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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얘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다. <문학의 밤>을 떠올리는 일은- 이를테면 남자들끼리 몰려간 커피숍에서 <우유>를 시키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가령 그것은 연미복을 입고 출근을 한다든지, 동원예비군훈련에 바비 인형을 가지고 가는 일과도 흡사하다. 저기… 이게 뭡니까? 이건… <문학의 밤>입니다. 뭐랄까, 그런 기분이다.좀 오래된 얘기 같지만, 그러나 확실히, 옛날엔 <문학의 밤>이란 것이 있었다. 무릇 세상엔 여러 가지 밤이 있겠지만, 이보다 복잡한 기분의 밤은 없을 거란 생각이다. 묵묵히 한잔의 우유를 마시며, 나는 <문학의 밤>을 떠올린다. 마치 바나나와 딸기와, 또 초코 맛의 우유가 나오기도 전의- 오래된 옛날 같다. 어쩌면 그것은, 이미 바다 속에 가라앉은 아틀란티스의 행사였는지도 모른다. 검은콩 우유를 마시는 당신이라면, 영원히 그 물속을 들여다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래서다.나는 그래서 시를 썼다. 이
세상에나, 문학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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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흑백 101분감독 정진우 출연 신성일, 문희, 트위스트 김EBS 3월21일(일) 밤 11시10분제3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신인상(문희)제10회 샌프란시스코영화제 출품한국영화의 1기 전성시대였던 1960년대, 요즘 세대들에겐 전설처럼 전해지는 그 시대를 구가한 빛나는 여배우 트로이카. 그 트로이카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게 한 작품이 바로 정진우 감독의 <초우>이다. 이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은 문희는 1965년 이만희 감독의 <흑맥>으로 데뷔했으며, 1966년 김수용 감독의 <유정>으로 데뷔한 남정임, 1967년 김수용 감독의 <안개>로 신인상을 안은 윤정희와 함께 바야흐로 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구축한다.<초우>는 또한 1964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신성일-엄앵란 커플을 탄생시켰던 <맨발의 청춘>과 함께 1960년대 최고의 걸작 청춘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정진우 감독은 한국 액션영
여배우 트로이카의 탄생, <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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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2003년감독·출연 마이클 무어MBC 3월20일(토) 밤 11시10분폭력에 중독된 미국사회에 던지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1999년 4월20일, 컬럼바인 고교에서 끔찍한 총격사건이 일어난다. 평소 ‘트렌치코트 마피아’라고 불리던 에릭과 딜란이 900여발의 총알을 날려 학생 열둘에 교사 한명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1시간 전, 클린턴 대통령은 코소보 전역에 걸쳐 미군 대공습을 발표했다. 누구의 책임일까.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마이클 무어는 무작정 록히드 마틴사를 찾아간다.플란다스의 개 2001년감독 봉준호 출연 배두나SBS 3월21일(일) 밤 11시45분봉준호 감독이 만든 블랙코미디. 배두나 등이 발랄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인문대 대학원생 출신 고윤주. 다행히 아내와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고는 있는 행복한 가장이지만 교수 자리가 나지 않아 매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게다가 그
[주말TV] 볼링 포 콜럼바인 / 플란다스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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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ma Roma 1962년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출연 안나 만냐니EBS 3월20일(토) 밤 11시‘청년’의 영화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다. 파졸리니 감독의 영화를 그렇게 불러도 좋을 것이다. 마르크시스트이자 시인, 소설가, 그리고 영화감독이었던 파졸리니는 특정 유파에 묶이기보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했다. 감독의 대표작으로는 예수의 인간적 모습을 부각한 <마태복음>과 한 젊은이의 성적 모험, 권력관계에 관한 통찰을 담은 <테오라마>, 그리고 추문의 영화로 유명한 <살로, 소돔의 120일>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을 통해 파졸리니는 반파시즘, 동성애에 관한 집착, 종교적 재해석을 스크린의 세계로 초대했다. <맘마로마>는 파졸리니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파졸리니 감독이 비단 영화적 추문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와 중세예술의 관계에 대해 고민했던 흔적을 읽을 수 있다.맘마로마는 포주인 카르미네 밑
촘촘하게 구축된 파졸리니적 요소, <맘마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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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TV를 틀어놓고 화면을 보지 않은 채 흘러나오는 소리만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화려한 스타군을 등장인물로 가진 드라마의 경우에 인물들의 대사를 귀로만 수용하다 보면 그 단순성과 유아스러움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가 과연 텔레비전은 우리에게 무엇을 선사하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익숙하게 알고 있는 그 어떤 스타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안이한 시청 상태로 들어간다. 발음이 분명치 않고 대사조차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라도 그 탤런트가 몇번 얼굴이 드러나 내게 눈으로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그 청각적인 껄끄러움을 참아내며 그가 우리에게 편안한 연기를 선사해줄 날을 기다리는 인내심을 키우게 된다.그런 의미에서 현대는 결코 ‘멀티’미디어의 시대가 아니다. 미디어 세계의 왕처럼 군림하는 텔레비전은 ‘시각’이라는 감각을 빼고 나면 죽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시각편식증에 걸려버린 시청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TV 광고 화면들의 한컷 한컷을
낭독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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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걸’(jersey girl),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뉴요커들이 누군가를 향해 촌스럽다는 조소를 보내기 위해 곧잘 사용한다는 속어. 하지만 지난 3월4일, 한번도 뉴저지를 떠나본 적 없는 그곳 출신의 케빈 스미스는 <저지걸>이라는 제목으로 6번째 장편영화를 들고 와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당당하게 시사회를 열었다. 데뷔 시절 그의 영화 전력을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또 한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조롱 섞인 맞대응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기대 아닌 기대를 할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 케빈 스미스는 의외로 진지하다.
