤)

<하루> (박흥식)

<언년이> (유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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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동유럽에도

▶ 회고전

가는 길의 몇 가지 문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