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여름영화, <진주만> 등 차례로 개봉
1991년 이래 처음으로 전년 대비 수입이 하강곡선을 그렸던 2000년 여름의 악몽이 아직 생생한 가운데, 올해 할리우드의 2001년 여름 흥행 판도를 점치는 이른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버라이어티> 최근호는, 2001년 들어 할리우드의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나 증가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올 여름 대작의 경향과 승부수, 개봉 스케줄을 점검했다. 2000년과 마찬가지로 2001년 여름 시장은 고전적인 안전 처방에 기댄 덩치 큰 영화들로 넘쳐날 전망. 각 스튜디오는 속편과 서사극, 인기 비디오게임 각색 영화를 여름 흥행의 전위에 세우고 있다. 우선 속편으로는 유니버설의 <미이라2>와 <쥬라기공원3> <아메리칸 파이2>, 폭스의 <닥터 두리틀2>, 미라맥스의 <무서운 영화2>가 대기중이고, 비디오게임 혈통의 영화로는 파라마운트의 <툼 레이더>, 소니의 <화이널 판타지>가 대표적이다.
<버라이어티>는 이처럼 극도로 익숙한 소재가 초기 단계부터 관객의 기대를 반감시키는 약점이 있음을 전제하면서도, 적당히 비틀기만 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낳는 재료라는 점을 강조했다. 덧붙여 올 여름은 작년에 비해 안정적인 상품성을 유지하면서도 품격과 흥미로운 변주를 나름대로 더할 만한 영화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폭스, 디즈니 등 스튜디오의 배급관계자들 역시 올해의 할리우드 여름 메뉴가 ‘훌륭한 조합’을 보여주고 있다며 어느 해 못지 않은 호황을 예상하고 있다.
<버라이어티>가 꼽은 2001년 여름 최대 화제작은 제리 브룩하이머-마이클 베이 조가 만드는 1억3천5백만달러 예산의 대작 <진주만>과 3년 만에 귀환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 <인디펜던스 데이>가 독립기념일에 개봉했듯, 영화의 내용상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인 전몰장병 기념일에 개봉을 붙박아 놓은 디즈니의 <진주만>은 풍성한 액션에다 10대 여성 관객을 끌어들일 만한 로맨틱한 요소를 갖췄다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제2의 <타이타닉>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반면 스탠리 큐브릭의 프로젝트를 스필버그가 완성하는 워너의 는 흥행 승부수가 베일에 가려진 상태. 하지만 친밀한 정서와 스펙터클을 융합하는 스필버그의 탁월한 재능이 또 한번 발휘되지 않겠냐는 것이 일반적인 추측이다. 한편 <진주만>은 2001년 여름의 스타트 주자로서도 선전을 기대받고 있다. 지난해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휴가 시즌의 <미녀 삼총사>와 <그린치>의 예에서 보듯, 한 분기의 흥행 기류는 시즌을 여는 1번 주자의 성적에 상당히 좌우되기 때문이다. 기습 히트였던 전편 <미이라>와 달리, 제작단계부터 흥행 기대주로 지목받아 온 <미이라2> 역시 5월 초에 개봉함으로써 비슷한 임무를 나눠지고 있는 처지다.
올 여름 미국 극장가 달력의 특징은 큰 영화들끼리 맞붙는 일이 거의 없이 띄엄띄엄 와이드 개봉된다는 점. 5월 마지막 월요일 개봉하는 <진주만>을 시작으로, 는 6월 마지막 주, <혹성탈출>은 7월27일에 개봉하고 그 사이로 드림웍스의 <슈렉>, 디즈니의 <아틀란티스>, 폭스의 <물랑 루즈>, MGM의 <원죄>, 소니와 레벌루션이 합작한 <아메리카의 연인들> 등이 관객과 만난다. <툼레이더>와 <아틀란티스>가 동시에 개봉하는 6월15일 정도를 제외하면 지난해 <퍼펙트 스톰>과 <패트리어트>, <샹하이 눈>과 <미션 임파서블2>가 격돌한 데에 비해 평화로운 극장가다. 편수로 봐도 2001년 극장가는 조금 숨통이 트이는 인상. 통상 여름 시즌으로 분류되는 5월 초부터 9월 첫 월요일까지 개봉 작품수가 작년의 41편이나 1999년의 48편에 비해 감소한 37편이다. 이같은 여백을 틈타 개성있는 슬리퍼 히트작이 부상할지도 2001년 여름의 또다른 관심사. 록 사운드트랙과 중세 기사 무용담을 결합한 소니의 <기사 이야기>, 케빈 스미스의 <제이와 사일런트 밥의 역습>, 유니버설의 <더 패스트 앤 더 퓨리어스> 등은 모두 <무서운 영화>의 행운을 꿈꾸는 작은 여름 영화들이다.
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