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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계를 이용해 목소리 연기를 가르친다”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에요∼.” 이 카피를 기억하는지. 탤런트 최진실의 입을 통해 전달됐던 목소리의 진짜 주인공은 성우 권희덕이다. 1976년 KBS 14기 성우로 데뷔해 영화 <동방불패>의 임청하, 애니메이션 <베르사이유 장미>의 마리 앙투아네트, TV 만화 시리즈 <달려라 하니>의 새엄마 유지애까지, 수많은 캐릭터에 목소리를 빌려준 여인. 7월6일 개봉할 애니메이션영화 <파이스토리>에선 코딜리아 역의 목소리 연기뿐 아니라 전체 더빙 연출을 총지휘했다. 장마 구름이 잠시 걷힌 오후, 녹음 스튜디오에서 그녀를 만났다.
-<파이스토리>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영화를 봤을 때 느낌이 좋았다. 무엇보다 따뜻한 스토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처음엔 목소리 연출만 하기로 했었다. 연출을 하면서 내 녹음까지 하기엔 무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분량을 먼저 마쳐놓고 연출
<파이스토리> 더빙 연출 총지휘한 성우 권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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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한 애절하고도 냉철한 시선, <러시아의 방주> <아버지와 아들> 등을 만들었던 러시아의 대표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가 로카르노의 환대를 받는다. 7월2일 개막할 제59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의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 1987년 <인간의 외로운 목소리>로 데뷔한 소쿠로프 감독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후계자로 불리는 유명 감독. 2003년 연출한 <아버지와 아들>로 칸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로카르노에서는 그의 신작 <엘리지 오브 라이프>가 상영된다고 한다.
알렉산더 소쿠로프, 로카르노 평생공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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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장나라 아파트가 생긴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루머 같지만,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6월24일 성룡이 독거 노인을 위한 아파트 건립 기금을 마련하고자 자선 콘서트를 열었고, 장나라는 한류 스타 중 유일하게 콘서트에 참석하여 성룡과 함께 <신화: 진시황릉의 비밀>의 주제가를 듀엣으로 불렀다. 쉽지 않은 걸음을 한 연예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낀 성룡은 “독거 노인을 위한 아파트에 오늘 출연한 스타들의 이름을 붙이겠다”고 공언했고 이에 장나라의 이름을 딴 아파트가 세워지게 됐다. 명성만큼 좋은 일에 힘쓰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장나라 아파트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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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깊이를 더할 뿐이다. 한때 은막의 주인공이었고, 전 국민의 유행어(“아름다운 밤이에요”)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장미희. 그가 오는 9월14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올해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집행위원장에 위촉됐다. 지난해 이 행사에서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부교수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으로 후학 양성과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힘쓰는 등 폭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장미희, 이젠 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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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괴물 재난 영화는 어떤 것일지 궁금해했던 사람에겐 이 영화가 답이 될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은유나 상징을 기대했던 사람에겐 조금 실망이다. 우선 '괴물'의 형상과 CG는 매우 만족스럽다. 문제는 '괴물'에 대한 대응들일 것이다. <우주전쟁>이 그러했듯 <괴물>은 재난을 맞딱뜨린 하층민 가족의 사투를 그린다. <우주전쟁>의 공권력이 다만 무심하게 스쳐갔던 것에 비해, <괴물>의 공권력은 자신의 무능과 억압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살인의 추억>이 슬프게 전하던 재난의 난이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저개발의 기억'이 다시금 아프게 살아나고, <살인의 추억>이 슬쩍 환기하던 '운동권'의 존재가 조금 우스꽝스럽게 등장한다. 거기에 <살인의 추억>이 다만 텍스트 외적으로만 암시하던 '미군'의 존재가 또렷하게 잡힌다. 그들은 재난의 원인제공자이자 모든 정보를 독점한 '유능한 정부' 이며, 한국인의 삶의 문
<괴물> 전문가 1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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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러 더 록이 도너츠를 많이 먹은 탓에 출연하기로 한 영화 촬영이 연기됐다. 더 록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드웨인 더글러스 존슨은 코미디물 <게임 플랜>에 미식축구 선수로 캐스팅됐다. 그는 리얼한 연기를 위해 미식축구 연습에 돌입했지만, 연습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되고 말았다. 근본 원인은 도너츠, 피자를 먹어대는 안일한 생활 습관으로 몸이 둔해졌기 때문. 더글러스 존슨은 “전문적인 운동 선수를 연기하기 위한 훈련은 어렵다”면서 속히 촬영이 재개될 수 있길 바랐다. 그의 다이어트가 성공하길 기원한다.
