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발견의 기쁨을 누리지만, 유독 올해 신진 한국영화들은 논쟁의 쾌감을 줬다. 앞서 언급한 <소통과 거짓말>과 <스틸 플라워>를 비롯해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구조를 선보인 박홍민 감독의 <혼자>, 죽음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붙들고 있는 김진도 감독의 <흔들리는 물결>, 설정과 이미지부터 참신한 권오광 감독의 <돌연변이>, 그리고 공히 성실함과 독창성이 엿보이는 두편의 다큐멘터리 최우영 감독의 <공부의 나라>와 김영조 감독의 <그럼에도 불구하고>까지, 7편 모두 진득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최근 단편과 장편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일반 개봉’을 염두에 둔, 그러니까 대중과의 소통 측면에서 ‘안정성’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풍토에서 그 실험성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이번 영화가 당신의 첫 작품이건 두 번째 작품이건 간에, 일단 기어이 완성하고야 마는 그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 박홍민 감독은 첫 번째 장편 <물고기>(2011)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이후 무려 4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냈고, 김진도 감독은 빨리 데뷔할 수 있으리라는 도도한 꿈으로부터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무려 7년의 세월이 걸렸으며, 박석영 감독은 <들꽃>에서 ‘철꽃’으로 나아가는 동안 카메라 앞의 대상을 ‘이용’하기만 했다는 자괴감에 하루를 1년처럼 끝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특집 중 박석영 감독의 말처럼 나 또한 “영화는 저 스스로 만들어지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를 품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건 비단 신예 감독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이화정 기자가 <필름시대사랑>으로 만난 장률 감독도 인터뷰에서 “영화는 자기가 사는 대로 담아내는 것”이라 했다. 다들 어디서 그런 담담한 여유가 나오는 걸까. 누군가의 얘기처럼, 감독은 아무나 하나. 역시 감독이란 별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