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사방이 꽃 천지다. 여의도엔 벚꽃이 만발하고, 뒷동산엔 개나리와 진달래가 노랗고 붉은색의 향연을 보여준다. 봄처녀의 마음이 싱숭생숭할 만도 하다. 게다가 올해는 유달리 극장가의 꽃구경이 볼만했다. <메종 드 히미코>의 게이청년 하루히코, <나나>의 기타리스트 노부, <오늘의 사건사고>의 영화감독 지망생 나카자와까지. 일류(日流)의 기운이 세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국적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귀차니즘에 꽃구경은 엄두도 내지 못할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웃는 얼굴이 아름다운 쓰마부키 사토시와 어둠 속에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는 남자 오다기리 조. 두 미청년이 내뿜는 향연을 맘껏 즐기시기 바란다. 꽃보다 남자라 하지 않았던가.
START POINT_오락실 VS 영화관
쓰마부키 사토시의 출발은 로또 같다. 고등학생 무렵, 우연히 게임센터에 간 그는 오디션용 프로그램에 응시한다. ‘합격’이란 표시가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종이를 오
쓰마부키 사토시 vs 오다기리 조 [1]
-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
촬영시작 4월15일 제작 영화사 아침·씨네월드 개봉예정 추석
사석이건 공석이건 이준익 감독은 웬만해서 배반하지 않는다. 오늘도 뭔가 유쾌한 명제를 얻어 듣고 가리라, 는 기대감을 이번에도 어기지 않았다. “성격 좋은 게 실력이야”, “스타일은 살기 위한 무기야. 근데 변하지 않는 스타일은 스타일이 아니지” 등등. 성격 좋은 게 실력이야, 같은 말은 새롭지 않은 것 같지만 이준익 감독은 그 하나하나를 몸에 붙여 실전에 응용하며 산다. 최석환 작가와 작품을 줄곧 함께하는 것도 좋은 성격 때문이고, <황산벌>과 <왕의 남자>의 B카메라였던 나승용을 이번에 촬영감독으로 데뷔시키는 것도 좋은 성격 때문이란다. 대체 좋은 성격의 의미가 뭘까? “자기 것을 고집하지 않고 열려 있는 성격이지.” 대단한 걸 가르켜주는 영화학교도 없지만 거기서 배운 몇 안 되는 지식이 얼마나 유용하겠느냐, 는 생각이 출발점이다. 그러니 지식이 없어도
화제의 감독들 신작 엿보기 [3] - 이준익
-
박진표 감독의 <그 놈 목소리>
촬영시작 6월 제작 영화사 집 개봉예정 12월
완성된 <너는 내 운명>을 보고 나서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촬영 전 인터뷰 때 단순한 ‘통속사랑극’이라고 누차 강조하는 박진표 감독의 내심을 알 듯 모를 듯했던 터였다. 진짜 뭘 만들고 싶은 걸까, 알 수 없었다. <너는 내 운명>은 말 그대로 통속사랑극으로 눈물을 자아냈지만 그 자체가 시대를 거스르는 메시지인 작품이었다. 6월 촬영에 들어갈 <그 놈 목소리> 역시 실화를 극화하는 작품이며, 이번에도 감독은 ‘정말 단순하다’라는 말을 죽도록 되풀이한다. “그냥 그놈 잡으려는 목적으로 만드는 영화일 뿐”이라고. 물론 믿지만 영화를 보기 전까지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극의 뼈대가 되는 사건의 개요가 심증을 굳힌다. 1991년 1월29일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한 아이가 유괴당하고, 아이의 부모는 44일 동안 60∼70차례에 걸쳐 7천만원을 요
화제의 감독들 신작 엿보기 [2] - 박진표
-
매일 똑같은 학교와 직장과 거리를 오가며, 늘 같은 꿈을 꾼다. 언제가는 새 출발을 하고 말 거야!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생의 지각변동은 쉽게 오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결과를 알 수 없는 지진을 일으키기란 쉽지 않다. 아마도 그것이 예술가와의 차이점일 것이다. 이야기와 그 전달 방식과 테마를 매번 바꿔야 하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 감독은 특히 매 작품이 새 출발일 것이다. 한 작품 끝나기가 무섭게 새 출발을 향해 기지개를 켜는 이 사람들만큼 과거와의 이별이 일상인 이들이 있을까. 그들의 화려한 과거에 우리는 아직 취해 있는데 벌써 저만큼 성큼성큼 가버린 이들이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 출발을 시작한 감독 셋을 만났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박찬욱, <그 놈 목소리>의 박진표, <라디오 스타>의 이준익. 세상을 호령하던 금자씨와 은하와 공길이의 목소리가 아직 곁에 머무는 것 같은데 벌써 새 애인을 꿰찬 그들. 그들은 얄밉도록 새 애인에게
화제의 감독들 신작 엿보기 [1] - 박찬욱
-
-
“이제는 연구단계를 벗어나 대중화해야 한다”