더 록을 무너뜨린 도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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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사진은 훔쳐서라도 팔고 싶고, 누구 사진은 팔겠다고 해도 시큰둥. 졸리-피트 커플과 크루즈-홈즈 커플이 비교당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출산을 앞두고 언론노출을 엄중이 차단했던 졸리-피트 커플. 이들의 아기 사진이 400만달러라는 거금에 <피플> 표지로 예약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얼마 전 두 사람은 사적인 사진이 담긴 메모리 카드를 도둑맞기까지 했다. 이 사진을 공개하는 이는 누구든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변호사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사진들은 인터넷을 타고 신나게 퍼졌다. 한편 이들보다 먼저 딸을 출산한 크루즈-홈즈 커플 커플. 자신들의 딸도 당연히 관심 공세를 받으리라 생각했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이들이 딸의 사진을 내놓자 잡지사들은 300만달러도 안 되는 값을 불렀고 자존심이 상한 크루즈-홈즈 커플은 결국 사진 판매를 취소했다. <폭스 뉴스> 기고가인 로저 프리드맨은 수리 크루즈가 벌써
졸리-피트 vs 크루즈-홈즈, 같은 딸이라도 사진 값은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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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가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괴물>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한데 스크린에는 등장하지 않고 목소리만 빌려줬단다. 그렇다면 오달수의 목소리를 빌린 이는 누구? 바로 장장 2년6개월에 걸쳐 2000 대 1의 경쟁률(2천여장의 스케치)을 뚫고 출연료 40억원(40억원의 제작비)에 캐스팅된 괴물이다. “괴물이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감정을 표현하는 대목들이 있는데 이것은 효과음만으로는 불가능했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대로, 효과음이나 동물소리 샘플만으로는 생생한 괴물 소리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구타유발자들>에서 쥐를 삼키고 생고기를 집어먹는 기행을 선보였던 오달수가 캐스팅됐다.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해 술값이 싼 대학로 근처로 이사왔다”고 말한 바 있는 오달수답게 캐스팅이 이루어진 장소는 봉준호 감독, 송강호와 함께한 술자리였다고. 그는 영화에 얼굴도 내비치지 않고 배역도 크지 않아 자신의 출연이 미리 알려지는 것을 꺼렸지만, <킹콩>에서
오달수, ‘괴물’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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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어떻게 희망이 되는가
6월22일 저녁. 어린이대공원 후문쪽으로 꺾어 들어서자마자 작은 트럭 앞에 걸린 현수막의 글씨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투쟁 2주년 문화제” 휠체어에 몸을 기댄 장애우들과 관련 시민단체 회원들 50, 60여명이 한국소아마비협회 복지 기관 정립회관의 민주화를 위해 농성을 벌인 지 2년째 되는 날을 기념하고 있다. 공원 폐장 시간에 쫓겨 아이들의 손을 잡고 빠져나가던 엄마들은 궁금한 눈초리를 던지고, 술에 취한 행인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연신 박수를 친다. 잠시 그 풍경을 쳐다보고 있던 기자에게 다가와 문득 던지는 태준식 감독의 한마디. “기사 떨어지면 한번씩 다큐멘터리 취재하는 아마 그때가 됐나 보네요?” 친근하게 웃으며 별 의미없는 농담이라는 듯 말했지만, 만나자마자 받은 말이 비수에 가깝다. 꼭 그런 건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지만, 그 순간에는 막상 응대할 말이 없다. “제가 사운드 체크를 좀 해야 돼서요”라며 급하게 대오쪽으로
다큐멘터리 촬영현장을 가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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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빽도 없는 여자들은 어떻게 예술을 하는가
6월의 마지막 일요일. 부천 송내역 앞에서 나루 감독을 만났다. 그의 뒤를 따라 인천 만수동 종합시장을 통과하니, 시장통 끝에 콘크리트 덩어리가 엉클어져 있는 거대한 폐허가 나타난다. 바로 지난 3월, 이곳 향촌을 휩쓸고 간 강제철거의 흔적이다. 그 콘크리트 흙산 바로 옆, 철거집행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물인 향촌 철거대책위원회(이하 철대위)가 서 있다. 입구를 굳게 감싼 타이어 바리케이드를 통과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계단마다 쪼그려 앉아 벽화를 그리고 있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새 페인트 냄새에 코가 아릿해지려 하는데, 이내 “나루 언니 왔네” 시원한 목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성큼성큼 다가와 인사를 하는 그는 박향미씨. 나루 감독이 현재 제작 중인 <우리의 노래를 들어라>의 주인공인 여성문화단체 ‘W’의 멤버다.
