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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추억 속 명장면, 강렬하고 강렬했던 - 미쟝센을 거쳐간 감독·배우들이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은?
남선우 배동미 2025-10-17

오랜만에 만났어도 할 얘기가 많은 사이. 미쟝센영화제와 그 친구들은 그런 관계다. 어제를 곱씹는 것만으로 애틋해지고, 내일을 그리다 보면 벅차오른다는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미쟝센은 어떤 장면으로 남아 있나요? 그래서 어떤 작품을 다시 보고 싶나요? 미쟝센영화제 초청 및 수상 기록을 가진 10인의 감독과 6인의 배우가 애정 어린 답장을 보내왔다.

류승완 감독 전 심사위원 겸 대표집행위원

1회 때 첫 집행부 감독들이 모두 젊었다. 더운 여름이라 많은 집행위원, 심사위원 감독들이 자유로운 차림으로 주요 회의에 나갔는데 대부분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당시 미장센을 지원했던 아모레퍼시픽 이해선 부사장께서 이 모습을 보고 집행위원, 심사위원 모두에게 슬리퍼를 선물해 주었다. 나중에 들으니 나름 영화제라고 개막식 때 정장 차림으로 오셨다가 감독들이 슬리퍼 차림인 걸 보고 기겁하셨다고. (웃음) 그런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로 무척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해주셨던 것이다.미쟝센단편영화제가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창립 멤버 한 사람으로서 말할 나위 없이 기쁘다. 특히 이번 미장센 영화제는 미장센 출신의 감독들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보다 젊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미장센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이권 감독 제2회 최우수 작품상(<겁쟁이들이 더 흉폭하다>)

2003년 당시 타 단편 영화제에서 모두 탈락하고 배급사 찾기도 힘들 무렵 미쟝센단편영화제가 내 영화를 받아줬다. 지극히 장르적이었기 때문. 그때 매일 매일 영화제 극장에서 본선진출작들을 봤다. 즐거웠다. 당시 영화제 개최 장소가 삼청동이었는데 친구들과 근처를 거닐며 커피를 마시고 매일 영화에 대한 수다를 떨었던 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2004년엔 미쟝센에서는 학교 운동장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고등학생 두 명을 그린 작품을 보았는데, 제목은 잊어버렸지만 캐릭터들의 걸음걸이가 재밌고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 감독님이 어떻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박찬욱 감독 전 집행위원장 겸 심사위원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이경미 감독을 만났다. 그에게는 드라마를 만드는 능력이 있어 보였고 장편도 잘할 것 같았다. 그래서 <친절한 금자씨>의 스크립터를 맡겼고,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면서 <어쩔수가없다>시나리오까지 함께했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이경미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

김종관 감독 제3회 심사위원특별상(<폴라로이드 작동법>)

“운 좋게 수상의 기쁨을 가져본 지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그때 받은 격려가 이후 짧지 않은 창작의 시간 동안 큰 힘이 되었다. 약간의 세월이 흐른 뒤, 미쟝센영화제는 내가 만든 단편들을 모아 기획전을 열어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다시 돌아온 미쟝센영화제에 마음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박은영 감독의 <랑데부>

손원평 감독 제4회 심사위원특별상(<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

“미쟝센영화제는 2000년대 초반 모든 영화인에게 가장 힙한 축제였다. 20주년 기념 모자는 벌써 중학생이 된 딸의 최애 데일리 아이템이다. 계속해서 영화인들의 꿈이자 놀이터로 거듭나기를!”

다시 보고 싶은 단편 김선민 감독의 <가리베가스>, 김효정 감독의 <토끼와 곰>

연상호 감독 제5회, 제7회, 제14회 초청

“2006년에 <지옥: 두개의 삶>으로 초청받았다. 시상식 중 시상자가 ‘올해 절대악몽 섹션의 수상자는 놀랍게도 애니메이션입니다’라고 말해 상을 받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정유미 감독이 호명됐다. 그때 ‘아, 나는 영화 그만둬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미쟝센은 내가 가고 싶은 반짝반짝한 세계를 슬쩍 넘볼 수 있어 엄청 두근거린 영화제였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정유미 감독의 <나의 작은 인형상자>

임오정 감독 제8회 최우수작품상(<거짓말>)

“새로운 영화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비옥한 텃밭으로 자리매김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남현미 감독의 <새집이라고 했는데 이 얼룩은 뭐죠?>

남궁선 감독 제8회 최우수작품상(<최악의 친구들>)

“비정성시 최우수작품상을 원빈 배우로부터 전달받았다. 초현실적인 기분이었다. 미쟝센은 감독에게 허세 부리는 걸 추천하는 드문 영화제였다. 수상자에게 선물하는 감독 의자에 되도록 거만한 자세로 앉으라고 하셨다. 이후로 그 의자만큼 좋은 감독 의자에 앉아본 적이 없다. 그 의자를 스태프에게 줘버린 것이 천추의 한이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홍성윤 감독의 <그녀를 지우는 시간>

정승오 감독 제15회 심사위원특별상(<새들이 돌아오는 시간>)

“제15회 미쟝센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당시, 쓰라린 첫 연출부 경험으로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내가 영화를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스스로 옥죄고 있었다. 그러다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 ‘계속 영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조성희 감독님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선배 감독님들의 얼굴이 기억난다. 나는 여전히 영화를 만들고 있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김희진 감독의 <수학여행>

김보라 감독 제10회 심사위원특별상(<리코더 시험>)

김보라 감독 제10회 심사위원특별상(<리코더 시험>) “2011년, 졸업작품으로 찍은 단편이 미쟝센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기쁨과 동시에 다른 작품들과의 비교 속에 주눅 들었지만, 그 경험 덕분에 나만의 목소리를 가진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시작되었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김선민 감독의 <가리베가스>

