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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눈이 내리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 봄날은 온다. 하지만 유지태와 이영애는 겨울도 가기 전에 가는 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허진호 감독의 차기작이자, 그간 ‘누가 나올까’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던 <봄날은 간다>에 유지태와 이영애가 나란히 캐스팅된 것.<봄날은 간다>는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가 지방방송사 PD인 은수(이영애)를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을 담담히 담아내는 러브스토리다. 유지태는 광고에서 친구의 누나를 사랑하고, <동감>에서 20년 전의 여자와 애틋함을 나누더니, 이번에도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청년으로 관객과 만난다.얼마 전 눈물의 멜로 <선물>의 촬영을 끝낸 이영애가 눈물보다는 담백함을 요구할 허진호 감독의 스타일에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도 자못 궁금하다.그간 일본, 홍콩 합작 프로젝트로 추진해온 <봄날은 간다>는 <메이드 인 홍콩>의 프루트 챈이 운영하는 홍콩 어플라우드사와
봄날이 오면, 사랑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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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이 제12회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다. 일본의 유바리에서 오는 2월15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영화제는 90년에 시작하여 프랑스 제라르메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도쿄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같이 작지만 실속있는 영화제로 성장해 왔다.
국내에서는 강수연이 공로상을 수상하고 안성기가 심사위원장으로 초대되면서 그 이름이 서서히 알려졌다. 이번 심사위원 선정은 <쉬리>의 일본개봉으로 일본 영화팬들에게 최민식의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된 이유가 큰 듯. 2월14일에 출국하는 최민식은 귀국하는 대로 <파이란>의 촬영현장으로 달려갈 예정이다.
유바리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심사위원된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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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무사가 된 ‘적’? 설경구가 일본 TV드라마 <성덕태자>의 신라인 무사 역에 캐스팅됐다. 3시간짜리 2부작으로 오는 11월 TV를 통해 일본 전역에 방송될 예정인 이 드라마는 한-일간 문화교류가 싹트기 시작한 시대를 배경으로 삼국시대 문물이 일본문화에 기여한 과정을 담게 된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사토 미키오 감독은 <박하사탕>을 본 뒤에 직접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설경구의 상대역으로는 <으랏차차 스모부>와 <쌍생아> 등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낯익은 모토키 마사히로와 <나라야마 부시코>의 오가타 겐 등이 출연한다. 설경구는 드라마 촬영을 위해 내달 중 일본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성덕태자>의 무사로 캐스팅된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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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트 어웨이>에서 4년 만에 돌아온 척의 애인은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여전히 사랑하지만, 그녀를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척은 말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종합한 결과, 그녀를 돌려보내야 했다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모든 것은 수없이 바뀌게 마련이다. 무인도에 갇혀 있던 4년간,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난 변화. 척은 돌아와 그 변화를 하나둘씩 받아들인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은 척은, 그 정보들을 분류하고, 종합하여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어디 척뿐인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 자신이 획득한 정보를 이용하여 세상의 파도를 헤쳐나간다. 각자 취사선택한 정보가 개인이나 사회의 지침 혹은 방향키가 되는 것이다.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 따라, 그 선택의 결과는 천차만별이다.최근 나온 <옛 문명의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꽤 흥미로운 책이다. 그레이엄 핸콕의 일련의 <신의 지문> 시리즈에 비견한다면
정보에 관한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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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회고록 19회- 유현목“유현목 감독은 사탄이다!” 이 글은 당시 유력한 기독교신문(주간지)에 실린 커다란 글자의 표제였다. 또한 이 글을 쓴 이는 당대 기독교 음악계의 거두였고 지금은 고인이 된 분이다. 기독교인이라고 자처하는 나에게 악마라니? 경악한 나는 차츰 잔잔한 웃음으로 바뀌면서 기사내용을 끝까지 읽었다. 1965년 나의 작품인 <순교자>가 기독교계에 파문을 던진 것이다. 문제가 된 대목은 “하나님은 없다”는 주인공 신 목사의 대사와 인민군에 학살당하는 열두 목사가 비굴하게 살려달라고 하면서 최후를 맞는 장면이었다.이 작품은 재미작가 리처드 E. 김(김은국)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실존주의적 경향의 소설 <순교자>는 당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리를 끌며 베스트셀러가 된 문제작이었다. 곧이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였다.나는 곧 영화화하기로 결정하고 무신론적 입장이 아니라 스웨덴의 잉마르 베리만
“이 죄인들을 용서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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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 남자를 보자. 떡 벌어진 어깨, 숱검댕 눈썹, 자상한 미소, 게다가 멋지게 쪼개진 턱이라니…. <인어공주>의 다정한 왕자님인가? 아님 <미녀와 야수>의 터프한 왕자님? 그도 아니면 혹시…, 타잔인가? 그의 이름은 크롱크, <쿠스코? 쿠스코!>에서 마녀 이즈마의 충실한 심복으로 출연중이다. 이처럼 완벽한 외형조건을 가진 그가 입을 여는 순간…, 엥? 여자들이 다 쓰러진다고? 에이, 농담은. 사실 그는 ‘니가 뭘 하든 하지마’란 말이 튀어나올 만큼 말 한 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사고와 직결되는 사고뭉치인데다 자신이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판단할 때까지 너무도 긴 시간이 요구되는 ‘느림보 뒷북맨’이다. 황제 쿠스코를 독살할 계획이 꼬여 그를 라마로 만들어놓고도 크롱크에겐 오로지 한 가지 걱정뿐. “이즈마님, 저녁 디저트는 어떻게 하죠?”