지난 2003년 부임한 이효인 원장은 오는 7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내년 3월 예술의전당에서 상암DMC로 이전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여러모로 미묘한 시점에서 진행된 인터뷰가 아닐 수 없다. 재임 기간 동안 그가 젊은 연구인력과 새로운 마인드를 도입하여 벌였던 다양한 사업 중 일부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일부는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소득을 보지 못했다.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더욱 많은 시기. 자료원장으로서 그리고 한국 영화사 연구자로서 이효인 원장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한국 영화사에 대해 아직도 할 말이 많고,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부임 초기, 한국영상자료원을 국립아카이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중간에 목표가 달라졌다. (웃음) 처음에는 주어진 예산과 인력 안에서 열심히 하면 국립영상아카이브라는 완결된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고를 받아쓰는 정부
한국영상자료원의 모든 것 [5]
-
해외 자료수집
연구교육팀 정혜연
2004년부터 2년간 해외 자료수집 업무를 진행한 정혜연씨는 특정 자료가 존재한다는 제보를 받은 뒤, 이메일과 전화연락을 통해 소장자에게 보유 여부를 확인한 다음, 현지 출장을 통해 자료를 실사하고, 별도의 협의를 통해 실제 필름을 구입하거나 기증받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선 영어능통은 필수, 고령의 개인수집가들은 영어에 능하지 않기에 일본어 등 해당 외국어 실력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다. 당시 스페인에 수출됐다는 문헌 자료를 발견하고 스페인 아카이브에 문의했고, LA에 존재한다는 제보를 받고 연락을 취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찾을 수 없었던 <만추>(이만희) 등의 작품은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현재 연구교육팀에서 근무 중이다.
“최초의 연락부터 필름을 건네받기까지 1년 정도가 걸리는 경우가 허다해요. 최종 확인을 위한 출장 전에는, 단 한번 주어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주의를 기울여요. 막상 그
한국영상자료원의 모든 것 [4] - 숨은 일꾼들
-
한국영상자료원은 2006년 2월 말 현재 4445편의 극영화필름과 6만1694권의 시나리오, 16만1638점의 스틸, 1만5390점의 포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필름을 가득 실은 선반이 한없이 줄지은 필름 보관고를 비롯해서 자료원의 각종 자료 보관고에 들어서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놀라운 것은 이 자료 중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것들은 이제 막 50%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자료를 DB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복원상태 때문이 아니라, 개별 자료를 분류하고 각각의 영화와 연결시키는 작업이 미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상자료원이 게을렀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한국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가 워낙 부족한 현실, 나아가 기록과 보존에 유난히 서툰 우리의 문화 자체가 문제다. 수집을 게을리하지 않는 아카이브가 미확인 자료에 상시적으로 시달리는 것 역시 당연하다. 예산과 인원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미확인 자료가 많다는 것은 한국 영
한국영상자료원의 모든 것 [3] - 미공개 창고 탐사기
-
3. 그때 그 시절 추억도 다시 먹고
잡지를 보다 누군가 계속 실실거려서 뒤돌아봤더니, 한 젊은이가 <서울의 지붕밑> DVD를 보며 세 할아비들이 ‘이놈 저놈’하며 아옹다옹하는 것에 폭소를 터트리고 있다. 나도 하나 꺼내 봐. 300여편에 달하는 한국 고전영화 DVD를 둘러보다, 결국 택한 건 김기영 감독의 <하녀>. 창피한 이야기지만, 수차례 기회를 놓쳤고, 지금껏 보지 못했다. 편당 5천원. 비싸긴 하지만 고스란히 DVD 제작에 쓰여지는 돈이라고 한다. 한때 <씨네21>도 DVD 이용료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영상자료원을 공격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지만,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정부를 상대로 예산을 책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 모르겠지만.