김수진 감독 제12회 최우수작품상(<>)

“대학생 때 좋아하는 단편영화를 분석해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다. 나는 한정된 공간에서 카메라의 움직임만으로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잔소리>를 다루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미쟝센영화제 홈페이지에 있는 최정열 감독님의 이메일 주소로 연락했다. 사정을 설명하니 그가 흔쾌히 마지막 남은 DVD를 주겠다고 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느 지하철역 출구 앞에서 DVD를 받았고, 우리는 짧은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 이런 훈훈한 기억이 미쟝센의 낭만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최정열 감독의 <잔소리>

김홍기 감독 제19회 베스트 오브 무빙 셀프 포트레이트 수상(<중성화>)

“제19회 영화제 당시, 폐막식에 꼭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 즉시 수상 소감 연습에 돌입했고,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그럴싸한 옷을 입고 폐막식에 참석했다. 시상식이 시작한 지 3분 정도 지났을까. 내 이름이 제일 처음으로 불렸다. ‘베스트 오브 무빙 셀프 포트레이트’의 수상자로. 그런데 그걸로 끝이었다. 부끄럽고 화가 치밀어올라 끝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데, 그래도 이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다시 몸을 돌려 터덜터덜 폐막식장으로 향했더니 담당자가 한참 찾았다면서 해맑은 얼굴로 내게 상장과 상품을 건넸다. 물끄러미 상장을 바라보던 내가 말했다. ‘혹시… 제게 시상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텅 빈 무대에서 담당자와 나만의 시상식이 열렸다. 사진까지 찍고 돌아섰을 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액션·스릴러 부문 심사위원이었던 이제훈 배우였다. 그는 내게 ‘잘봤다’라고 했고, 나는 다소 시큰둥하게 ‘제 PR 영상을 다들 재밌게 봐주신 것 같다’라고 대꾸했다. ‘아뇨, 그것도 그런데, 감독님 영화를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심장이 쿵쾅댔다. 언젠가 이제훈 선배와 다시 만나 이 에피소드를 얘기하기 위해, 나는 지금도 이 일을 하고 있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방성준 감독의 <뒤로 걷기>

이주승 배우 제13회 심사위원특별상 연기부문(<사브라>)

“고등학생 때 찍은 단편영화로 처음 미쟝센영화제에 가봤다. 그 후 <사브라>로 상을 받았을 때 드라마 촬영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뒤풀이 자리에서 조진웅 선배가 직접 트로피를 주셨던 기억이 난다. 심사위원이었던 강동원 선배와 술 한잔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했고 영광이었던 추억이 있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 백승빈 감독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김새벽 배우 제15회 심사위원특별상 연기부문(<새들이 돌아오는 시간>)

“<새들이 돌아오는 시간>으로 수상한 덕분에 촬영 이후 오랜만에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 같이 모이는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그날 기뻐하던 팀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정승오 감독이 전해준 상금 봉투를 그대로 서랍 속에 보관해두었다가, 시간이 흐르고 감독님의 결혼식날 다시 꺼내 전하며 영화의 인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다시 나눌 수 있었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김인선 감독의 <수요기도회>

이채은 배우 제8회 심사위원특별상 연기부문(<거짓말>)

“미쟝센영화제에는 꿈이 있고, 기대가 있었다. 그곳에서 연기상 받기를 소망했고, 그걸 이루었을 때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 감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미쟝센영화제가 재개된다니 너무 기쁘다. 또 누군가에게 꿈이 되어주길!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나요!”

다시 보고 싶은 단편 임오정 감독의 <거짓말>, 이진우 감독의 <모퉁이의 남자>

배유람 배우 제14회 심사위원특별상 연기부문(<그리고 가을이 왔다><굿나잇 미스터 리><정글>)

“처음 미쟝센영화제를 접한 건 용산 개발 이전 시기였다. 이후 영화제가 이수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다시 용산으로 돌아왔을 때도 자주 찾곤 했다. 압구정에서도 상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기에 강형철 감독님을 비롯해 여러 감독님과 선후배 배우들을 만나 인연을 쌓을 수 있었고, 좋은 단편영화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수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미쟝센영화제가 다시 열리게 되었다는 소식에 정말 기쁘고 감회가 새롭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미쟝센영화제를 다시 찾을 것이고, 그 기대만으로도 벌써 설렌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이상근 감독의 <베이베를 원하세요?>

심달기 배우 제17회 심사위원특별상 연기부문(<동아>)

“아직도 집 냉장고에 제17회 굿즈가 붙어 있을 만큼 내겐 그 시간이 잊지 못할, 자랑스러운 순간들로 가득하다. 그 시절 가장 가까운 친구가 항상 내게 미쟝센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을 것만 같다는 예견을 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폐막식에서 연기상 발표를 기다리던 직전 친구는 내 귀에 아닐 거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속삭였다. 날 많이 아끼던 친구였다. 혹시나 내가 실망할까 걱정했나보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원래 입으려던 바지가 적당치 않아 그 친구와 바지를 바꿔 입고 수상 발표 직전에 도착해 숨을 헐떡이며 상을 받았다.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직도 믿기 어려운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김상구 감독의 <뿌리가 자란다>

김우겸 배우 제19회 심사위원특별상 연기부문(<우리의 낮과 밤>)

“제19회 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해 관객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시 예전처럼 복작복작 바글바글할 미쟝센영화제를 생각하니 너무 기대된다. 단편만을 상영하고, 감독님들이 운영하고, 장르적으로 섹션을 나눠서 늘 뭔가 통통 튀는 느낌을 주는 게 이 영화제만의 매력이라고 느꼈다.”

다시 보고 싶은 단편 권예지 감독의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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