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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틸다 스윈턴의 기억 속으로 - <틸다 스윈턴-온고잉> 암스테르담 아이 필름뮤지엄 특별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 북측으로 흐르는 운하 건너편, 시내와는 사뭇 다른 모던한 빌딩들 사이로 납작하지만 날렵하게 뻗은 새하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네덜란드 국립영화박물관 ‘아이 필름뮤지엄’(Eye Filmmuseum)이다. 70mm 필름 상영이 가능한 스크린을 포함한 4개의 상영관, 규모 있는 상설·특별 전시관, 식당과 바를 겸하는 탁 트인 전망의 아레나까지. 시네필이라면 여행 중 시간을 내어 방문할 이유가 차고 넘치는 공간이지만 지금 이곳을 반드시 찾아야 할 이유가 있다. 특별전 <틸다 스윈턴-온고잉>(Tilda Swinton–Ongoing, 이하 <온고잉>)이 지난해 9월28일 개막해 올해 3월15일까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온고잉>은 틸다 스윈턴이라는 배우의 존재감과 아이 필름뮤지엄의 장점이 조화롭게 결합된 결과물이다. <카라바지오> <에드워드 2세> 등 초기작을 함께했으나 지금은 세상을 떠난 데릭 저먼부터, 비교적 최근 협업을 시작한 페드로 알모도바르까지. 전세계에 걸쳐 있는 스윈턴의 예술적 동지 9명과의 직접 협업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 기간 동안 스크린에는 40편이 넘는 틸다 스윈턴의 출연작이 걸리는데, 몇 회차에서는 아이 필름뮤지엄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아이 컬렉션은 6만3천여편의 영화 및 관련 소품을 소장 중이다.-편집자) 중 상영작과 어울리는 단편영화를 스윈턴이 직접 프로그래밍해 함께 상영한다.

틸다 스윈턴과 <수베니어: 파트 Ⅰ,Ⅱ> <디 이터널 도터> 등으로 협업한 조애나 호그의 설치미술은 놀라움을 안긴다. 스윈턴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호그는 1980년대에 스윈턴이 살았던 런던 아파트의 내부를 전시장으로 옮겨왔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다가가면 스윈턴의 육성이 들려온다. 내용과 톤이 각기 다른 독백을 하나하나 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의도치 않게 중요한 이야기를 엿듣게 되는 클리셰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가도, 어느새 스윈턴의 가장 내밀한 공간과 기억 속에 들어온 침입자가 된 듯한 죄의식마저 느껴진다.

틸다 스윈턴과 실험적인 장편 데뷔작 <더 프로타고니스트>(1999)를 함께했던 루카 구아다니노 역시 친밀한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먼저 은으로 조각한 틸다 스윈턴의 상반신상이 눈에 들어온다. 매끈함과 거친 질감이 공존하는 마감, 뒷모습으로 시작해 서서히 앞모습을 보게 되는 전시 방식은 구아다니노 특유의 관능성이 살아 있다. 이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짧은 단편도 만날 수 있다. 자연 한가운데 오직 두 사람만이 촬영한 이 작품에서 스윈턴은 구아다니노와의 첫 만남 당시 입고 있던 빨간 스웨트셔츠를 입고 등장한다.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메모리아>)은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틸다 스윈턴의 집을 배경으로, 그답게 명상적이면서 조금은 으스스한 단편을 완성했다. 독특한 점은 가로가 긴 스크린에 두 가지 푸티지를 일부 겹치도록 만들어 상영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장면이 시차를 두고 양쪽에서 반복되거나 겹쳐진 화면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는 오래된 집의 풍경과 어우러진다. 공간에 담긴 시간성을 감각할 수 있다.

짐 자무시 감독은 또 다른 방식으로 평행 스크린을 활용한다. 독특한 좀비물 <데드 돈 다이>에서 틸다 스윈턴이 연기한 젤다 윈스턴의 분량을 재편집해 양쪽 스크린에 번갈아 영사하는 방식이다. 왼쪽 스크린의 장면이 컷되면 오른쪽 스크린으로 숏이 이어진다. 테니스 경기를 보듯 시선을 부지런히 옮겨야 해 다소 번거롭지만,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일본도를 휘두르는 젤다 윈스턴은 그 존재만으로 수고를 자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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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Studio Hans Wilsch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