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월드시네마 부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행복한 포화 상태’랄까. 역대 최다 상영작수 갱신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 다리오 아르젠토, 코스타 가브라스처럼 이름난 거장들이 직접 부산을 찾는데다가 영화를 보낸 대륙과 국가의 수도 다양해졌다. 월드시네마 부문을 담당하는 이수원 프로그래머가 예년보다 훨씬 바빴음은(그리고 더욱 바빠질 것임은) 쉽게 짐작할 만 하겠다.
그녀는 올해 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의 페스파코 영화제를 처음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미지의 영화들을 발굴하겠다는 부산영화제의 의지가 미지의 대륙으로 확장된 셈이다. “페스파코는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아프리카 최대의 경쟁영화제다. 정말 자유로운 에너지가 느껴지는 영화들이 많았다”. 올해 최초로 상영될 5편의 아프리카 영화는 놓치지 않는 게 좋을 법 하다. 그 외 올해 주목해야할 국가는 올해 5편이 초청된 폴란드다. 작년 두드러진 약진을 보여줬던 루마니아에 이어 동구권 영화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예감하게 만든다. 이탈리아 영화들도 게스트와 작품수가 예년보다 충실한 편이다.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작품의 수준과 관객의 입장을 동시에 생각했다”고 말한다. 대중성을 좀 더 가미하려는 그녀의 의지는 다리오 아르젠토 특별전을 비롯해 예년보다 순수한 장르영화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코미디 영화들의 선정에 개인적으로 힘을 좀 썼단다. “세상이 워낙 각박하다보니 코미디 영화들이 끌리더라”는게 이유다. 두뇌를 회전시키며 골치아프게 화면을 응시하는 것도 영화제만의 재미겠지만, 역시 어디에나 웃음은 필요한 법 아니겠는가.
추천작
시적으로 아름다운 벨기에 영화 <바닷가 천사>.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레바논>, 엘리아 슐레이만의 7년만의 신작 <팔레스타인>, 그리고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카메룬의 사랑>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올해는 정말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가 많다. 특히 이탈리아 박스 오피스를 강타한 <애프터 러브>와 배꼽빠지게 웃기는 <나의 사춘기>는 놓치지 마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