정교한 신기술의 영상미보다 4명의 독특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캐릭터 코미디에 공을 들인 <쿠스코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사고뭉치, <쿠스코? 쿠스코!>의 크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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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바는 비어 있었다. 바텐더도, 피아니스트도, 자욱한 담배연기도 없었다. 햇빛만이 스스럼없이 카펫을 적시고 있는 정오의 바. 누군가는 그랜드 피아노의 흑백 건반 몇개를 건드렸던 것 같고, 누군가는 둥근 유리잔에 핏빛 와인을 한잔 따랐던 것도 같다. 이따금 피아노 소리에 이끌린 한두명 지나는 이들이 문을 열 때면, ‘그’가 아님을 알게 된 ‘그’를 기다리던 마음은 몇번인가 급한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신하균, 그가 오자, 자신들도 함께 기다렸다는 듯 바 안의 사물들은 날렵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폭신한 쿠션은 소파에 기댄 그의 품으로, 와인 잔은 그가 팔을 내려놓은 피아노 위로, 그리고 의자 하나는 창을 바라볼 수 있도록 옆으로 살짝. 모든 준비가 끝나고 이제 카메라 조명에 그의 검은 가죽재킷이 빛나기 시작한다.
킬러와 용서
정우진에서 이정우로, 마치 말잇기를 하듯 신하균이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맡은 새 역할은 장진 감독
삶에서 연기가 나온다, <킬러들의 수다>의 신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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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총지휘 웨스 크레이븐, 마리안느 맛달레나감독 패트릭 루시에원작 브람 스토커각본 조엘 스와송프로듀서 조엘 스와송, W.K.보더촬영 피터 파우의상 데니스 크로넨버그미술 캐롤 스피어음악 마르코 벨트라미출연 조니 리 밀러, 저스틴 와델, 제라르 버틀러수입 태원엔터테인먼트배급 시네마서비스개봉예정 3월 말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되풀이되는 이야기가 있다. 드라큘라. 아무도 그의 존재를 믿지 않는 2000년의 미국을 오랜 감금에서 벗어난 드라큘라가 욕망의 이빨을 감추며 방랑하는 이야기 <드라큐라2000>은 웨스 크레이븐이 제작 총지휘를 맡고 <스크림> 3편을 모두 편집하며 웨스 크레이븐과 함께 작업해온 패트릭 루시에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다. <엑시스텐즈>의 캐롤 스피어가 미술감독으로, <와호장룡>의 피터 파우가 촬영감독으로 참여해 풍부한 시각적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웨스 크레이븐은 드라큘라를 신선하고
Coming soon... <드라큐라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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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란 제목의 프로그램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디즈니사의 자사 작품 재활용 프로그램쯤 되는 쇼였습니다. 디즈니사에서 만든 장편영화들은 2부작으로 변형되어서, 애니메이션들은 적당히 재편집된 꾸러미 모양으로 이 쇼를 통해 방영되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서 이 쇼를 통해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클립만 하나 나와도 굉장히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이들 중 몇몇 영화들은 기억해두면 꽤 유익한 작품들이었습니다. <페어런트 트랩>의 오리지널 버전이니, <명탐정 디씨>의 오리지널 버전이니 하는 것들이 다 여기를 통해 방영되었으니까요.물론 그중에는 원래부터 텔레비전영화로 제작된 오리지널도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오래 전에 비디오로 출시된 특수학교 교사 이야기인 <에이미>와 같은 작품이 기억나는군요. 하지만 오늘 이야기할 작품은 다른 영화입니다.아마 어렸을 때 한번 보고 저처럼
잊어버린 유리아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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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독특한 전화를 한통 받았다. “이주현씨는 언제 나오시나요?, “네, 저 이주현 벌써 나와 있는데요.” 목포에 산다는 그는 <씨네21> 정기독자로 이 칼럼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주현이란 사람이 누군지 너무 궁금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러더니, “내일 제가 만나뵈러 서울에 올라가겠습니다”.먼 동네에서 희귀영화를 빌리러 오는 고객들 중에서 “이주현씨 맞나요?”라고 가끔씩 물어보는 고객들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마음먹고 서울까지 상경해서 나를 본다는 분은 처음이어서, 약간 가슴이 설레기까지 했다.드디어 다음날,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약간 늦게 도착했더니, 그는 인형을 뽑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목포의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며, 학생들의 영화동아리를 맡고 있다고 했다. 영화와 비디오에 워낙 관심이 많은 터라 대여점을 운영해볼 생각도 있으며, 보고 싶은 영화들을 목포에서 볼 수 없는 극장환경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l
