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트 컴버배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에디슨의 모습은 어떨까. 천재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만큼 지금까지 그의 배역은 특별했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탐정 셜록 홈즈, 스티븐 호킹 박사, 수학자 앨런 튜링과 시간을 지배하는 마법사 닥터 스트레인지까지. 각기 다른 매력의 천재 연기로 좌중을 압도했던 그가 <커런트 워>의 에디슨이 되어 우리가 몰랐던 천재의 이면에 접근한다. 수학자 앨런 튜링의 비극적 실화를 컴버배치의 섬세한 연기로 수놓은 <이미테이션 게임>을 소개한다. 앨런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 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답을 찾기 위한 그의 집착과 남다른 아이디어가 1400만 명의 목숨을 구하는 성과를 냈지만, 정작 말년의 인생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동성애자였던 튜링은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 감옥 대신 호르몬 주사를 택했으며, 결국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베어 물고 자살했다. 애플의 사과 모양 로고는 암호 해독 과정에서 전자 계산기의 원리를 발견해 낸 앨런 튜링에게 바치는 헌사다. 한 천재의 복잡다난한 인생을 풍부한 텍스트로 끌어올린 <이미테이션 게임>.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균형 있는 연기가 영화에 진한 설득력을 더한다.
톰 홀랜드
얼마 전 들려온 소니와 디즈니의 계약 종료로, 더 이상 스파이더맨(톰 홀랜드)과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투숏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팬들의 아쉬움을 알기라도 한듯 두 사람은 <커런트 워>를 통해 스크린에 나타났다. 톰 홀랜드는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 컴퍼니의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을 만큼 에디슨과 끈끈한 관계였던 비서이자 유능한 협상가 사무엘 인설을 연기한다. ‘아기 거미’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재간둥이 스파이더맨으로 활약 중인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의 팬이라면 톰 홀랜드의 진지한 연기가 담긴 <잃어버린 도시 Z>도 놓쳐선 안 된다. 현재 미국의 젊은 거장 칭호를 받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는 제임스 그레이 감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어드벤처 영화 <잃어버린 도시 Z>는 믿어주는 사람 하나 없었던 외로운 탐험가의 집념과 열정에 대한 보고서다.실존 인물이기도 했던 탐험가 퍼시 포셋을 배우 찰리 허냄이, 아버지의 여정에 굳은 신념으로 동승한 아들 잭 포셋을 톰 홀랜드가 연기했다. 잭은 오랜 세월 집을 떠나 있었던 아버지를 알아 보지 못했고, 그를 원망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믿고 기꺼이 탐험을 제안한 쪽은 아들 잭 포셋이다. 이들의 모험이 과연 성과가 있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아마존 밀림 속 새로운 문명을 찾아 떠난 이들의 강력한 호기심과 탐구욕만은 후대에 남았다.
니콜라스 홀트
니콜라스 홀트는 <커런트 워>에서 에디슨의 강력한 라이벌 니콜라 테슬라를 연기했다. 실용적인 의상을 입었던 에디슨과는 달리 테슬라는 화려한 패션 감각을 자랑했다. 실제 테슬라의 모습을 반영한 <커런트 워>는 니콜라스 홀트의 19세기 패션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니콜라스 홀트는 어린 시절 <어바웃 어 보이>에 출연하며 유명해졌다. 이후 청춘 드라마 <스킨스>로 다시 한번 인기를 얻었고 <엑스맨> 시리즈, <웜 바디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등에 출연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입지를 다졌다. <스킨스>를 끝내고 출연한 <싱글 맨>에서 그의 색다른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싱글맨>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가 만든 첫 영화다. 미(美)에 대한 아주 예민한 감각을 가진 그의 손에서 탄생한 <싱글 맨>에는 콜린 퍼스, 줄리안 무어, 그리고 니콜라스 홀트가 세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동성애자 조지(콜린 퍼스)의 오랜 연인 짐(매튜 굿)이 죽는다. 연인의 공백을 견디기 힘든 조지의 나날들이 잿빛 화면으로 펼쳐진다.이때, 그에게 다시금 싱그러운 색채를 선물한 청년 케니(니콜라스 홀트)가 등장한다. 삶의 의미를 잃은 조지에게 케니는 서서히 젖어드는 종류의 사랑이다. <싱글맨>은 두 사람 사이의 복잡미묘한 감정 연기는 물론, 대사나 행동이 아니라 채도가 점차 높아지는 화면을 통해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톰 포드의 연출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마이클 섀넌
많은 이들에게 마이클 섀넌은 슈퍼맨을 뛰어 넘은 존재감의 조드 장군(<맨 오브 스틸>)이거나, 폭력적인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일 것이다. 선이 굵은 캐릭터에 최적화된 듯한 배우 마이클 섀넌은 <커런트 워>에서 비즈니스의 천재 조지 웨스팅하우스 역을 맡았다. 웨스팅하우스는 철도 브레이크를 발명해 막대한 부를 얻은 사업가다. 웨스팅하우스는 테슬라와 함께 교류 전기를 반대했던 에디슨과의 전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마이클 섀넌을 악역 전문 배우로 기억한다면 다른 예로 챙겨봐야 할 영화가 있다. 연기파 배우로서의 잠재력이 폭발한 <테이크 쉘터>다. 마이클 새년은 평범한 가장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불안을 시각화한 <테이크 쉘터>의 주인공 커티스를 연기했다. 당시 신인이던 감독 제프 니콜스는 이 영화로 미국 영화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대상을 비롯한 각종 수상 이력도 여기서 나왔다.언급했듯 <테이크 쉘터>의 주된 테마는 한 남자의 불안이다. 커티스는 끔찍한 악몽을 꾼 뒤로 환각과 환청을 겪다가, 언제 몰아칠지 모르는 어마어마한 폭풍우로부터 가족들을 지켜내기 위해 무리한 대출까지 감행하며 지하 벙커를 짓기에 이른다. 감독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속에서 돌연 직장과 집을 잃은 중산층들을 통해,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현대인의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 지점에서 탄생한 <테이크 쉘터>는 마이클 섀넌의 탁월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불안의 전염을 체험하게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