3층 철대위 사무실에 들어서자 위원장인 조영숙씨가 수박과 삶은 감자를 내온다. 나루 감독이
다큐멘터리 촬영현장을 가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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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됐는가
<위험한 정사>를 봤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들에게 다시 묻는다. 한국영화 <위험한 정사>를 봤는가. 이 도발적이고 섹시한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1988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스타워즈, 별들의 전쟁. 88년 올림픽 즈음 맥도널드 1호점이 서울에 문을 열고 극장가에는 한국영화 <매춘>과 최초의 미국 직배영화 <위험한 정사>가 나란히 개봉되었다. <위험한 정사>를 상영하는 객석에 영화인들이 뱀을 풀어놓은 사건도 일어났다. “화합과 전진이라는 구호 아래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서울올림픽 뒤에는 한국 영화시장을 미국에 개방하라는 치명적 유혹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 경제는 개방과 경쟁이라는 논리에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과 위험한 정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노태우 대통령을 필두로 대통령들의 ‘넓은 세계’를 향해 가자는 발언들이 이어진다. 이훈규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 촬영현장을 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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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전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쳐대고 있을 때, 최진성 감독은 <그들만의 월드컵>을 만들었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투쟁, 외국인 노동자들의 강제추방 위기,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보운동…. 거대한 함성 속에 감춰진 이웃의 싸움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또다시 붉은 악마로 호명된 전 국민이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4년 전과 똑같은 상황.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판단을 모두가 유보한 듯한 기이한 진공상태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한-미 FTA 협상과 새만금 사업, 그리고 씩씩한 투쟁들…. 한결 교묘해진 상업성을 등에 업은 함성에 덮여버린 현실 역시 여전하다. 다행인 것은, 차가운 카메라를 들고 뜨거운 현실을 담기 위해 변함없이 땀 흘리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모두가 즐길 수 없는 축제, 전시와 감상의 대상이 되어버린 투혼으로 가득한 6월. 진심어린 투혼으로 진짜 축제를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현장을 찾았다.
태준식 감독의 <필
다큐멘터리 촬영현장을 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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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무엇인지 책에게 물어볼까 싶어 사전을 열었다. “①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나타낸 글이나 그림을 종이에 인쇄하거나 적거나 하여 여러 장을 한 묶음으로 해서 꿰맨 물건의 총칭. ②종이를 여러 장 겹쳐서 꿰맨 물건”. 어영부영 넘기려는데 책(冊)자가 눈에 불쑥 뛰어든다. 한 덩어리로 묶은 종이 더미를 옆에서 본 형상이, 말보다 명쾌하다. 책은 몸이 있어서 비로소 책이다.
사람들은 지적 호기심이 책을 욕심내게 만든다고 믿곤 한다. 그러나 기억의 갈피를 들춰보면 책에 대한 사랑은 물욕에 가까웠다. 부모님께 선물받은 문고 상자를 뜯던 날의 가쁜 숨, 활자가 종이에 눌러 새긴 자국의 살가운 촉감, 두꺼운 책을 펼치면 밀려오는 먼 북쪽 나라의 숲 냄새, 얼굴을 파묻고 훌쩍이면 짠 습기를 먹고 같이 울던 책장. 모두가 육체가 기록한 추억이다.
출판 디자이너 정병규(60)는 책에게 몸을 지어주는 사람이다. 경북 중·고등학교 교지와 고려대학교 신문을 편집하며 분주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한국 책의 숨쉬는 역사, 출판 디자이너 정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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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7월8일 토요일 밤 11시
‘스파이널 탭’이라는 영국의 록밴드가 있다. 데이비드 허빈즈, 나이젤 튜프넬, 데릭 스몰즈와 드러머 믹 슈림튼, 키보더 빕 세비지 그리고 이들의 매니저 이안 페이스. 이들은 17장의 앨범을 내는 동안 밴드 이름을 바꾸고 죽은 드러머를 대신할 새 멤버를 영입하고 장르를 바꿔가면서 생존해왔다. 1980년대 초 이들의 미국 투어에 맞춰 감독 마티 디버기는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한다. 그러나 ‘스파이널 탭’, 물론 실존했던 밴드가 아니다.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라는 다큐멘터리 역시 진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마티 디버기는? 영화 속 마티 디버기를 연기한 사람은 <스탠 바이 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유명한 롭 라이너다.
마티 디버기가 밴드 멤버들의 일상과 공연실황을 따라가는 과정은 음악인들에 대한 여느 다큐멘터리의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픽
모방과 풍자로 탄생한 ‘가짜’ 록밴드,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