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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안의 대안으로, 2025년 독립영화가 펼친 제작·배급·상영의 새로운 시도들
이우빈 2026-01-08

<에스퍼의 빛> <구름이하는말> 비평

<무관한 당신들에게>

<씨네21>이 공개한 2025년 올해의 한국영화 10선에 8편의 독립영화가 이름을 올렸고, 1위 <세계의 주인>은 관객수 18만명을 돌파하고 있으며 <사람과 고기> <여름이 지나가면> <3670> <3학년 2학기> 등의 독립영화가 1만~4만명 안팎의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다. 그렇다고 2025년이 한국 독립영화의 성취가 빛난 해로 기록될지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독립영화의 선전은 500만 시장으로 반토막 난 한국 상업영화 시장의 부진에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이든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눈에 먼저 들어오기 마련이고, 영화산업이 침체함에 따라 독립영화의 구조와 인력 상황도 축소할 것이기에 산업부터 챙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법하다.

다만 이러한 주장은 독립영화의 성취를 관객수 등의 정량적 지표에 빗대어 보는 시선의 결과물이다. 그보다 <씨네21>은 올해 공개된 일련의 독립영화들이 제작, 상영 등의 환경적 측면에서 어떠한 대안을 펼쳤는지 위주로 돌아보려 한다. 더하여 <에스퍼의 빛>이 한국영화의 풍경을 변형하는 독립영화의 실천으로서 어떠한 미학적 시도에 뛰어들었는지, <구름이하는말>이 최근 그 중요성이 대두되는 지역영화로서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 늦게나마 덧붙인다. 이 복기로 2025년 독립영화가 거머쥔 성취의 판단은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지속성을 위한 상영, 자율성을 위한 자체 배급

<3학년 2학기>

우선 기존 독립영화의 체제를 벗어나 자체적인 배급·상영을 펼치는 사례가 두드러졌다. 현 영화진흥위원회 체제가 확립된 이후, 독립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 등 공공기관의 제작지원, 개봉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사업의 진행 일정에 맞추어 영화의 생애주기가 정해지는 사례가 일반적이었다. 한편의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시기가 고정되는 탓에 작품이 한달 내외로 휘발되는 경향이 짙어졌다. 다만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는 9월3일 개봉했음에도 아직 다양한 종류의 상영회를 열며 영화의 생명력을 늘리고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영화의 취지에 맞게, 사회초년생 응원 상영이라는 명목의 공동체 상영을 장기적으로 주도하고 후원받으며 전국의 학생들과 교육계 관계자, 다양한 계층의 관객을 극장에 모으는 중이다. 주제 의식을 강조하는 독립영화가 그 주제를 단순한 마케팅의 차원을 넘어 관객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한 경우다.

독립영화 감독들이 기성 배급사와의 계약 없이 작품을 자체 배급하는 사례들도 눈에 띄었다. 2025년 <씨네21>올해의 한국영화 10선 중 8위에 선정된 <부모 바보>는 제작사 보리수나무영화사가 극장에서 자체 개봉을 시도했으며, 이종수 감독의 다음 작품 <인서트>는 비(非)개봉 상영회라는 이름을 통해 기존의 개봉 절차를 따르지 않고 관객과 만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수정 감독의 <>등이 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된 후 자체 배급을 선택했다. 이처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독립영화가 (부분) 자체 배급의 길을 택했다. 이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의 선택을 받은 독립영화들조차 기존의 제도에서 탈락하며 관객과 만날 수 없는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하여 이러한 단기적·사적 배급·상영의 형태는 지속 가능성, 상영관 규모와 관객 접근성에 있어서 회의적 물음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영화제 프리미어-배급사 계약-공공기관 개봉지원 사업 선정 및 개봉’으로 고정되던 독립영화 생태계의 절차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일련의 독립영화가 강하게 표출했음에 의의를 두어야 할 것이다.

워크숍부터 미술관까지, 독립영화가 웅크리는 곳들

<에스퍼의 빛>

제작의 측면에서도 색다른 모델을 제시한 시도들이 감지됐다. 우선 2025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무관한 당신들에게>는 문주화 영화평론가가 기획하여 김태양, 손구용, 이미랑, 이종수 감독이 연출에 참여한 옴니버스영화다. 성북문화재단의 2025년 성북 신문인사 프로젝트의 일환에서 전시를 위한 작품으로 제작되었고, 이후 영화제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관과 미술관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두 분야를 오가는 창작자·비평가들의 교류가 잦아진 시점에 특기할 만한 사례였다. 기성의 독립영화 제작지원 제도를 떠나 다른 토대를 찾은 영화들도 있었다. <에스퍼의 빛>은 영화 워크숍에 강사로 참여했던 정재훈 감독이 강의를 수강했던 청소년들과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다. 안선경, 장건재 감독의 <최초의 기억>도 연기 워크숍의 과정을 영화로 엮었고 제작사인 모쿠슈라가 텀블벅 후원 등을 통해 직접 배급했다.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제작과 배급을 지속 수행해오던 홍상수 감독 외에도 다양한 독립영화 감독과 제작사들이 공적 지원의 정해진 체계를 벗어난, 장기적인 자생의 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2025년 <씨네21> 올해의 한국영화 10선에 오른 <에스퍼의 빛>의 배급을 신생 배급사 시네마토그래프(대표 이윤영)가 담당한 일도 유의미한 대목이다. 시네마토그래프는 SNS 웹진을 시작으로 독립영화 고관여 관객들에게 인지도를 쌓은 뒤, 수입·배급업에 손길을 넓힌 사례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간이 오프라인 극장의 홍보 수단일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독립영화는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대안적 움직임을 강조하며 그 활력을 생명물로 삼았던 영역이다. 이전에 독립영화라고 지칭되었던 ‘무엇’의 구조에서 한계가 느껴지는 지금, 기존의 독립영화에서 독립하여 대안의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들이 포착되는 것은 당연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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