어느 팬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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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론가까운 미래, 젊은이들은 가상의 전투게임에 열중한다. 애슈는 전투력을 인정받는 최강의 플레이어로, 파티와 관련없이 홀로 플레이를 진행하는 여전사다. 애슈는 클래스 SA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게임의 최고 스테이지에 도전한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 마우고자타 포렘난크, 이에지 그데이코 출연, 와타나베 시게루 제작, AFDF Korea 수입·배급, 상영시간 106분심영섭 아바론은 없다 ★★★유지나 첫 10분보다 더 볼 만한 게 나오지 않는다 ★★★ 크림슨 리버알프스 지역 산 정상에서 양손이 잘리고 안구가 사라진 채 죽은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형사 니먼은 사건 조사를 위해 산에 올랐다가 또다른 시체를 발견하고 묘지 훼손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 막스와 마주친다.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 장 르노, 뱅상 카셀, 나디아 파레 출연, 얼라인 골드먼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배급, 상영시간 105분김봉석 카소비츠 본색을 드러내다 ★☆박평식 장의사나 분장사만 눈여겨보겠다 ★★심영섭 마티유 카
아바론/크림슨 리버/고추말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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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이란 이름만큼 예쁜 언니를 기대하고 들어선 분당의 자그마한 오피스텔에는 염색도 하지 않은 검은 머리를 어깨에 닿을 만큼 기른 ‘그’가 앉아 있었다. “뭘로 드실래요? 음료수랑 녹차랑 커피 있어요.” 예쁜 언니가 전혀 안 부럽다. 작업실을 둘러보니 금방 정리를 마친 듯하다. 7평 남짓한 룸 안에 빼곡이 들어선 컴퓨터와 비디오 세트, 35인치 텔레비전, 편집기기 등에 둘러싸인 그는 오히려 편안한 눈치다. 가만히 보니 서른을 두해나 넘긴 노총각답지 않게 동안의 얼굴을 지녔다. 취미가 MTV 보기과 음악감상이란다. 학창 시절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음악이었음을 생각하면 이런 변화가 자신에게도 신기하다.자신있었던 과목은 과학. 그냥 논리적인 해결과정이 좋았다. 중학교 올라가 자신의 돈으로 마련한 컴퓨터에 빠진 탓도 컸다. 또래들이 오락실과 분식집을 전전하며 놀거리를 찾을 때, 그는 컴퓨터가 가져다주는 신기함을 남 몰래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평소에 즐겨보던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이 컴퓨
아비드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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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원년’인 지난해 한국영화가 거둬들인 성과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본선에 오른 뒤 <춘향뎐>은 유럽 평단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거짓말> 등과 함께 미국에 나란히 배급되기도 했다. <쉬리>는 일본에서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대성공을 거두는 성과를 올렸다.한국영화계의 올해 최고 화두 역시 해외진출일 것. 이제 해외진출은 ‘하면 좋은 것’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됐다. 이같은 영화계의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서라도 해외 현지에서 한국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뉴욕, LA, 도쿄, 파리, 홍콩 등에서 보내온 한국영화의 잠재력, 시장성, 예술성 등에 관한 보고서를 찬찬히 살펴보자.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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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특급, 질.풍.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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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세계가 바라본 한국영화의 얼굴국제무대에서 아시아영화의 전반적인 강세와 더불어 그간 중국, 홍콩, 일본 등에 집중되었던 미국영화계의 관심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 한국영화가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뉴욕의 경우 2000년 하반기에만 <거짓말> <춘향뎐>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한국영화 3편이 연달아 개봉을 했고 이에 맞춰 뉴욕에서 발행되는 정평있는 영화잡지 <필름 코멘트>는 2001년 신년호에서 ‘왕국의 도래’라는 제목으로 무려 7페이지에 달하는 한국영화 특집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제 <빌리지 보이스>나 <뉴욕타임스> 같은 유력지의 지면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기사를 발견하는 것은 더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한국영화에 대한 미국 시장의 관심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현재 아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영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믿고 있는데 이러한 성
[뉴욕]춘향, 뉴욕 품에 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