DVD도 봤겠다, 김기영 감독 시나리오 선집 1권을 봤더니 재밌는 일화가 있다. 1960년 11월. <하녀>가 서울 명보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당시 여자관객
한국영상자료원의 모든 것 [2]
-
신상옥을 아십니까. 유현목을 아십니까. 이만희를 아십니까. 김기영을 아십니까. 김수용을 아십니까. 도를 아십니까, 라는 물음만큼 두려운 질문이다. 다섯번 물으면 다섯번 고개를 저어야 하는 상황, <씨네21> 기자라고 해서 일반인보다 나을 게 없다. 한번 따져보자. 우리가 보았던 한국 고전영화는 도대체 몇편인가. 우리가 기억하는 한국 고전영화는 도대체 몇편인가. 클래식이라는 근사하고 우아한 명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단절의 역사가 메워지고, 망각의 역사가 복구되고, 침잠의 역사가 부상하진 않을 것이다. 불구와 기형의 몸을 지니게 된 한국영화. 우리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삼류 뽕짝도 불러야 맛이고, 불러야 산다. 그러니 왜 뜬금없이 옛날영화를 보러 갔느냐고 묻지 말고, 거기 가서 뭘 봤느냐고 물어달라. 뭘 보고 뭘 느꼈느냐고 물어달라. 무작정 떠난 길이라 놓친 것도 많고, 흘린 것도 많고, 다시 주워야 할 것도 많다.
쉼없이 뛰는 이들에겐 박수만한 격려도
한국영상자료원의 모든 것 [1]
-
빚좋은 개살구: 화려하지만 실속없는 직종, 스파이
이던: 사실 스파이가 빛좋은 개살구야. 몇 천억원대 사기를 벌이는 악당을 쫓아다녀도 인센티브가 있길 하나. 위험수당이 있길 하나. “대원들이 체포되거나 살해당할 시엔 언제나처럼 정부는 자네의 모든 활동을 부인할 것”이라고 매번 협박이나 하지. 비정규직도 이렇게 천대받는 비정규직이 없어.
오스틴: 이던 팀은 메시지 보내고 5초 만에 불태우는 테이프만 재활용해도 노후는 걱정없을 텐데. 어허허허허허허.
존: 그렇게 힘들다면서 불가능한 두 번째 임무에서 오토바이는 왜 허공에서 터트리고 난리야. 하긴 처음엔 헬기도 폭파했지. 완전 오버액션맨이야.
이던: 다들 알다시피 그거 국방부 협찬이잖아. 처음 작전 나갈 때만 해도 흠집이라도 날까봐 조심스럽게 몰다가 내가 죽을 뻔한 적도 많아.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열받더라. 작전 끝나면 냉큼 뺏어가는 협찬사도 얄밉고 해서 오토바이는 일부러 터트렸어. 왜 떫어? (느닷없이) 그리고 제이슨
21세기 스파이들의 신세한탄 [2]
-
냉전은 끝났다. 좌우를 넘나들며 신바람을 내던 스파이들의 넓은 놀이터는 부조리한 기업이나 내부 배신자의 응징 같은 심부름센터 수준으로 오그라들었다. 그들이 <순풍산부인과>의 가족들처럼 한 집에 살면 어떨까. <미션 임파서블>의 클래식한 첩보원 이던 헌트, <본 아이덴티티>의 기억상실증에 걸린 음울한 킬러 제이슨 본, <오스틴 파워>의 야누스 오스틴 파워, <미스터& 미세스 스미스>의 섹시하고 살벌한 스미스 부부가 한지붕 아래 모였다. 007를 ‘냉전의 화석’이라 비웃던 M이 그들을 초대한 호스트다. 총을 내려놓은 스파이들의 신세한탄. 바야흐로 개봉박두!
