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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준 월드시네마 프로그래머 (+추천작)

전양준 프로그래머가 지난11년간 담당해 온 영화를 국명으로 다 열거하기는 불가능하다. “할리우드 영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영화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영화를 대상으로 상영작을 선정한다”는 전양준 프로그래머의 설명은 그가 해마다 얼마나 많은 영화들을 보아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만큼 열심이기때문에 특정 작품들에 쏠리는 관객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부산영화제가 10회에 이르던 지난 해까지 잘 모르는 국가들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꾸준히 노력했지만 관객들이 몇몇 감독들의 작품으로 편중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하지만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인구 500만명당 1편의 영화를 선정한다고 보면 된다. 물론 그 비율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다. 서유럽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 수 있지만, 영화제작환경이 열악한 국가들의 경우 그 비율을 밑돌기도 한다.”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10년간 들인 노력의 성과를 서유럽과 동유럽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추천작으로 꼽는 <태양이 본 것>은 바르샤바에서 있었던 스크리닝에서 보고 선택한 영화. 해외 영화제 말고도 런던을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주요 영화제 집행위원장이나 프로그래머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열리는 스크리닝에서 영화들을 미리 보고 초청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황금의 문>의 경우, 베니스에 초청되기 이전인 올 3월부터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부산영화제 상영을 추진한 작품이다. “모든 나라의 영화를 소개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각국의 뛰어난 작품을 선별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생기고 있고, 제작 단계에서부터 좋은 작품에 대한 입소문을 들을 수 있다”

아시아 필름마켓의 출범은 부산영화제의 산업적 영향력을 강화시켜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동시에 월드 프리미어 작품들을 다수 유치해야 한다는 부담으로도 작용한다.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부산영화제가 낯선 영화들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낯선 국가들의 영화가 많아질수록 월드 프리미어 작품 수가 많아지는 동시에 발견의 기쁨 역시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주목하는 대륙은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이렇게 점진적으로 부산영화제의 영화적 영토를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한 노력이 있다면 낙관은 현실이 될 것이다. “칸영화제는 라틴아메리카라기보다 아르헨티나 영화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브라질, 칠레, 페루 등의 국가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틈새 공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월드 프리미어 작품 편수가 100편에 달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양준 프로그래머 추천 작품

-<꿈의 동지들> 인도 남부, 부르키나파소, 북한 그리고 미국 중서부에서 살고 있는 ‘시네마 천국’ 꿈꾸는 네 명의 영사기사들 이야기.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낙천주의자들> 고란 파스칼리예비치 감독은 유럽에서는 구(舊) 유고연방 출신의 영화감독 중 에밀 쿠스트리차 다음으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그가 볼테르의 <캉디드>에서 영감을 받은 블랙코미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고전적 내러티브지만 감독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최고의 영화. 야외상영작으로 선정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선한 공기> 아그네스 코츠시스는 신인감독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숙련된 연출을 보여주었다. 헝가리 영화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영화들 중 하나.

-<태양이 본 것> 어려움을 겪는 폴란드의 젊은 세대에 대한 이야기다. 감정에 치우쳐 멜로드라마로 흐르지도, 너무 건조한 리얼리즘으로 흐르지도 않고 균형잡힌 감각을 보여준다.

-<타인의 삶> <타인의 삶>은 도청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도청을 다루는 방식이 남다르다. 감시와 억압의 상징과도 같은 도청이 오히려 이해의 수단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잘 잡아냈다.

-<황금의 문> 초대 이민자들이 겪는 고달픈 삶의 애환을 그린 영화. 베니스영화제 출품이 결정되기 전부터 눈독들였던 작품이다.

-<내가 살던 키부츠> 키부츠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 놀라움을 맛볼 수 있다. 아름다운 화면이 백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