2000년, TV만화시리즈 <클라커즈>(그의 1994년 장편 데뷔작 <클라커즈>에서 상황과 인물들을 가져왔다)의 각본과 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케빈 스미스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누워 있는 아내와 두달 된 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만약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나 혼자 딸을 키운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현지보고] 케빈 스미스의 6번째 장편 <저지걸> 월드 프리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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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촬영부 막내로 있는 프랑스인 크리스토프 루지어떻게 <가족>의 촬영부로 일하게 되었나.커피를 사러가다가 우연히 촬영현장을 보게 되었고 스탭으로 일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 말을 건넸을 때 사람들은 내가 누군가를 고용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었다. (웃음)한국에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상매체를 공부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영어공부를 하다가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귀게 됐다. 한국에 오게 된 것도 그녀 때문이지만. (웃음)한국인 스탭들과 일하는 데 불편은 없었나.의사소통이 문제였으나 크게 불편한 일은 아니었다. 한국인 스탭들은 언제나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해냈기 때문에 배울 것이 많았다.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처음에는 위험한 일들도 불평없이 지시대로 하고, 간혹 크게 야단을 듣기도 하는 스탭들을 보는 것이 나에겐 쇼킹한 일이었다. (웃음)한국에서 일하면서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언어에 관련된 것들이 특히 많았
“야메로 하자고 하면 다들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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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과 차인표가 조만간 목포 시민이 될 예정이다. 두 사람이 주연한 영화 <목포는 항구다>가 지난 3월8일까지 전국 120만명을 동원하고,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목포시의 명예를 높였기 때문이다. 목포시청은 일단 시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영화를 단체관람하기로 결정한 상태이며, 시의회에서만 통과되면 두 배우에게 목포시 명예시민증이 전달될 것이다.
이에 대해 차인표는 ‘목포는 제2의 고향과도 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실제로 제작사 기획시대는 영화 개봉 이후 홈페이지에 촬영지에 관한 질문이 줄을 이었으며, 유바리에서도 영화를 상영한 뒤 도시 목포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차인표·조재현, 목포시 명예시민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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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감독의 성장영화 <발레교습소>에 <고독이 몸부림칠 때>의 이수인 감독이 민재(윤계상)의 완고한 담임 선생님으로 우정 출연했다. 알고보면 이수인 감독은 <닫힌 교문을 열며>와 영상원 학생들의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던 경력 연기자.
연극하던 시절, 영상집단 ‘바리터’ 사람들, 변영주 감독과 친분을 쌓았던 이수인 감독은 “<발레교습소>의 캐스팅 조언차 변 감독을 만났을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영화에 출연시켜달라는 말을 했다가 덜컥 캐스팅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1회 촬영분에서 윤계상의 뒤통수를 때리는 액션(?)을 포함해 열연한 이수인 감독은 윤계상의 성실한 면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전언도 잊지 않았다.