알프스 산기슭 외롭게 자리잡은 중세풍의 허름한 성. ‘M하우스-Top Secret’이라는 간판이 바람에 덜컹거린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거실 가운데에는 커다란 원탁이 놓여 있다. 레이밴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이던 헌트(톰 크루즈). 그 옆에는 우울한 표
21세기 스파이들의 신세한탄 [1]
-
전대미문의 시청각적 융합물
인도영화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손꼽히는 샤티야지트 레이는 리트윅 가탁이 생전에 남긴 글과 인터뷰를 모은 소책자 <영화와 나>의 서문에서 그에게 다음과 같은 존경어린 찬사를 바친 바 있다. “리트윅 가탁은 이 나라가 배출한 소수의 진정 독창적인 재능의 소유자 가운데 하나였다… 서사시적 스타일 속에서 그가 창조해낸 강력한 이미지들은 사실상 인도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로 작고한 지 꼭 30주년이 되는 인도 영화감독 리트윅 가탁은 우리에겐 여전히 미지의 작가로 남아 있는 듯하다. 심지어 영화광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그에 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영화의 정치학과 시학을 동시에 고민한 위대한 작가들- 예컨대 로베르토 로셀리니, 장 뤽 고다르,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글라우버 로샤,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오시마 나기사 등- 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화사의 거목이 이런 식으로 잊혀져가고 있다는 건 진정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7]
-
이병우, 김순명, 김학성을 소개합니다
1945년 이전 한국 영화사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일제 식민지라는 정치·사회적 상황이 절대적 이유다. 필름과 관련 자료 등이 해방과 함께 일본으로 대량 유출됐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후 발굴이나 복원 또한 미진했다. 그 시기에 나온 창작물에는 어김없이 “우리 것이 아니라”는 폄하가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해방 이전 4편의 한국영화를 발굴, 상영했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도 무지와 편견을 부수기 위한 섹션을 마련했다. ‘특별상영: 재일한국영화인의 발견’에서 상영되는 5편의 작품들은 이병우(이노우에 간), 김순명(우베 다카시) 같은 한국 영화사에서 누락된 인물들을 다시 불러내려는 안간힘이다.
이병우 감독은 전주 출신으로 1928년 소비에트영화에 영향을 받아 프롤레타리아 집단인 프로키노에 참여하고, 이후 일본 유성영화예술연구소, 아트프로덕션 등에서 활동하면서 일본에서 촬영감독으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6]
-
한판 신나게 놀아볼깝쇼?
육갑이 형님, 대체 방금 본 영화 줄거리는 뭐람유? 졸음만 쏟아지는 게 이젠 머리까지 아프당께. 뭔 놈의 영화가 논어, 맹자보다 어렵댜? 놀려고 왔건만 지쳐서 가겠네. 칠득이 형님은 볼려고 노력이라도 했소? 지는 그냥 자빠져 잤당께요. 야들아, 그래서 이제 재미난 거 보러 가지 않냐. 우리 노는 거 마냥 웃기기도 하고 감동도 있다니까, 한번 믿어보자고. 왕을 갖고 노는 것만큼 재밌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판 놀아볼깝쇼?
오프사이드 Offside
자파르 파나히/ 이란/ 2006년/ 88분/ 개막작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이 관습법에 의해 금지된 이란. 남장을 한 소녀가 광적인 축구팬으로 가득한 버스를 타고 국립 경기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축구장 진입을 시도하던 소녀는 군인한테 발각되어 다른 소녀들과 함께 경기장 주위의 임시 울타리 속에 갇히고 만다. 경기장에서는 흥분한 관중의 열광이 들려오고, 동참하고픈 소녀들은 군인들의 눈을 피해 어떻게든 울타리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