고독한 감독, 배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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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즈 테론, 마침내 금의환향하다. 오스카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그녀는 모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해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타보 음베키 대통령은 “온 국가가 그녀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며 모국에서의 아픈 기억을 딛고 오스카 수상자로 훌륭하게 성장한 샤를리즈 테론을 치하했다. 그녀는 어린시절, 목숨을 위협하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살해하는 어머니를 눈앞에서 지켜본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그녀의 차기작은 피터 정의 애니메이션 <이온 플럭스>의 실사영화 프로젝트로 600만달러의 개런티를 받을 예정이다. 600만달러의 아가씨에게 이제 남은 일은 오로지 전진뿐.
샤를리즈 테론, 고향이 그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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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 맨>의 커스틴 던스트가 기네스 팰트로에 손톱을 세웠다. 그녀는 여류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일대기를 다룬 <실비아>에서의 기네스 팰트로의 연기에 대해 “실비아는 그런 나약한 인물이 아니라 상처받길 원하는 자기파괴적인 인물이었다”며 “기네스 팰트로가 실비아 플라스라는 인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라고 혹평했다.
<실비아>에 대한 평단의 차가운 반응에 좌절한데다가 어린 후배의 독설까지 들어야 하는 형편인 기네스 팰트로는 현재 약혼자인 콜드 플레이의 싱어 크리스 마틴의 아이를 임신 중이다. 잘 나가는 후배들의 등쌀에 조용히 태교나 하며 쉬기도 쉽지 않을 듯.
오스카 여배우가 별건가요, <스파이더 맨>의 커스틴 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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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일간지 <오락신보> 3월11일치는 홍콩 출신 할리우드 배우 이연걸이 41살 생일을 맞는 4월26일 스님이 된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미, 40살이 넘으면 연예계를 떠나 불문에 귀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영웅>의 프로듀서이자 그의 절친한 친구인 장웨이핑은 “이연걸은 며칠 전, <영웅> 이후 또 다른 작업을 기다린다는 전화를 한 바 있다”면서 이 사실을 부인했다. 이와 함께 “물론 그가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4시간 동안 계속해서 좌선을 할 정도로 깊은 불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어쨌거나 현재 홍콩 배우로서는 최고의 수입을 자랑하는 그가 영화계를 완전히 떠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 이미 홍콩 배우 중에는 성룡, 장국영, 매염방 등 불문에 귀의했으면서도 속가에서 활동하는 속가제자들이 있었기에, 그가 완전히 은퇴하지 않는 이상 남다른 불심을 증명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속세를 떠나려 하오, 불문에 귀의하는 이연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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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란 무엇인가? 지난 3월10일 한·일 공포영화 작가 구로사와 기요시, 박기형 감독이 서로 만나 그 질문에 대한 우정의 대화를 나눴다. 3월9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지는 자신의 회고전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대담자로 한국의 박기형 감독이 나선 것.구로사와 기요시는 강연의 내용으로 “공포영화는 기본적으로 반체제적”이며, “불가해함을 맞닥뜨리는 순간, 그리고 믿어왔던 것과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바로 공포가 생겨난다”고 그의 공포영화론을 축약했다. 대담 자리에서 박기형 감독은 “TV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를 만들 때는 거기에 적합한 양식이나 표현을 염두에 두었는가”, “촬영기간이 짧아서 아쉬웠던 기억은 없는가?”, “잠은 몇 시간이나 자는가” 등 영화작업에서 일상까지 폭넓은 질문을 던졌고, 이 질문들은 “TV라는 매체를 생각하지 않고 <네 멋대로 해라>를 만들었다”, “촬영을 할 때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기후이다”, “나는 아
무서운 만남, 한·일 공포영화 감독들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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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l 1966년생·연세대 문헌정보학과 85학번·현재 DTI 기획이사로 활동
실사를 따라가려는 CG의 몸부림은 무서울 정도다. 팔짱 끼며 들여다보던 어제와 달리 오늘의 CG는 실제인 양 착각을 일으키며 두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쥬만지>나 <쥬라기 공원>을 예로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대답은 ‘노’다. <고독이 몸부림 칠 때>의 오프닝신에 등장하는 3D 타조가 그렇다는 얘기다. 섬세한 깃털의 흔들림과 실룩이며 균형을 맞추는 엉덩이의 움직임까지 ‘우리나라 CG 실력이 언제 저렇게 발전했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살인의 추억>에서 논두렁을 뛰놀던 벌레와 <장화, 홍련>의 귀신, <…ing>의 거북이까지 두루 섭렵한 DTI의 실력이라고 하면 금세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계에서 특히 3D를 잘하는 CG업체로 알려진 곳이기 때문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아 유 레디?>
<고독이 몸부림칠 때> CG 제작 DTI 기획이사 이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